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식품硏, 백현동 民官개발 제안했지만 이재명의 성남시가 민간개발로 결정

[대장동 게이트]
李, 대장동선 "民官개발로 바꿔 공공이익 환수 늘었다"고 주장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과 비슷한 시기 추진된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도 민간이 수천억 원의 이득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당초 해당 백현동 부지의 주인이던 한국식품연구원은 성남시에 ‘민·관(民官)’ 개발 방식을 제안했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그러나 성남시는 정부 기관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민간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선 ‘민간 개발’을 ‘민관 개발’로 바꿔 공공 이익 환수가 늘었다고 주장해 왔다.

특혜의혹 제기된 백현동 아파트 옹벽./연합뉴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식품연구원은 지난 2014년 9월과 2015년 1월 성남시에 2차례 협조 공문을 보내면서 ‘연구원은 민간 매각을 통해 개발을 추진할 경우 매수자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와 공동으로 사업 추진 조건을 부여해 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처리할 방침’이라고 적었다. 당시 식품연구원은 전북혁신도시로 청사를 이전하기로 해 기존 부지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부지는 아파트 건설이 불가능한 ‘녹지지역’이어서 앞서 부지 매각이 여덟 차례 무산됐다. 이 때문에 녹지 지역을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2단계 높인 부지 용도 변경을 요청하면서 이같이 밝힌 것이다. 식품연구원은 당시 성남시가 공공성 확보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판단해 민관 개발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도공이 50% 이상 출자한 공공시행사는 건설 물량의 25%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자인 이재명 당시 시장은 자신이 강조해왔던 민관이 아닌 민간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시행사 ‘성남알앤디PFV’가 만들어졌지만 성남도공은 출자하지 않아 자산관리사(AMC)인 아시아디벨로퍼, 부국증권 등 민간이 주식을 다 가졌다. 자연히 배당 등 이익도 민간이 독차지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송석준 의원은 “토지 수용 작업이 필요 없다 해도 관을 끼어 사업의 공공성을 증대할 수 있었지만 포기하고 민간에 이득을 몰아준 것”이라고 했다.

식품연구원이 2단계 용도 변경을 주장했음에도 들어주지 않던 이재명 당시 시장은 아시아디벨로퍼 측이 부지를 매입한 후인 2015년 4월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나 뛴 용도 변경을 결재했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의 배경에 이재명 후보 선대본부장 출신인 김모(68)씨의 역할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씨가 2015년 1월 아시아디벨로퍼 측에 영입되고서 3개월 만에 파격적인 용도 변경이 이뤄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