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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34] 과학은 우주로 가는데, 정치는 퇴화 중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1. 10.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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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 '은하철도의 밤'.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을 겪더라도 그것이 진정 옳은 길을 가는 중에 생긴 일이라면,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그 한 걸음 한 걸음은 모두 진정한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이겠지요.” “네, 맞아요. 최고의 행복에 이르기 위해 갖가지 슬픔을 겪어야 하는 것도 모두 하늘의 뜻이랍니다.” - 미야자와 겐지 ‘은하철도의 밤’ 중에서

인공위성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21일,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3단계 분리를 성공시키며 목표했던 높이까지는 도달했으나 탑재했던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1992년 ‘우리별’이라는 작은 위성을 시작으로 우주 개발 사업에 뛰어든 지 30년, 한국은 이제 1t이 넘는 물체를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독자 기술을 가진 7번째 나라가 됐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으로 시작하는 주제가로 유명한 TV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에 영감을 준 소설이 ‘은하철도의 밤’이다. 고기잡이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병든 어머니를 돌보는 조반니는 어느 밤, 친구 캄페넬라와 함께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를 여행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꿈, 소년은 친구가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것을 알게 된다.

지금은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책이지만, 미완의 유작이기에 작가는 그 어떤 영광도 누린 적 없다. 자비로 출판한 적이 있는데 팔린 책은 고작 다섯 권. 그래도 ‘내 책은 세상에 도움이 될 거야’라며 작가는 자신의 글을 믿었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그런데 중요한 도약의 과정, 발사가 예정보다 늦춰지고 문제를 인지한 과학자들 모두 초긴장 상태였을 그 순간, 우주센터 통제실에 정부 수장과 의전비서관, 방송 관계자들이 들이닥쳐 어수선했다고 한다. 더구나 실패 후 과학기술부의 결과 발표도 있기 전에 주인공인 양, 정부가 대국민 담화까지 먼저 내놓았다.

멀찍이서 지켜보고 연구진의 브리핑까지 들은 뒤 나섰다면 얼마나 의젓해 보였을까. 과학기술은 우주를 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는데 정부의 성숙한 모습은 언제쯤 국민의 몫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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