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사망] 외신 긴급보도.."쿠데타·부패 불명예, 북방정책도"(종합)
북방정책, 유엔 가입, 88올림픽 등 호의적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세계 주요 외신도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일제히 긴급기사로 전했다.
외신들은 12·12 쿠데타 조력, 직선제 회복 뒤 첫 대통령, 수뢰로 인한 투옥 등 여러 가지 평가를 곁들여 그의 정치 역정을 소개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연합뉴스를 인용해 노태우 전 대통령이 89세를 일기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속보로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독재자에 의한 통치에서 민주적 선거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그가 중요한 인물이지만 논란이 많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가 쿠데타의 공모자에서 한국의 민주화 뒤 국민이 선출한 첫 한국 대통령이 됐지만 반역과 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불명예스럽게 정치 경력을 끝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노 전 대통령이 입원했던 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별세 사실을 보도했다.
AP통신은 노 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동기인 전두환 씨를 대통령으로 만든 계기가 된 1979년 쿠데타를 지원하려고 자신이 지휘하던 육군 사단을 이끌고 서울로 진입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쿠데타와 1980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대한 군사 진압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운 두 시기라고 지적했다.
또 1987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되찾게 된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그해 말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후에 수뢰와 부정 축재를 인정하고 투옥됐으며 이후 김대중 정부 때 국가 화합 차원에서 사면을 받고 대중의 시선을 피해 말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고인은 재임 시절 한국의 유엔 가입 등 외교적 업적을 이뤘지만 동시에 퇴임 후 부정부패로 유죄를 선고받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또, 그의 재임 기간 당시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배로 뛰었고, 임기 첫해인 1988 서울 올림픽을 개최해 한국을 국제무대에 널리 알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노동 불안과 인플레이션으로 '한국 경제의 기적'이 위협받았으며 재벌의 부동산 투기로 서민의 분노가 커졌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아울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그가 한국인에게는 1980년 광주에서 무장군으로 시위대를 진압한 것과 영원히 연관돼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교도통신은 그가 대통령 재임 시 '북방정책'으로 불리는 외교정책을 펼쳐 냉전 시대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옛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USSR)에 다가갔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여당 대표였던 1987년 '민주화 선언'을 내놓아 군(軍) 출신이면서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지위를 높였다"고 보도했다.
또 1990년 5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국회에서 연설한 사실도 거론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노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성공 개최, 북방 외교, 북한과 유엔 동시 가입 등을 꼽으면서 "한국을 국제 무대로 크게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독일 dpa 통신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79년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는 것을 도운 뒤 그를 계승한 인물"이라며 "1987년 민주화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나자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한 뒤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자신의 군인 이미지를 떼어내기 위해 '보통 사람들의 시대'라는 표어 아래 임기를 시작한 노 전 대통령은 1996년 부패와 내란·반역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천600억원을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사면됐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AFP통신은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자 군인으로, 수백 명이 희생된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데 가담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고 타전했다.
중국 관영 영어뉴스 채널인 CGTN도 노태우 전 대통령이 89세로 사망했다고 긴급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 통신 역시 연합뉴스를 인용, 1988년부터 1993년까지 한국을 통치했던 노 전 대통령이 89세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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