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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 재벌과 혼인..재헌씨, 2년 전부터 5번 광주행 "사죄"

유정인·박순봉 기자 입력 2021. 10. 26. 20:59 수정 2021. 10. 2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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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은 가족사

[경향신문]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보통 사람의 시대’를 선언했지만, 자녀들의 삶은 ‘보통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들 재헌씨(56)는 5·18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범죄자의 아들로 여러 번 광주를 찾아 사과했다. 개인사도 평범하지 않았다. 재헌씨와 딸 소영씨(60) 모두 노 전 대통령 재임기에 청와대에서 재계 자녀와 결혼식을 치렀다.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아버지 인생 굴곡에 따라 자녀들의 인생그래프도 오르락내리락 했다.

재헌씨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5차례 광주를 찾아 아버지의 과오를 대신 사과했다. 2019년 8월23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처음 사과했다. 방명록에는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재헌씨는 아버지의 뜻이라며 “아버지에게 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5일 다시 광주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재헌씨는 지난해 5월29일 다시 5·18민주묘지를 찾아 노 전 대통령 이름의 조화를 헌화했다. 조화에는 “13대 대통령 노태우 5·18 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리본이 달려 있었다. 지난 4월21일에도 5·18민주묘지를 찾았고, 5월25일에는 광주 동구의 한 소극장을 찾아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연극 <애꾸눈 광대-어느 봄날의 약속>을 관람했다.

다만 재헌씨의 사과에도 오월단체는 진정성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나타낸다. 노 전 대통령의 2011년 회고록에 ‘5·18의 진범은 유언비어’라는 문구를 수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딸 소영씨는 노 전 대통령 임기 첫해인 1988년 9월 선경그룹(현 SK그룹) 후계자인 최태원 현 SK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집안 간의 만남’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 선경그룹이 대통령의 사돈기업이 된 후 제2 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되면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소영씨 부부의 삶은 순조롭지 않았다. 1993년 미국 법원에서 미화 19만달러를 1만달러 이하로 쪼개 몰래 가져온 혐의로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돈을 몰수당했다. 1995년 이 미화가 비자금 일부라는 의혹이 일었다. 소영씨와 최 회장의 딸 민정씨는 2014년 11월 해군 소위로 임관해 군생활을 하다가 2017년 11월 중위로 전역했다. 이듬해 한 투자회사를 거쳐 2019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근무하고 있다.

재헌씨도 노 전 대통령 임기 중이었던 1990년 동방유량(현 신동방그룹) 신명수 전 회장의 맏딸 정화씨와 결혼했다. 동방유량은 1992년 증권업에 진출했지만 설립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줄곧 특혜 시비에 시달렸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부터는 비자금 사건으로 한데 묶여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이 사돈기업을 통해 비자금을 은닉해 관리했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노 전 대통령이 추징금 2397억원을 완납하기까지 신 전 회장에게 맡긴 비자금을 둘러싸고 수사와 진정, 법원 판결이 반복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신 전 회장은 2013년 9월 추징금 230억원 중 80억원을 대납하며 ‘추징금 악연’을 표면적으로 털었다.

유정인·박순봉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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