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동기 노태우·전두환..쿠데타 동지서 백담사 유배 '앙금'
5공화국 거치며 정치 동지
노 前대통령 회고록 통해
"5공 청산으로 全과 갈등
국민요구 무시할 수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일과 겹쳐
全, 별세소식에 말없이 눈물
◆ 노태우 前대통령 타계 ◆
두 사람의 인연은 고교 때부터 출발한다. 대구 출신의 노 전 대통령은 대구공고의 전신인 대구공업중을 거쳐 1951년 경북고를 졸업했다. 한 살 많은 전 전 대통령은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따라 대구에 정착해 같은 해 대구공고를 졸업했다. 이듬해에는 육사 제11기(정규 육사 1기) 동기생으로 다시 만난다. 노 전 대통령은 생도 시절 럭비부에서, 전 전 대통령은 축구부에서 활약하며 우정을 키웠다.
노 전 대통령이 대위 시절인 1959년 김옥숙 여사와 결혼할 때 전 전 대통령이 결혼식 사회를 봐줄 정도로 두 사람은 돈독했다. 육군에서 출세는 전 전 대통령이 다소 빨랐다. 노 전 대통령은 육군참모총장 수석부관을 시작으로 대통령경호실 작전차장보, 보안사령관 등 전 전 대통령이 거쳐간 자리를 이어받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쿠데타로 더욱 공고해졌다. 12·12 쿠데타 당시 노 전 대통령은 9사단 병력을 중앙청으로 출동시켜 당시 신군부의 권력 장악 과정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후 전 전 대통령의 튼튼한 신임을 바탕으로 정무장관에서 시작해 초대 체육부 장관, 내무부 장관,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대한체육회장, 민주정의당 대표위원, 제12대 국회의원(전국구) 등을 거치며 2인자로서 터를 닦았다. 1987년에는 전 전 대통령 추천으로 민정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으며, 직선제 개헌 약속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전격적인 6·29 선언과 '보통 사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후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5공 청산'이라는 여론의 거센 요구에 노 전 대통령은 민심이 가라앉을 때까지 조용한 곳에 가 있으라고 권고했고, 전 전 대통령 측은 백담사를 택했다. 이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두 사람은 12·12 쿠데타와 비자금 사건 등으로 1995년 나란히 구속돼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전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을,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의 중형을 각각 선고받은 뒤 같은 해 12월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적 합의에 따라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은 먼저 검찰 소환에 응해 구속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노태우가 일을 그르쳤어. 그렇게 쉽게 검찰에 가는 것이 아닌데 끝까지 버텼어야지"라면서 강한 불만을 터트린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대통령은 또 "나는 땜쟁이(대구공고) 출신이고 노씨는 명문고(경북고) 출신인데도 나보다 뒤처졌던 현실에 대해 불만이 있었을 수도 있다"면서 "노씨 및 부인 김옥숙 씨가 대통령과 영부인이 된 뒤 사람이 확 달라져 버린 것을 보고 친구나 동기에게 후임 자리를 물려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그들(5공 측 인사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대통령이 국민 요구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하면 대통령이 아니라 독재자라는 것이 나의 철학이었다. 그런 인식 차이로 인해 전임자는 나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면서 서운해할 수 있는 것이고, 나는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을 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침묵 속에 눈물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별세 소식을 접하고 아무 말씀을 하지 않은 채 눈물만 지었다고 부인 이순자 여사가 전했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별도의 애도 메시지를 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으로 투병 중인 만큼 빈소를 조문할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이날 세상을 떠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10·26 사건으로 서거한 날과 겹치게 됐다. 1951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노 전 대통령은 1956년 육군 제5보병사단 소대장으로 발령받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5사단장이었다.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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