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쿠데타로 에티오피아도 불안.. 흔들리는 아프리카

정지섭 기자 입력 2021. 10. 27. 03:33 수정 2021. 10. 2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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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에 빠진 '아프리카의 뿔'
'민주주의 상징' 수단 과도정부 붕괴.. 유엔·EU·백악관, 비난성명 발표
군부 재집권땐 주변국 反軍 지원해 인접국 에티오피아와 갈등 커질 듯
소말리아 정세에도 악영향 가능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6일 전날 아프리카 수단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와 관련한 회의를 긴급히 개최했다. 유엔의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미첼 바첼레트 인권 최고대표와 유럽연합, 미 백악관도 수단의 군부 쿠데타를 비난하고 용인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일제히 냈다. 수단의 쿠데타 세력은 25일 무력을 동원해 압델라 함독 과도정부 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을 체포한 뒤 과도정부 해산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7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했다.

국제사회가 수단 쿠데타에 대해 신속한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수단의 정정(政情) 불안이 아프리카와 중동 정세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수단 과도정부는 그동안 아프리카·중동 정세 불안을 제어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수단은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와 총 1349㎞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소말리아와 함께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데, 내전과 테러가 만연해 위험 지역으로 꼽혀왔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안보 취약 지역인 아프리카의 뿔을 강타한 수단 쿠데타로 지역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자치권 확대를 시도하는 북부 거주 부족 티그레이에 대한 정부의 소탕 작전이 격화되면서 민간인 학살과 성폭력 등이 자행되고 2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하는 등 상황이 갈수록 악화일로다. 티그레이족과 반목해온 이웃 에리트레아도 에티오피아 정부군 측에 가담해 내전이 국제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오랜 내전으로 황폐화된 소말리아에서는 올 하반기 예정됐던 총선과 대선이 연기되며 정정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수단과 '아프리카의 뿔' 국가들 상황

수단 역시 과도정부 전에는 이 나라들처럼 내전과 쿠데타, 인종·종교 갈등이 만연했던 아프리카의 화약고였다. 그러나 30년간 집권해온 독재자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에 이은 쿠데타로 2019년 4월 쫓겨난 뒤에는 아프리카 민주주의 정착의 시험대로 주목받았다. 군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과도정부를 꾸렸고, 유엔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경제학자 출신 압델라 함독이 과도정부 총리가 됐다. 이후 바시르 정권 때의 이슬람 강경주의 노선에서 벗어나 친서방·친미 노선으로 급선회했다. 과거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의 테러로 희생된 미국인들에게 총 3억3500만달러(약 3905억4300만원)를 배상하면서 28년 만에 미국의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됐다. 이스라엘과도 국교를 수립했다. 그러나 2023년 예정된 민간정부 수립 및 권력 이양을 앞두고 군부 내 과격파 세력이 반발, 결국 이번 쿠데타로 이어졌다.

특히 이번 쿠데타가 주변 국가들의 정세를 악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수단 군부는 그동안 에티오피아 정부군에 맞선 티그레이 측에 물자를 공급하며 은밀하게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반군 지원이 노골화돼 에티오피아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프리카 연구 싱크탱크인 리프트밸리 연구소의 마그디 엘 기줄리 분석가는 더타임스에 “(수단의 쿠데타 세력이) 통치 세력으로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경 분쟁 등 에티오피아와의 갈등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수단의 지원을 받는 티그레이 반군이 에티오피아와 연합전선을 펴고 있는 에리트레아까지 공격해 전선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단 쿠데타로 촉발된 이 지역의 혼란은 테러 집단과 해적 활동의 본거지로 악명 높은 소말리아 상황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소말리아에서는 알 카에다를 추종하는 무장단체 ‘알 샤바브’ 등 테러집단의 인명 살상이 잇따르자 2007년부터 아프리카 국가들이 파견한 1만5000여 명의 연합군이 치안 업무를 맡아왔다. 하지만 연합군에 4000여 명을 파견한 에티오피아가 최근 티그레이 반군 소탕에 집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소말리아 주둔 병력을 철수시키고 있어 치안 악화가 우려된다. 국립외교원 김동석 부교수는 “수단 상황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뿐 아니라 인접한 아랍 국가들의 정세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테러단체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아프리카 대륙 가장 동쪽에 있는 소말리아 반도와 주변 지역을 일컫는 말. 소말리아 반도가 코뿔소 뿔처럼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소말리아·지부티 등이 이 지역에 포함된다. 홍해와 아덴만을 두고 아라비아 반도와 마주 보고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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