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김웅 "저희" 녹취 공개되자..갑자기 '11월4일 이후 조사받겠다'

강재구 2021. 10. 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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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출석조사 일정 미루다 10월22일 확정
10월19일 김웅-조성은 녹취파일 공개
조사 하루 전 "11월4일 이후" 요구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경선 일정 노렸나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엔 단순히 출석 조사 비협조 때문만이 아닌 범죄 혐의를 상당 부분 입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손준성 검사는 공수처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일정 등을 고려해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조사 협조 요청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공개하며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야당 경선에 개입하는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별다른 이유 없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직전이나 이후에 조사받겠다고 요구하는 등 오히려 이번 수사를 정치적 논란 한복판으로 끌고가고 있다.

25일 공수처가 손 검사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힌 주요 이유는 일단 ‘조사 불응’이었다.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손준성 검사를 입건한 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와 손 검사 쪽 설명을 종합하면, 증거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 등을 마친 공수처는 지난 4일 처음으로 손 검사에게 ‘10월14일 또는 15일 출석 조사’ 일정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후 ‘변호인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를 대는 손 검사와 지루한 조사 일정 밀고당기기가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손 검사는 ‘10월22일 출석해 조사받겠다’는 뜻을 공수처에 전달했다.

수사팀은 그때까지 손 검사 태도에 비춰볼 때 10월22일 조사도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틀 전인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손 검사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고 한다. 공수처 예상은 맞았다. 손 검사는 조사 하루 전인 지난 21일 갑자기 ‘일정상 조사받기 어렵다. 11월2일 또는 4일 이후 출석이 가능하다’고 공수처에 알려왔다고 한다. 애초 출석하기로 했던 날짜에서 무려 2주 뒤쯤으로 조사를 미뤄달라는 것이었다. 11월5일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되는 날이다. 손 검사와 함께 입건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야권 지지자들을 향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은 ‘여권의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25일 사전구속영장 청구 사실이 알려지자, 손 검사는 공수처 수사팀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수사기관이 대선 경선 일정을 이유로 출석을 종용하는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자메시지를 보면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김웅 의원과 제보자 사이 녹취록이 공개됐다. 그에 따른 파장 및 국민적 의혹 확산, 대선 후보 경선일정 등을 고려해 신속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조속한 출석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협조를 구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대흥동 국민의힘 대전시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 안팎에서는 손 검사가 10월22일 출석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이를 미룬 뒤 “정치적 의도”를 주장하고 나선 배경에 자신의 혐의를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려워진 사정변경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석 조사 사흘 전인 지난 19일 공개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의 파장이 워낙 크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 보내겠다”고 말한 뒤 ‘손준성 보냄’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고발장을 전달한 점에 비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해온 손 검사가 더 이상 혐의를 부인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공수처가 손 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현재 출석일자를 늦추거나 불응하는 것은 실질적 방어권 보장 때문이 아닌 혐의가 중대하고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해명 사유가 없어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계속 불응할 경우 강제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법원이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손 검사 구인을 위한 영장을 공수처에 내준 것도 일단 거듭된 조사 불응에 더해 혐의를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손 검사는 공무원 신분임에도 공수처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해 그냥 두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검사가 영장심사에 나오지 않을 경우 판사는 당사자 구인을 공수처에 요구한 뒤 추후에 다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구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때는 심문 없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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