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코너] 수능 앞두고 ‘부적’도 인터넷 주문 시대

채제우 기자 2021. 10. 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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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소재 한 철학원이 온라인상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능ㆍ소원 성취 부적세트. 이 철학원은 수험생의 사주를 풀어 제작한 '개인 맞춤형 부적'을 배송해주고 있다./독자 제공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48)씨는 지난달 재수생 아들을 위해 10만원을 주고 인터넷에서 ‘수능 부적’을 주문했다. 주문 3일 만에 집에 도착한 택배 상자 안에는 비닐로 포장된 부적, 부적 봉투와 사용 설명서가 담겨 있었다. 이씨는 이를 아들 공부방 서랍에 몰래 넣어뒀다고 한다. 그는 “직접 기도하러 갈 상황이 안 돼,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인터넷으로 산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18일 열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비대면⋅온라인을 활용한 부적 주문·배달까지 등장했다. 코로나 때문에 직접 법당 등 종교 시설을 찾아 기도하기가 어려워진 이들이 인터넷으로라도 미신을 찾는 것이다. 실제로 수능철 대표 행사인 서울 종로 조계사의 ‘화엄성중 111일 기도’ 신청자는 1050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 100명 이상 줄었다. 조계사 관계자는 “코로나로 사람 모이는 곳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있고, 인원 제한 때문에 법당 안에서 기도를 드리기가 어려워지면서 참가 인원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학부모를 겨냥해 법당·철학관 등도 온라인 시장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소재 한 법당은 장당 4만9000원을 내면, 수험생을 위한 부적을 작성한 뒤 ‘소원 성취 7일 기도’를 대신 해서 보내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법당 관계자는 “수능을 앞두고 월 40여 건 정도 주문이 들어온다”고 했다. 경북 구미시 한 철학관은 전화로 수험생 사주(四柱)를 불러주면, 5만원에 맞춤형 부적을 만들어 배송해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양인들이 문제가 생기면 심령술사를 찾는 것처럼 마음이 급해진 학부모들이 전통적인 관습, 오래된 믿음 등에 기대 심리적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며 “인터넷으로라도 부적을 주문하는 것은 한국에서 수능이 가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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