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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타일] "기자님, 저 그 얘기 안 하면 안 될까요?"

변진경 기자 입력 2021. 10. 2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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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저 그 얘기 안 하면 안 될까요?" 아이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물었다.

"아 맞다, 쟤 있잖아요, 재작년에 저기서 사고 났었어요." 사고 당사자를 만났다는 반가움(?)에 아이에게 다가가 질문을 쏟아냈다.

"저기요 기자님, 저 그 얘기 안 하면 안 될까요? 떠올리기가 싫어요."

"쟤 그때 엄청 고생했어요. 허벅지가 부러져서 1년 반 동안 휠체어 타고 깁스하고 맨날 엄마가 학교에 데려다줬어요." 그런 아이에게 아팠던 기억을 소상히 말해달라고 요구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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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프리스타일] 지면에서는 늘 진지하기만 한 〈시사IN〉 기자들, 기사 바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친한 친구의 수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어린이 교통사고 다발 지역 데이터를 들고 무작정 현장으로 나갔다가 때로는 사고를 당한 아이를 만나기도 했다. 아이의 아픔과 상처는 여전했다.ⓒ시사IN 이명익

“저기요… 저 그 얘기 안 하면 안 될까요?” 아이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물었다.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 취재를 나간 출장지에서였다. 사고 다발 지역 데이터를 들고 무작정 현장으로 나갔다. 사고 발생 지점들을 둘러보고 인근 아이들이 다닐 만한 동선 이곳저곳을 걸어보았다.

한 놀이터에서 초등학생 여럿이 놀이를 하고 있었다. 신분과 취재 목적을 밝히고 물어보았다. “혹시 이 근처에서 또래 친구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나요?”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다가 한 남학생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맞다, 쟤 있잖아요, 재작년에 저기서 사고 났었어요.” 사고 당사자를 만났다는 반가움(?)에 아이에게 다가가 질문을 쏟아냈다. “정말요? 사고 났었어요? 언제요?” “재작년 7월….” “어디에서요?” “(인근 한 지점을 가리키며) 저기….”

엑셀 표를 확인해보니 정말 바로 그 시기 그 장소에서 사고가 있었다. 성별과 나이도 딱 맞아떨어졌다. 데이터 속의 당사자를 이렇게 우연히 만나다니! 다소 흥분해 더 꼬치꼬치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저기요… 기자님, 저 그 얘기 안 하면 안 될까요? 떠올리기가… 싫어요.”

순간 입이 얼어붙었다. 세상에,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다른 아이들이 옆에서 속삭였다. “쟤 그때 엄청 고생했어요. 허벅지가 부러져서 1년 반 동안 휠체어 타고 깁스하고 맨날 엄마가 학교에 데려다줬어요.” 그런 아이에게 아팠던 기억을 소상히 말해달라고 요구했다니. 미안함에 얼굴이 벌게졌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사고 기록을 다시 살펴보았다. 2019년 7월1일 월요일 오후 5시, 피해 아동 7세 남아, 승용차에 의한 중상 사고. ‘중상’이라는 두 글자 뒤에 숨어 있는 아이의 아픔과 상처를 생각했다. 그 고통의 기억을 아이들에게 굳이 캐묻지 않아도, 알아서 깊이 헤아릴 줄 아는 게 어른의 역할이겠다 싶었다. ‘스쿨존 너머’ 특별 웹페이지(beyondschoolzone.sisain.co.kr)에 올려놓은 그 반성의 기록과 캠페인에 독자들도 많이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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