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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엔 이순신, 육지엔 '이 사람'.. 치열한 전투 벌였던 독산성 [운민의 경기별곡]

운민 입력 2021. 10. 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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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별곡] 권율 장군이 활약한 곳, 오산 독산성

[운민 기자]

▲ 독산성에서 바라본 경기 남부일대 독산성의 높이는 해발 200미터에 지나지 않지만 평야가 넓게 펼쳐진 경기남부 일대에서 빼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 운민
경기도와 충청도를 이어주는 주요 지점에 위치한 오산은 예나 지금이나 육로교통의 요지였다. 일명 조선의 실크로드라고 불리는 삼남대로가 지나가는 주요 지점으로 북쪽으로는 수원의 지지대 고개, 남으로는 평택을 거쳐 삼남지방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 주변은 사도세자와 정조대왕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장소가 고루 분포되어 있어서 수원 화성, 화성 융건릉, 용주사와 함께 다녀올 만하다.

경기북부에 평화누리길이라는 훌륭한 트레킹 길이 있는 것처럼 오산을 중심으로 하는 과천, 의왕, 수원, 평택을 이어주는 총 거리 100km, 10개 구간의 경기도 삼남길이 근래에 조성되었다. 모든 길을 걸어 볼 수 없겠지만 오산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오산천 일대를 걸으며 곳곳마다 서 있는 팻말을 읽어보며 이곳에 담겨있는 옛 자취와 흔적을 더듬어 본다.     

지금은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예전에는 서해의 바닷물이 오산천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금도 공사 현장에서는 땅을 조금만 파도 갯벌 흙이 나온다. 오산의 옛 지명들을 살펴보면 포구를 연상시키는 위포(은계동), 어인포(초평동), 황새포(두곡동), 선창들(누읍동) 등의 명칭이 전해져 내려온다.

오산천을 건너 화성 융건릉으로 올라가다 보면 사방에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그 벌판 사이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가 눈에 띈다. 한눈에 봐도 이 산에 오르면 이 일대가 훤히 펼쳐질 것만 같았다. 산의 가장 높은 지점에는 권율 장군이 맹활약을 펼쳤던 독산성이 있다. 독산성은 200m 높이의 산에 불과하지만 이곳을 손에 넣게 되면 주변 조망권을 손에 넣을 정도로 중요한 요충지라 할 수 있다.    

임진왜란의 주요 전투 무대로 등장한 곳  
 
▲ 권율장군의 초상화 40살 늦은 나이에 출사해서 임진왜란에서 큰 활약을 펼쳤던 권율 장군은 이치전투와 독산성 전투에서 큰 활약을 하게 된다.
ⓒ 오산시청
 
삼국시대부터 독산성은 수많은 전투가 치열하게 펼쳐졌던 역사의 현장이었다. 백제가 처음 이 성을 쌓은 몇백 년 후 독산성 전투에서 고구려와 나제 연합(백제, 신라)이 치열한 전투를 펼친 끝에 고구려는 이 전투에서 지고 한강유역을 영영 상실하게 되었다. 이후 독산성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성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던 것이다.
임진왜란에 들어와 이 성은 다시 주요 전투의 무대로 등장하게 된다. 이미 경기 별곡 고양 편(행주산성), 양주 편(권율 장군묘)에서 수차례 소개했던 권율 장군의 이름을 드높이게 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 공중에서 바라본 독산성의 모습 삼국시대 처음 건설된 이후 독산성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독산성은 크지 않지만 사방을 널리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고구려는 이곳을 잃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강유역 전체를 잃고 말았다.
ⓒ 오산시청
    
독산성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전철 1호선을 타고 세마역에 내려 버스를 갈아타는 방법이 있다. 자차를 이용할 경우 독산성 음식문화거리 또는 독산성 산림욕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독산성까지 올라가면 된다. 등산이 꽤 고되다 생각하시는 분은 독산성 한복판에 자리한 보적사 주차장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다만 주차장이 좁아 주말에는 차들로 무척 붐비니 이 점은 고려해야 한다.

가을로 슬슬 접어들면서 오색 단풍이 산 전체를 물들기 시작했기에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초입부터 사람들로 꽤나 붐빈다. 가을의 정취도 살펴볼 겸 산림욕장에 차를 대고 독산성 정상을 향해 차근차근 올라가 본다.      

비교적 경사가 낮고 공기가 신선한 숲길을 걷는 것만큼 호사는 없는 듯 싶다. 적당한 운동도 되면서 모처럼 혼자만의 사색에 잠겨 볼 수 있다. 천천히 산길을 오르며 독산성 전투 당시의 권율 장군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임진왜란의 가장 큰 영웅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당연 충무공 이순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이 큰 활약을 펼쳤다면 육지의 권율 장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임진왜란의 초반, 일본군은 동래성 점령을 시작으로 신립장군과 탄금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순식간에 한양을 함락하는 등 초반 기세가 정말 매세웠다. 일본군의 일부는 한반도 최대의 곡창지인 호남지방을 침략하기 위해 내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기세는 두 장군에 의해서 한풀 꺾이고 만다.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이순신 장군이고, 육지에서는 권율 장군이 황진 장군과 함께 이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반격의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여세를 몰아 권율 장군은 1만 명의 군대를 이끌고 수도를 탈환하기 위해 북상을 계획한다. 1592년 10월 북진하던 권율은 성급하게 공격을 시도했다가 패배했던 용인 전투의 전례를 밟지 않기 위해 독산성에 주둔하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일본군의 총대장 우키타 히데이에는 한양에 있던 군대를 독산성으로 보내 사방을 포위하게 되면서 독산성 전투의 막이 오르게 된다.      

처음에 일본군은 성을 함락시키려고 갖은 수를 쓰지만 높은 곳에 위치한 성을 함락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고, 계곡물에 제방을 쌓아 성으로 들어가는 물을 막고 사방을 포위하면서 자연스레 항복을 얻어내려 했었다. 하지만 권율 장군은 야밤에 기병대를 활용해 물을 막은 보를 끊고, 일본군의 진영에 불을 지르는 등 지속적인 유격전으로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이에 전라도에서 구원병이 올라오고 일본군의 사기도 떨어지면서 퇴각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권율 장군은 곧바로 병력을 행주산성으로 옮기는데 그 유명한 행주대첩이 여기서 나오게 된다(경기 별곡 고양 편 참조).    
   
▲ 독산성 안에 위치한 보적사 독산성 동문 안에 위치한 보적사는 특별한 유물도 문헌도 전해지지 않지만 오랫동안 독산성을 관리해 왔던 사찰로 전해진다.
ⓒ 운민
 
어느덧 숲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넓은 하늘이 펼쳐지고 굳건한 독산성의 성벽이 산을 휘감듯 뻗어있다. 성벽에 오르자 동탄은 물론, 경기남부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과연 천혜의 요새라 할 만하다.
독산성에는 성벽 안쪽에 보적사라는 사찰이 있다. 특별한 유물이나 문헌은 존재하지 않지만 남한산성처럼 성을 관리하고, 때로는 노역에 동원하기 위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보적사의 정문으로 독산성의 동문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이 절만의 특별함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1km 남짓한 독산성 주위를 둘러본 후 이 성의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이 성의 상징적인 존재인 세마대로 올라가 보자.      
 
▲ 독산성 정상의 세마대 독산성의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세마대는 권율장군의 일화가 담겨 있는 유적이다.
ⓒ 운민
 
성의 장수가 지휘하는 장대로 사용되었던 세마대는 최근에 복원되긴 했지만 소나무 숲과 어우러지며 도도한 기품을 내뿜고 있다. 독산성 전투 당시 샘이 적어 오래 지키기 어려웠던 상황에 들자 권율 장군이 말을 세우고 쌀을 흩날리게 부어 씻게 했다고 한다. 그걸 본 일본군은 성안에 물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 포위를 풀고 달아나니 훗날 그곳을 세마대(洗馬臺)라고 일컫었다고 한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오산과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평범한 중소도시로만 알았던 오산이지만 궐리사, 독산성, 고인돌 공원 등의 역사적인 명소와 물향기 수목원, 오산천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도시의 정체성이 커져간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모르는경기도 : 경기별곡> 1편이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서 절찬리 판매중입니다. 다음 브런치, 오마이뉴스에서 연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 했고, 사진자료 등을 더욱 추가해서 한번에 보기 편해졌습니다. 경기도 여행은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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