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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수사 공수처, 손준성 체포·구속영장 줄기각..무리수 구설 전망

한기호 입력 2021. 10. 2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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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피의자 증거인멸·도망 우려나 현 단계 구속 필요성·상당성 부족"
공수처 손준성 소환일정 조율 도중 체포영장·사전구속영장 청구 강행
꺾인 1호 구속영장..늑장통보 반발한 孫 "공수처가 野 경선 운운 겁박" 폭로도
이른바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연루자로 의심 받는 손준성(가운데)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른바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피의자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연이어 청구한 데다 '야당 대선 경선 일정을 고려'했다는 내막까지 드러내며 신병 확보를 서두르던 공수처가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10시40분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손 검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거쳐 "피의자에 대한 출석 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진행결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또 "심문 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에 무게를 실은 입장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지난해 4·15 총선 직전 부장검사 출신 미래통합당 김웅 서울 송파구갑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가 이 사건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당시 통합당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두차례 전달하기에 앞서 손 검사가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텔레그램 메신저 상에서 고발장이 이미지파일 형태로 조씨에게 전달됐는데, '손준성 보냄'이란 흔적이 남아 있어 파일의 최초 전달자가 손 검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게 그 배경이다. 그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대검의 수사정보담당관으로 있으면서 담당관실 소속 검사에게 고발장 작성과 관련 정보 수집을 시켰다고 보고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려 했다.

법원이 앞서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시10분쯤까지 진행한 손 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공수처는 심문 과정에서 손 검사가 그동안 소환에 '불응'해 왔고,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신병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에서 처음으로 공수처 수사팀과 대면한 손 검사와 변호인은 '변호인 선임'을 위해 출석 일자를 늦췄을 뿐, 내달 출석 일자를 확정 통보했음에도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고발 사주 개입 혐의 역시 부인하면서 현직 검사로서 신원이 확실해 도주 우려가 없으며, 공수처가 이미 압수수색을 통해 필요한 증거를 확보해 인멸 가능성도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지난 4일부터 출석 날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말을 번복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한 차례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23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는 피의자인 손 검사에겐 25일에야 사전구속영장 청구 사실이 통보됐다.

이후 절차적 문제가 제기됐다. 손 검사는 25일 변호인을 통해 언론에 낸 입장문에서 "공수처 모 검사는 '대선 경선 일정이라는 정치적 고려와 강제수사 운운하는 사실상의 겁박 문자'를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보냈다"며"명백히 야당 경선에 개입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피의자 방어권이 침해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폭로했다.

또한 "손 검사는 10월 초부터 공수처와 출석 일정을 조율하면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사실과 이를 위해 변호인 선임 중이라는 사실을 수차례에 걸쳐 명백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며 "(공수처는) 기본권을 무시하고 아무런 통보도 없이 갑자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은 "출석 불응 의사가 명백한 경우 일단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통상의 경우와도 달리 아무런 조사도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도 며칠이 지나도록 통보도 하지 않았다"며 심문기일 전날(25일)에야 청구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손 검사 측이 공수처가 20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나온 입장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결국 법원은 이날 손 검사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소환 일정 조율 중 체포영장 청구 및 기각 사실 미통보, 그 직후 사전구속영장 청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후보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 고려 등 이례적인 수를 둬온 공수처가 공권력 남용 등 무리수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일각에선 공수처 출범 이래 '1호 구속영장'이 기각돼 수사 동력을 잃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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