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 '입' 홍의 '당심 잡기' 유·원의 '포석'

김동인 기자 2021. 10. 2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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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발언 리스크'가 반복되고 있다. 홍준표의 '안전한 후보' 포지션도 공략당하고 있다. 유승민은 '양강 구도'에 들지 못했고 원희룡은 '잃을 게 없는 후보'에 그친다.
9월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자 4차 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왼쪽)와 홍준표 후보가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뽑는 최종 경선이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일대일 맞수 토론 세 차례를 포함, 총 10차례 토론을 기획하며 경선 분위기를 띄우는 중이다. 10월23일 현재 이 중 여섯 차례 토론이 마무리됐다. 최종 경선의 전반전을 마친 상황에서 변수 창출을 위한 시간은 10월23일 현재 기준으로 열흘 남짓 남았을 뿐이다.

이번 최종 경선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윤석열의 입, 홍준표의 당심 잡기, 그리고 유승민·원희룡의 장기 포석이다. 가장 뜨거운 논란은 윤석열 후보의 연이은 실언이다. 윤 후보는 10월19일 부산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12·12) 군사쿠데타와 5·18(광주민주화운동)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라고 말했다. 발언이 등장한 시점(최종 경선 도중)과 장소(영남) 모두 실책성에 가까웠다.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전두환으로부터 군사쿠데타와 광주민주화운동을 떼어놓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역사 인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만큼 파장이 상당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5·18 학살 원흉인 전두환을 비호한 윤석열은 광주와 호남 시민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발언을 했다”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다음 날(10월20일) 아침,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만기친람해서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 않고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능력과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국정을 시스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는 해명문을 올렸다. 정치적 사과 대신 ‘발언의 진짜 의미’부터 따지고 든 셈이다.

이 해명문이 발표되기 불과 1시간 전, 윤석열 캠프의 대외협력특보를 맡고 있는 김경진 전 의원(제20대 국회 광주 북구갑 지역구)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참모의 한 사람으로서 면구스럽다. 우리 후보의 말씀 습관을 고치도록 노력하겠다. (광주에 가서 사과하도록) 참모진이 말씀드려보겠다”라고 말했다. 시차를 고려하면, 캠프 측 인사가 대외적으로 사과를 언급한 직후에 후보 본인이 이와 어긋나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윤석열 후보의 주요 발언이 미리 조율되지 못하고 있으며, 캠프 내부에서도 정치적 논란에 대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단순 실언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캠프 내 리더십 문제로 번졌다. 결국 윤 후보는 10월21일, 이 논란을 이틀 동안 방치한 뒤에야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격한 표현으로 논란이 일고, 다시 그 표현에 대해 ‘진의는 이렇다’는 해명을 내놓는 패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후보가 10월13일 제주도에서 남긴 ‘당 해체’ 발언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이날 윤 후보는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를 비판하며 “정치판에 들어오니 여당 야당이 따로 없다.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반박하며 꺼내든 발언이지만, 당원들의 표를 가져와야 하는 경선에서 ‘당 해체’를 언급한 것은 자연스럽지 못했다. 당시에도 이튿날인 10월14일에야 “제대로 (경쟁)하자는 의미였다”라는 해명이 나왔다. 경선 이전부터 ‘주 120시간 노동’ ‘불량식품 발언’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윤 후보의 발언 논란이 경선 막바지까지 연이어 반복되는 모습이다.

10월20일 대구 MBC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대구·경북 합동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각 후보 지지자가 방송국 주변에 몰려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 실언’에도 지지층 이탈 안 한다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윤석열 후보의 ‘발언 리스크’는 다른 후보들에게 공략의 대상이 된다. 그러다 보니 최종 경선 토론도 각 후보들이 윤 후보의 실책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유승민 후보는 10월11일 4인 컷오프 후 첫 토론에서 윤 후보에게 “역술인 천공을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라고 집요하게 물었고, 홍준표 후보는 10월13일 2차 토론에서 윤 후보의 제주2공항 공약에 대해 “천공은 제주공항 확장안이 좋다고 하더라”며 답변을 요구했다. 원희룡 후보도 10월18일 4차 토론에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해서 구속한 것은 정의의 실현인가, 정치 보복인가”라고 말하며 윤 후보를 궁지로 몰았다.

윤 후보의 실언은 경선 손익만 따졌을 때 큰 타격이 아닐 수도 있다. JTBC가 경선 시작 시점인 10월12일부터 13일까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포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를 살펴보자.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서 윤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23%였는데, 호남(6.1%)과 역사 인식에 대해 상대적으로 민감한 화이트칼라 종사자(13.8%)는 윤 후보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는 윤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46.5%에 이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외부 인사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당내 코어 지지층의 지원을 받고 있어 ‘전두환 관련 실언’ 여파가 당장 지지층 이탈로 이어지리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이 같은 실언이 반복될수록 윤 후보의 중도 확장성이 취약해진다는 인식이 당내에서 확산될 수 있다. 다른 후보는 ‘본선에서 불안한 후보’라는 논리를 피력하게 된다. 이 지점을 가장 집요하게 공략하는 인물이 바로 홍준표 후보다.

윤석열 후보의 당면 과제가 실언 문제 해결와 본선 경쟁력 증명이라면, 홍준표 후보는 당심 확보가 시급하다. 홍 후보는 경선 토론에서 자신이 ‘당을 오래 지킨 사람’ ‘각종 수사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임을 강조한다. 10월15일 일대일 토론에서 윤석열 후보와 맞붙은 홍 후보는 “이번 대선은 도덕성의 선거”라며 윤석열 후보와 연관된 의혹 두 가지(고발 사주 의혹, 윤우진 사건)를 언급했다. 또 “본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토론이 가능하겠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며 윤 후보가 ‘정치 초보’임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본선에 올려 보내기 불안한 후보’라는 네거티브 전략은 민주당 경선 당시 이낙연 후보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낙연 후보는 큰 폭으로 벌어진 격차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전략을 꺼내든 반면, 윤석열-홍준표 두 후보는 ‘격차를 가늠하기 어려운’ 관계라는 점이다. 지역 순회 경선을 통해 득표율이 한 달간 중계되던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11월5일 개표로 대선후보를 지명하게 된다. 2차 경선 후보 컷오프 개표 결과도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각 캠프는 대외적으로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격차’라는 정보값이 없는 상태에서, 당내 유권자들에게 ‘본선 경쟁력’이라는 화두는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안전한 후보’라는 홍준표 후보의 전략적 포지션 역시 다른 경선 주자들로부터 공략당하고 있다. 10월18일 4차 토론에서 원희룡 후보는 홍 후보에게 “수소를 어떻게 만드는지 아느냐”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홍 후보는 “수소 그거 H₂O(물의 화학식) 아니냐”라고 발언해 빈축을 샀다. 당시 현장에서는 웃으며 넘어갔지만 뒤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는 “수소경제 시대를 구축하겠다고 결심하고 내각에 지시하면 되지 수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세세한 부분까지도 알아야 되는지는 의문이다”라는 글을 올리며 진지하게 응수했다.

양강 구도 균열 내야 하는 유승민·원희룡

같은 날 유승민 후보도 홍 후보에게 “지출 구조조정을 하고, 복지 전달체계를 개혁하면 구체적으로 몇조 원이나 만들 수 있느냐”라고 질문했다. 홍 후보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구조개혁을 단행하겠다고 공약한 내용의 구체적인 근거를 묻는 발언이었다. 홍 후보는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지 않고 “정리해서 말씀해주시면 공부하겠다”라며 답을 피했다.

반면 유승민·원희룡 두 후보는 어떤 식으로든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두 후보는 상대적으로 자신이 더 준비된 후보임을 피력하는 중이다. 그러나 두 후보를 바라보는 당내 관점은 상반되어 있다. 당초 최종 경선 4인에 포함될 것으로 여겨졌던 유승민 후보와 달리 원희룡 후보는 ‘잃을 게 없는 후보’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 당내 인사는 “원희룡 후보는 경선 이후 차기 당권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 당내 기반이 강하지는 않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이름값을 높였고, 현재 당내에서 이만한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미 한 차례 대선 본선을 치른 바 있는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이번 대선 이후를 선뜻 떠올리기가 어렵다. 정치권에서 대권에 세 차례나 도전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11월5일 최종 경선까지 ‘후반전’은 남은 모든 카드를 다 소진해야 하는 승부가 됐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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