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재구성]"1억원 줄게 아이 낳아줘" 대리모와 성관계 '무죄'

박슬용 기자 2021. 10. 27.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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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피해자 진술 인정, 유죄"→2심 "성폭행 후 커피숍도 함께?" 무죄
항소심 "증거들에 의해 피해자 진술은 허위"
© News1 DB

(전북=뉴스1) 박슬용 기자 = “난 성폭행하지 않았습니다. 믿어주세요.”

이혼한 아내를 강간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A씨(59)가 2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외친 말이다.

A씨는 1심에서도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A씨는 즉시 항소했다. 그리고 7개월 동안의 법정 공방 끝에 A씨는 지난 6월 16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인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A씨와 피해자 관계,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피해자의 진술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해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잘못된 선택…“1억 줄게, 내 애기 낳아줘”

A씨는 피해자인 B씨(43)와 결혼하기 전인 지난 2003년 6월 C씨와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결혼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부부관계는 좋았으며, 경제적인 어려움도 없었다. 다만 결혼생활 16년 동안 자식이 없다는 게 유일한 고민거리였다.

고민 끝에 이들은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한다.

A씨는 2018년 9월, 한 브로커를 통해 경남 지역에 거주하던 탈북민 B씨를 소개받아 이른바 ‘대리모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A씨는 B씨가 자녀를 낳을 경우 1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계약서에는 계약금은 2000만원으로 하며, 임신 확인 시 3000만원 지급, 출산 시 친자확인 후 5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밖에도 주 성관계 횟수, 생활비 지급, 유산시 재계약 등도 상세히 정했다.

계약 체결 후 A씨와 B씨는 위험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B씨는 A씨의 법적 배우자로 자신을 등재해줄 것을 A씨에게 요구했다. 거듭되는 B씨의 요구에 A씨는 C씨를 설득해 2019년 4월 협의이혼 신고를 했다. 그리고 약 한달 뒤인 2019년 5월 A씨는 B씨와 혼인신고를 마쳤다.

마지못해 B씨와 혼인신고를 하긴 했지만 A씨는 B씨가 자식만 낳으면 C씨와 재결합할 생각이었다. 실제 A씨는 C씨와 가정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 News1 DB

◇끝없는 ‘욕심’이 불러온 ‘파국’

B씨는 법적으로 A씨의 배우자가 됐지만 매일 불안했다. A씨가 혼인 신고 뒤에도 이혼 한 전 아내 C씨를 돌봤기 때문이다.

불안감에 시달리던 B씨는 A씨와 생활하는 모습 등을 찍은 사진을 C씨에게 보냈다. 또 C씨가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문자메시지 등을 지속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A씨와 C씨와의 관계를 청산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에게 화를 냈고 이 문제로 이들은 계속 다퉜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를 폭행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A씨는 B씨와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 폭행과 이혼 등 합의금 명목으로 90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고 2019년 8월12일 이혼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4일 A씨는 C씨와 재차 혼인신고했다.

대리모 계약이 파기됨에 따라 A씨는 B씨에게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몰린 B씨는 A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했다.

◇2심 “피해자 진술 허위진술, 무죄”…왜?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는 사건 기록을 살피던 중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진술, 제출된 CCTV 영상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했다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기관이나 원심 법정에서의 각 질문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수시로 변했기 때문이다. 객관적 진실(CCTV 영상)에 진술이 부합하지 않거나 모순되기도 했다. 또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제출된 증거를 모두 면밀히 살핀 결과 B씨의 진술이 허위 진술이라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다.

김성주 부장판사는 “피해자 스스로도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이후 피고인과 함께 자연스럽게 돌아다닐 수 없을 것이라고 진술하면서도 CCTV 등 증거 자료에 의해 피해자와 피고인이 같이 장을 보거나 커피숍 등을 간 것들이 확인됐다”며 “또 피해자로서는 정상적이지 않게 피고인의 교도소까지 찾아가 돈을 요구하는 등의 여러 행태를 살펴보면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고소해 합의금 명목으로 피고인으로부터 상당한 금원을 받아내려는 목적에서 이 사건고소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따라서 이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로 판단하여야 하는데도.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면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음을 주장하는 피고인의 항소에는 이유가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hada072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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