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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도, 곽상도도 '공인이라서' 졌다..유시민도 꺼낸 카드

오진영 기자, 홍재영 기자 입력 2021. 10. 2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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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언은 한동훈 개인을 비판한 것이 아닌 검찰이라는 공적 기관을 비판한 것입니다."

지난 20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동훈 명예훼손' 1차 공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정부나 국회의원, 검찰 등 공적 인물이나 단체에 대한 비판일 경우 일반적인 명예훼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취지다. 유 전 이사장은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 강력부 쪽에서 노무현재단 계좌를 봤고, 내 뒤를 캤다'는 취지로 주장해 고발됐다.

유 전 이사장이 무죄를 주장하며 '공인 비판' 카드를 꺼냈다. 앞서 법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언론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도 '공인에 대한 보도는 폭넓게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유 전 이사장도 검찰이 공적 기관이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법조계는 공인에 대한 발언은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면서도 허위사실 여부를 놓고 공방이 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동훈 검사장 비판은 검찰 비판"…'공인은 명예훼손 아냐' 주장한 유시민
한동훈 검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0월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재판부(지상목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오후 유 전 이사장의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첫 공판을 열었다. 유 전 이사장은 이날 재판에서 △당시 발언은 구체적인 사실 적시가 아니고 추측에 지나지 않는 점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 △국가기관(검찰)에 대한 비판이지 한 검사장 개인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유 전 이사장 측은 자신의 발언이 한 검사장 개인을 겨냥한 것이 아닌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의 권력남용을 비판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인 명예훼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가 공인이고 또 그 내용이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사적인 비방 목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유 전 이사장은 "한 검사장이 개인으로서 행동한 것이 아니고 (검찰로서) 했다"고 강조했다.

그간 법원은 명예훼손의 대상이 공인이거나 공적 기관이면 유죄 여부를 유연하게 판단해 왔다. 지난해 12월 10일 대법원이 선고한 2020도11471 판결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피고인은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가 사기꾼이다'는 글을 금융업계 단톡방에 올렸으나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의 목적이 피해자가 진행하는 거액 프로젝트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공익적 목적이라고 판단해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성 잡지 표지 사진을 올렸다'는 기사를 쓴 기자가 조 전 장관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한 것도 같은 취지다.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오권철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국민참여재판에서 이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에게 '명예훼손 피해자가 공인인지, 공적 영역의 보도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배심원들은 전원 무죄 의견을 냈다.

곽상도 무소속 의원이 '사설로 인해 명예가 훼손돼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하라'며 경향신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같다. 경향신문 A논설의원은 '곽 의원이 정의기억연대 마포쉼터 소장이 숨진 것에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합리적 근거는 내놓지 못했다'는 취지로 사설을 썼다. 재판부는 '언론이 공적 존재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에 속한다'며 경향신문의 손을 들어 줬다.
법조계 "공인 인정돼도 '허위사실'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
가족 비리 및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법조계에서는 공인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여부는 일반인을 명예훼손으로 다툰 것과는 다르다면서도 '불법 계좌추적을 했다'는 사실이 허위이기 때문에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검사장을 비롯한 검찰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없었다면 위법성이 조각돼 무죄가 선고될 수 있으나, 허위사실 유포까지 '국민의 알 권리'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 전 이사장 측은 고발된 이후 올해 초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자신의 주장이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고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한다며 허위사실임을 인정한 바 있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일반 국민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공인은(명예훼손에서) 경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법리가 있다"면서도 "한 검사장을 비롯해 검찰이 유 전 이사장을 모니터링 한 적도 없는데 '모니터링 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은 명예훼손죄의 객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유 전 이사장이 '검찰에게 한 말'이라고 한 것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에 처벌하지 않는다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염두에 두고 변론전략을 편 것"이라며 "(유 전 이사장이) 언론사 기자는 아니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라디오와 유튜브를) 별건으로 분리해 일부 발언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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