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분당 출퇴근 김대리, 기름값 月 1만5000원 아낀다

정석우 기자 2021. 10.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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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역대최대 20% 인하

다음 달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휘발유와 경유, LPG에 붙는 유류세가 20% 인하된다. 기획재정부는 26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거쳐 이같이 확정했다고 밝혔다. 유류세 인하는 2000년 3~4월, 2008년 3~12월, 2018년 11월~2019년 9월 등 세 차례 있었는데 인하 폭은 최대 15%였다. 20% 인하는 역대 최대 폭이다. 당정은 이날 또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할당 관세율(현행 2%)도 내년 4월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가스 요금을 비롯한 공공 요금은 연말까지 동결 원칙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휘발유 가격 9.5% 인하 효과

유류세를 20% 낮추면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L당 164원(820원→656원), 경유는 L당 116원(582원→466원), LPG의 경우 L당 40원(204원→164원) 내려간다. 유류세 인하분을 주유소 등 유류 판매자가 소비자 가격에 100% 반영한다고 가정하면, 휘발유 가격은 1732원(10월 3주 평균 가격 기준)에서 1568원으로 9.5% 내려간다. 경유 가격은 7.6%(1530원→1414원), LPG는 4.1%(981원→941원) 인하된다.

기재부는 170일간의 인하 기간에 연비 10㎞/L 가솔린 승용차(스팅어, K8 등)로 매일 40㎞를 운행하면 주유비가 월 평균 2만원 줄어든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사는 직장인이 3‧1절, 설 연휴, 대통령 선거일(내년 3월 9일) 등 법정 공휴일과 주말을 제외한 116일간 서울 광화문으로 하루 57㎞ 왕복 출퇴근을 K5 승용차(연비 13㎞/L)로 하면 월 평균 1만4850원의 휘발유값을 아낄 수 있다. 동절기 난방비 부담도 줄어들어 2%대인 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매월 0.33%포인트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여당 요구대로 20% 인하

당초 기재부는 세수 감소 규모와 한시 인하 뒤 다시 되돌릴 때 인상 충격 등을 감안해 이전 최대 인하 폭인 15%를 주장했지만, 여당의 20% 인하 요구에 밀렸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 후 “정부 검토 안은 이전 역대 최대였던 15%였고 그에 준한 물가 대책을 세웠는데 오늘 아침 당정협의 과정에서 당의 20%를 정부에서 수용했다. 당에서 세게 말했다”고 했다. 기재부는 이번 유류세 인하로 국세 수입이 2조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인하 기간도 문재인 정부 임기 만료일(2022년 5월 9일)을 9일 앞둔 4월 말까지로 정해 사실상 임기 끝까지 유류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소비자 가격 인하까지는 1~2주 더 걸려

정부는 교통에너지환경세(휘발유⋅경유), 개별소비세(LPG) 등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차관회의, 국무회의, 공포 등 절차를 거쳐 11월 12일 유류세 인하안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유류세 인하가 실제 소비자 판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1~2주 시차가 생길 수 있다. 유류세는 정유 공장에서 석유 제품이 나오는 순간부터 붙는데, 주유소까지 유통되는 데 통상 2주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재고를 모두 소진한 다음에야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해 기름값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는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 내년 4월 30일 이전에 유류세 인하를 종료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국제 유가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석유 수요가 증가하고, 산유국의 증산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아시아의 석유 수요가 회복되면서 세계 석유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인 하루 1억배럴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계속되면 국내 유가가 더 오르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25일(현지시각) 전날보다 2.18%(1.8달러)오른 배럴당 84.37달러에 거래를 마쳐 2018년 10월 4일(84.44달러)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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