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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짜리 치킨 배달하는 라이더에게 배달비 2만원 준다"

이수기 입력 2021. 10. 27. 06:00 수정 2021. 10. 27.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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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과 쿠팡의 '쩐(錢)의 전쟁' 끝은?

# 국내 배달앱 시장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선 최근 비상 회의가 열렸다. 회의를 주도한 건 이 회사 사령탑인 김범준(45) 최고경영자(CEO). 김 대표는 회의에서 “이대로 가다간 지속가능한 경영을 담보할 수 없다”고 위기감을 강조했다.

배민은 수치상으론 꾸준히 성장 중이다. 26일 애플리케이션(앱)ㆍ리테일 분석서비스인 와이즈앱ㆍ리테일ㆍ굿즈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결제액은 13조866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네이버(26조8763억원ㆍ37% 증가), 쿠팡(24조6212억원ㆍ57% 증가)에 이은 호실적이다.


배민, 주문결제액 90% 늘어도 '위기'


배민을 통한 음식 주문 건수도 월평균 1억 건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쿠팡이츠에 맞서 시작한 ‘단건 배달 서비스’가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김 대표가 비상회의에서 위기감을 강조한 것도 이때문이다. 단건 배달을 하면 배민은 당장 건당 1000원가량의 손해가 난다. 배달 한 건 비용이 평균 6000원인데 그동안은 다섯 건을 묶어 배달하는 방식으로 건당 비용을 줄여왔다. 하지만 현재 배민을 통한 전체 주문 중 30%가량이 단건 배달이다. 결제금액이 꾸준히 늘지만 안으론 손해가 쌓이고 있다.
서울의 한 배민라이더센터에 주차 중인 배달 오토바이들. [연합뉴스]

쿠팡, 쩐의전쟁 시작해놓고 실탄 부족


배민은 물론 쿠팡까지 단건배달을 놓고 ‘쩐(錢)의 전쟁’을 벌이던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배달업체마다 단건 배달을 하면 할수록 수익성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쩐의 전쟁의 포성을 먼저 쏜 건 후발주자인 쿠팡이츠다. 여기에 배민이 맞불을 놓으면서 각사별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쩐의 전쟁이 발발했다.

배민은 당장 적자 줄이기를 위해 비상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쿠팡이츠 역시 고민이 깊다. 올 초 미국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한 쿠팡은 상장 이후 7개월여 만에 벌써 세 번째 유상증자를 했다. 총 9000억원 규모다. 특히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2938억원의 자금 중 상당 부분은 쿠팡이츠의 경쟁력 강화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실탄이 밑도끝도 없이 들어가고 있지만 섣불리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업체별 결제금액 추정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시장서 밀려날까봐 단건배달비 현실화 못 해


문제는 두 회사 모두 당분간 단건배달에서 정상 요금을 받기는 힘들다는 데 있다. 정상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면 배민은 ’주문금액의 12% + 배달비 6000원‘, 쿠팡이츠는 ’주문금액의 15% + 배달비 6000원‘을 식당과 주문자한테 받아야 한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단건 배달 주문 한 건당 현재 ‘중개수수료 1000원 + 배달비 5000원’만 받고 있다. 따라서 단건배달에 실제 배달비인 6000원이 훌쩍 넘는 돈을 받으면 주문 건수가 확 빠질 것이란 우려때문이다.
쿠팡이츠 홍보 동영상. 쿠팡친구로 활동해 온 아이돌그룹 태사자 출신 김형준씨가 모델로 나왔다. [사진 쿠팡이츠 유튜브 캡처]


오히려 단건배달의 편리성을 맛 본 소비자가 늘면서 두 회사간의 ’라이더 확보 경쟁‘은 더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라이더한테 건당 배달료로 최대 2만원가량을 지급하는 일도 빈번하다. ’2만원 짜리 치킨을 배달하는 라이더에게 2만원의 배달료를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두 회사는 왜 쉽게 발을 빼지 못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실례로 미국에선 배달 플랫폼 회사 ‘도어대시(DoorDash)’가 자체 배달망(Own Delivery)을 앞세운 단건배달로 불과 2년만에 시장을 석권하다시피했다. 도어대시가 미국 배달 시장의 50%를 장악하는 동안 경쟁자들은 고사위기에 내몰려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보듯 초기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고 한 번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을 배민도 쿠팡도 갖고 있다"며 "두 회사가 손해가 쌓일수록 속은 끓겠지만 쉽사리 출혈 경쟁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는 “식당은 배달앱 수수료가 높다고 불만인데 정작 성업 중인 플랫폼 운영사들도 적자에 시달리는 건 시장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배달산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크기 위해선 해외에서처럼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서비스 이용금액의 현실화 등 분명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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