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만 300명 된 尹..7월엔 "내가 못살겠다" 호통 쳤다는데

현일훈 입력 2021. 10. 27. 05:00 수정 2021. 10. 2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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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 9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몇 명 안 되는 캠프 공보팀을 전부 불러놓고 불같이 화를 냈다. 이날 아침 일부 언론이 ‘윤 전 총장이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났다’고 보도한 게 시발점이었다. 언론 문의가 이어지자 공보팀은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간 것”이라고 했다가 곧 “멀리서 응원만 했다”고 정정한 뒤, 다시 “사실은 안 갔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내가 못 살겠다”고 질책한 것이다. 호된 꾸지람 이후 캠프 실무자들 사이에선 “쏟아지는 보도에 대응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푸념이 나왔다. 윤 전 총장도 따로 인원 부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정치 선언 뒤 ‘작지만 효율적 캠프’를 컨셉으로 잡고 막 이마빌딩에 입주한 때의 일이다.

지금의 윤석열 캠프는 전혀 딴판이다. 비단 당시 일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26일 현재 직함을 가진 참모가 300명에 육박한다. 전·현직 국회의원만 80여명일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이를 두고 홍준표 의원은 “줄 세우기”라고 날을 세우지만, 26일에도 박대수·박성민·서정숙·이채익·정동만·최춘식·황보승희 의원이 추가로 캠프에 입성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주호영,박진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권성동본부장 등이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①캠프, 누가 이끄나=캠프 상층부엔 공동선대위원장 5인(김태호·박진·심재철·유정복·주호영)이 있지만, 실제 캠프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건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은 권성동 의원이라는 게 중론이다. 캠프 관계자는 “아침마다 권 의원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25일에도 캠프가 다 울릴 정도로 ‘보고체계를 똑바로 지키라’며 실무진을 혼냈다”고 전했다. 권 의원을 필두로 윤한홍 총괄부실장과 박민식 기획실장, 신지호 정무실장 등이 핵심 실무를 담당하는데, 모두 옛 친이명박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직전까지 캠프 총괄실장이었던 장제원 의원이나 최근 캠프에 온 조해진 의원도 친이계였고, 이날 윤 전 총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등을 함께 참배한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냈다.

친이계가 실권을 쥐고 있다지만, 캠프 구성원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공동선대위원장 면면을 봐도 알 수 있는데, 김태호 의원과 유정복 전 인천시장은 친박근혜계, 주호영 의원은 친이계였다.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윤상현 의원은 한때 '친박 핵심' 이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 각각 비서실장과 대변인을 지낸 이학재 정무특보와 이상일 공보실장도 한때 친박계로 분류됐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인맥도 포진해있다. 비전전략실장을 맡은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비롯해 김병민 캠프 대변인, 윤희석 공보특보, 함경우 상근 정무 보좌역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 가깝다. 김 전 위원장 역시 '전두환 공과' 발언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고 사죄했으면 된 것”이라고 두둔하는 등 연일 윤 전 총장에 대한 엄호성 발언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당 밖 인사로는 더불어민주당 4선 출신인 오제세(캠프 보건복지 정책고문) 전 의원과 민주당 최장수 대변인이었던 유종필(상임고문) 전 관악구청장이 합류했다. 호남 출신인 김경진 전 국민의당 의원은 대외협력특보로 활동 중이다.

윤석열 국민캠프 누가 이끄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②조직력=캠프는 기획·정무·공보·전략 등 짜임새 있는 조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인 셈이다. 각 하부 조직의 각종 자료와 정보, 지역별 당원협의회 상황 등이 본부 상황실로 올라와 이를 토대로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한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캠프의 조직지원본부 보고서를 입수했는데 10월 18일 작성된 부산 현장보고서에는 현장 상황과 사진, 노출된 문제점 등이 담겨 있다.

부산 MBC 토론회와 관련해 홍준표·원희룡·유승민 후보는 지지자들과 방송사 입구까지 걸어간 반면, 윤 전 총장은 차량을 통해 바로 입장해 지지자의 불만을 샀다는 내용이었다. 캠프 관계자는 “보고서를 토대로 다음 날 회의를 했고, 이후 TV토론부터는 현장 지지자의 스킨십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매머드급 정책자문단도 윤 전 총장을 돕고 있다. 이날 홍준표 의원의 부동산 공약을 두고 “쿼터 아파트는 설익은 정책”이라고 반박한 것도 정책자문단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3일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국민캠프 청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③측근 리스크=캠프가 커지면서 측근 발 구설도 잦아지고 있다. 손바닥 왕(王)자 논란이 대표적이다. “손가락 위주로 씻어서 안 지워졌다”는 중구난방식 해명이 튀어나와 논란을 가중한 경우가 적잖다. 최근 주호영 공동선대위원장이 “20·30대는 정치인들의 이전 일들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 것이나, 김태호 공동선대위원장이 “윤 전 총장이 가슴에 있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꾸 실언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되려 논란을 키운 경우다.

공식 조직도가 없을 정도로 캠프가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개 사과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게 옹호 논란으로 번졌고 이틀 만에 공개 사과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캠프 실무진의 실수”라고 해명한 ‘반려견 사과 사진’은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익명을 원한 캠프 관계자는 “그 실무자라는 분이 누군지 우리도 모르겠다”며“개 사과 SNS도 그렇고, 손바닥 왕(王)자 논란까지 다 캠프가 아닌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윤 전 총장 집) 주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토로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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