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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에서]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멕시코

김혜린 기자 입력 2021. 10. 23. 07:01 수정 2021. 10.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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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인 주멕시코 대사
코로나19로 전세계 공급망 대란
수출로 먹고사는 韓도 못 피해가
다국적기업 북미허브 떠오른 멕시코
협력업체간 '상생 정신' 발휘 할 때
서정인 주멕시코대사. /사진제공=외교부
[서울경제]

‘체인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 강하다(A chain is only as strong as its weakest link).’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특히 적실성이 있어 보이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교란이 세계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의 공장(factory world)’인 중국과 ‘중국+1 전략’의 대상국인 베트남에서 생산 차질이 확대되고 있다. 또 비록 동아시아에서 북미로 운송하는 40피트 규격 컨테이너의 비용이 지난 8월 1만 5,000달러를 기록한 후 최근 다소 하락했으나 여전히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으며 배송 소요 기간도 보름에서 한 달로 두 배나 늘어났다. 이런 공급 충격에 ‘보복 소비’로 인한 수요 증가도 겹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확산하고 있다. 중남미 주요 5개국도 물가 상승률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3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메리카스 소사이어티에 따르면 2021년 7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비 연간 물가 상승률은 브라질 9%, 멕시코 5.8%, 페루 5%, 칠레 4.8%, 콜롬비아 4.4%를 기록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는 ‘블랙 스완’ 상황에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은 글로벌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하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중국과 베트남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과 같은 소비 시장과 인접한 멕시코·폴란드·모로코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거나 한 국가에서 두 개 이상의 공장을 운영해왔던 경우에는 생산·물류 대란에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전자 기업의 멕시코 공장은 베트남 생산 차질로 인한 대체 생산으로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전략적 위치에 미중 간 무역 분쟁이 지속되는 곳이지만 동시에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을 통해 미국·캐나다와 동일 시장으로 연결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확보한 까닭에 다국적 기업의 북미 허브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주멕시코 대한민국대사관에서 주최한 글로벌 공급망 변동 관련 워크숍에서도 멕시코 물류 전문가는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의 19%가 멕시코·캐나다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으며 멕시코의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중국 내 미국 상공회의소의 2021년 조사 결과를 인용한 수치다.

멕시코에는 삼성·LG·기아·포스코 등 대기업과 협력 업체 등 447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들은 미국과 인접한 티후아나·몬테레이, 그리고 멕시코 중부이지만 원료·제품 운송과 인력 확보에 유리한 케레타로 등 3곳에 한국 기업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최근 케레타로에 방문해 모 전자 기업 및 30여 개 협력 업체 대표들과 논의할 기회를 가졌다. 이날 물류비 급증으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면서 기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물류비용과 한국 청년 고용 인건비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인건비 지원은 예산 사정상 어렵다고 답했다. 동석한 대기업 법인장에게는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 상생 정신을 발휘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금만 잘 넘기면 멕시코는 미국 정부가 지속해서 추진 중인 리쇼어링, 니어 쇼어링, 동맹국 간 쇼어링(ally-shoring)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니 미래를 보고 투자해줄 것을 주문했다.

우리 경제는 지난 20년간 글로벌 공급망을 잘 활용해 성공 스토리를 써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 충격과 회복 과정에서 핵심 고리인 중국·베트남에서 약점이 나타나고 해외 생산 기지에서는 협력 업체들이 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 세계는 서로 연결돼 있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라는 특별한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상생의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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