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때 모질게 한 것 사과" 文 "1위 되니 심정 알겠죠?"

강태화 입력 2021. 10. 26. 16:41 수정 2021. 10. 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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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부담을 언급하며 “이 짐은 현 정부보다 다음 정부가 지는 게 더 클 것 같다”고 말하자 이같이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회동에 배석한 이철희 정무수석은 50분간의 차담이 끝난 뒤 이같은 대화 내용을 전했다. 이날 만남은 지난 10일 이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지 16일만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차담에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때 저와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고, 경쟁을 마친 후에도 다시 함께 힘을 모아서 함께 정권교체를 해냈다”며 “그동안 대통령으로서, 경기지사로서 함께 국정을 끌어왔는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 이 후보가 새로운 후보가 돼 여러모로 감회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경쟁을 치르고 나면 그 경쟁 때문에 생긴 상처를 아우르고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요일 이낙연 전 대표와의 회동은 아주 좋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그러자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며 “지난 대선 때 좀 모질게 했던 부분에 대해서 사과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을 아시겠죠”라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환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 후보는 문 대통령에게 날선 비판을 했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지지자들은 강하게 대립했다. 이 후보가 한동안 '반문' 또는 '비문'으로 규정돼온 이유이기도 했다.

4년전 일을 사과한 이 후보는 차담 내내 “대통령과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의 전날 시정연설에 대해선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들어 있어서 너무 공감이 많이 갔다”고 했고, 미래 산업에 대한 국가의 대대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말에 대해서도 “공감이 많이 갔다”며 확장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민주당의 핵심가치라고 하는 민생, 개혁, 평화의 가치를 정말 잘 수행했다”, “경제발전, 군사강국, 문화강국으로 자리잡은 것은 다 문 대통령 노력 덕분”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차담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반면 문 대통령이 2050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과도한 감축 계획을 제시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에서 준비도 안 하고 말만하다가 기회를 놓쳤다”며 전임 정부로 책임을 돌렸다.

이 후보가 향후 대선 운동과 관련 “안 가본 곳을 다 가보려고 한다”고 하자,문 대통령은 “방역을 잘해 대선이 활기차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이 하나가 빠져 있다”며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일종의 극한직업이라 체력 안배도 잘해야 하고 일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문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을 언급할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철희 수석은 “대장동의 ‘대(大)’자도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나 수사라는 단어 자체도 나오지 않았다”며 “사전에 ‘선거운동이나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주제는 피하자’고 했고, 실제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이어 “야당 후보가 선출되고 후보가 요청을 하면 야당 후보와의 만남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차담에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 혐의자로, 대통령이 그런 사람을 만나면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준다”며 환담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잘못된 만남이고, 명백한 선거 개입 행위”라고 했고, 홍준표 전 대표도 “은밀한 회동이자 대통령으로서 아주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는 백송(白松) 관련 얘기를 나누다 “심은 사람이 좀 특이한 분”이라고 했다. 해당 소나무는 1983년 식목일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심었다. 이 후보는 22일 광주 5ㆍ18 민주묘지를 참배했을 때는 ‘전두환 표지석’을 밟고 “윤석열 후보는 존경하는 분이라 밟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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