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공 사장 사퇴 종용 녹취' 보도 소극적인 MBC 왜?

김도연 기자 2021. 10. 26. 13: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비평] "시장님 명 받아" 성남도공 본부장 녹취 어떻게 보도했나
채널A '황무성·유한기 대화녹음' 집중보도… SBS 두 꼭지, KBS 한 꼭지
별도 리포트 없던 MBC 뉴스데스크, 대신 이재명 해명에 집중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25일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 저녁 메인뉴스가 주목한 사건은 2015년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었던 황무성씨가 사퇴를 종용받았다는 내용을 담은 녹음파일이다.

이날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황무성·유한기 대화녹음'을 공개했다. 두 사람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은 'MBC를 제외한 방송사'들이 주목한 소식이다.

당시 유한기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이재명 성남시장, 정진상 성남시 정책실장, 유동규 성남도공 기획본부장 등을 언급하며 황 사장에게 물러나라고 하극상을 벌인 것인데, 특히 “시장님 명을 받았다”는 유 본부장 육성이 방송 전파를 타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 채널A 메인뉴스 '뉴스A'는 25일 첫 번째 리포트 “'시장님 명 받아'… 7번 등장한 '시장님'”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 황무성씨와 유한기 전 성남도공 본부장대화 육성을 보도했다. 사진=채널A 화면

황씨는 유동규 전 본부장과 대장동 개발사업 수익 배분 등을 놓고 대립한 인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해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채널A 메인뉴스 '뉴스A'는 25일 첫 번째 리포트 “'시장님 명 받아'… 7번 등장한 '시장님'”에서 황씨와 유한기 전 본부장 대화 육성을 보도하며 “황 사장은 누가 사퇴를 지시했냐고 계속 따져 물었고 유 본부장은 여러 인물을 언급하는데, 시장님의 명을 받았다는 답변도 있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라고 전했다.

이재명 후보는 25일 황무성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그 양반이 그만둘 때 퇴임 인사를 내게 하러 왔다. 그때 '왜 그만두나' 이런 생각을 했다. 잘 안 맞아서 그런가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며 모르는 내용임을 강조했다.

▲ 채널A 메인뉴스 '뉴스A'는 25일 첫 번째 리포트 “'시장님 명 받아'… 7번 등장한 '시장님'”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 황무성씨와 유한기 전 성남도공 본부장대화 육성을 보도했다. 사진=채널A 화면

TV조선 '뉴스9'은 25일 녹음파일을 보도하진 않았지만 이 매체는 메인뉴스 시작 전 홈페이지에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TV조선은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 유모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황무성 사장을 만나 사퇴를 종용한 녹취록 전문을 공개한다”며 “유모 본부장(유한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 이어 '2인자'로 불리던 인물”이라고 했다.

이어 TV조선은 “당시 대화에서 유모 본부장은 정진상 당시 정책실장과 유동규 본부장을 수차례 언급하면서 사퇴 종용은 '지휘부'의 뜻이었음을 강조한다. 또 '시장'이란 단어도 7차례 등장한다”고 전했다.

▲ TV조선 '뉴스9'은 25일 오후 홈페이지에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TV조선 홈페이지

JTBC와 MBN 메인뉴스는 25일 오후 톱뉴스로 이날 오전에 벌어진 KT 통신 마비 소식을 전했으나 녹음파일 보도도 한 꼭지씩 전했다.

JTBC 뉴스룸은 “성남도공 초대 사장 '사퇴 압박' 녹음파일 나왔다”는 제하의 리포트에서 “(두 사람) 대화가 이뤄진 날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를 배포하기 일주일 전”이라며 “결국 황씨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다음달 사장직을 내려놨다. 그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으며 대장동 개발 사업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MBN 종합뉴스도 '단독'을 달고 “'황무성, 사직서 쓰고 재신임 받으라'”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보도했다. MBN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황무성 성남도공 초대 사장이 부하 직원으로부터 사직 압력을 받은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MBN이 입수했다”며 “검찰은 황 전 사장의 사임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보도했다.

▲ KBS 뉴스9은 25일 다섯 번째 리포트 “황무성 사퇴에 이재명 측근 연루 의혹”에서 황무성·유한기 대화 음성을 보도했다. 사진=KBS 뉴스9 화면

MBC를 제외한 지상파 방송사 두 곳도 모두 보도했다. KBS 뉴스9은 다섯 번째 리포트 “황무성 사퇴에 이재명 측근 연루 의혹”에서 황무성·유한기 사이 대화 내용을 보도한 뒤 “검찰은 황씨 사퇴에 이른바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SBS 8뉴스도 열두 번째 리포트 “'오늘 사직서 내세요'… 본부장이 사장 압박”과 곧바로 이어진 “40분 대화에 시장 7번 등장… '사퇴 종용 사과'” 리포트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SBS는 “황무성 전 사장과 유한기 전 본부장의 대화에는 '시장'이라는 단어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며 “사퇴를 압박하는 상황에 당시 이재명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들 수 있는 부분인데, 유한기 전 본부장은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에 황무성 전 사장을 만나서 사과했다고 한다”고 했다.

▲ SBS 8뉴스는 25일 열두 번째 리포트 “'오늘 사직서 내세요'… 본부장이 사장 압박”과 곧바로 이어진 “40분 대화에 시장 7번 등장… '사퇴 종용 사과'” 리포트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사진=SBS 보도 화면

반면 MBC 뉴스데스크는 관련 소식을 별도 리포트로 전하지 않았다. 성남도공 초대 사장이 이 후보 측으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았다는 내용은 검찰의 수사 내용을 전하는 리포트(“김만배·남욱 혐의 보강… 李 '공모지침서 직접 보고' 부인”)에서 언급되는데, 이재명 후보 해명을 먼저 충분히 전하고 관련 의혹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MBC는 “이 지사는 측근인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에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며 이 후보 해명에 집중했다.

▲ MBC 뉴스데스크는 25일 성남도공 초대 사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으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았다는 내용은 별도 리포트로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의 수사 내용을 전하는 리포트에 언급되는데,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해명을 먼저 충분히 전하고 관련 의혹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이후 MBC는 “앞서 황 사장은 검찰 조사에 나오면서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그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이 최근 공개되며 파장이 일었다”며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에 이어 도시공사의 두 번째 실세로 불렸던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이 당시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과정이 드러나 있다”고만 전했다.

MBC를 제외한 주요 방송사들이 녹음파일 육성을 그대로 보도하거나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는 걸 고려하면 매우 소극적인 보도다. MBC 뉴스데스크가 첫 소식으로 전한 내용은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보도였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