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영장 기각..공수처 또 체면 구겼다

이윤식 2021. 10. 26. 23: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표류하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
법원 "필요성·상당성 부족"
체포영장 기각후 무리수 평가
공수처 "증거 보강후 재청구"
손검사 내달 초에나 출석할듯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돼 공수처에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왼쪽에서 셋째)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사주' 의혹의 당사자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앞서 이미 법원이 체포영장을 기각한 상황에서 피의자 소환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 '무리수'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이번 청구는 공수처 출범 이후 '1호 구속영장 청구'라 공수처로서는 자존심을 구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불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심리하고 같은 날 늦은 오후 10시 40분쯤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공수처의 출석 요구 상황 등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인 손 검사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 손 검사가 심문 과정에서 "앞으로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기각 결정에 따라 공수처는 다음달에야 소환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는 선임된 변호인이 사건 파악을 마치고 다음달 2일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국정감사 후 출석'을 공언한 터라 조만간 조사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총선 직전인 지난해 4월 3일 미래통합당 후보 신분으로서 손 검사로부터 범여권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고발장을 받아 이를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공수처는 앞서 지난 20일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의 영장 청구 때부터 검찰에서는 '매우 이례적'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체포영장이 기각되면 통상 영장 재청구를 한다. 체포영장이 기각됐는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는 공안 수사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피의자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해 보장된 방어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수처가 '강제 수사 최소화'라는 사건사무규칙과 규율을 무시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관행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들이대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제 공수처가 출범하는 등 최근 법조계 분위기가 너무 바뀌어 여기에 '이례적'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수처도 전날 "지난 4일 처음 소환을 통보한 이후 계속된 일정 조율 과정에서 손 검사 측이 보여준 일관된 불응 태도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체포영장 재청구를 통한 출석 담보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기각 직후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손 검사에 대한 조사와 증거 보강 등을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올마이티미디어 대표는 19일 방송을 통해 김 의원이 지난해 4월 3일 "고발장 초안을 아마 저희가 만들어서 일단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라고 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윤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