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익환수 법제화' 움직임에.. 커지는 공급 위축 우려

유병훈 기자 2021. 10.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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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에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개발이익 대부분을 환수하는 경우 공급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발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 모습.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칭 ‘중앙 토지개발청’을 신설하고 ‘개발이익 공공환원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인이 성남시장이던 당시 진행됐던 대장동·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민간에게 과도한 개발이익이 흘러 들어가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 지사는 “국가 단위로 전국에서 사업을 하게 되면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싸게 집을 지어 공급하는 재원을 연간 수십조원 만들어낼 수 있다”며 “개발을 전담하는 중앙 토지개발청 등 정부 기관을 신설해서 행정 권력을 행사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은 정부가 만드는 것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개발 사업의 경우는 아예 정부가 독점해 초과이익 관련 논란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성남시가 위례에서는 150억원 밖에 못 받았지만 대장동에서는 5500억원을 확보했다. 개발이익 환원제를 만들어 540억원 기금을 적립했다”면서 “성남시의 개발이익 공공환수제도를 국가 단위로 도입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달 초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개발이익환수제 전반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비단 이 지사 외에도 여야 모두 개발 이익 환수 관련 법안을 이미 발의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도시개발법상 민관 합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택지를 조성하는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장동 사업을 정조준한 것이다. 이 의원은 또 민관 공동 사업의 경우 민간의 이윤율을 총사업비의 6%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도시개발법 개정안도 내놓았다.

이재명 지사가 소속된 민주당에서도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월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개발이익의 부담률(공공에 환수되는 비율)을 현행 20~25%에서 45~50% 수준으로 2배가량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진성준 의원은 지난 22일 민간 이윤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시행업계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기능이 마비될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간으로서는 ‘적정’한 수준의 이익이 보장돼야 공급에 나서는데, 현재 여론에 떠밀린 법안들로서는 적정 수준의 이윤마저 부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가뜩이나 틀어막힌 공급난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의혹은 일반적인 개발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며 “유사한 사례가 많다면 제도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된 것인데 무작정 제도를 뜯어고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는 “현행 제도에서 정말 통제가 불가능했는지부터 살펴보고 제도의 운용에 있어 개선점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배 대표는 이어 “사회의 발전에 따라 공간 수요는 계속 창출되는데, 가뜩이나 공급 부족이 심한 와중에 시장경제에 반하는 규제를 강화하면 사회와 국토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정치적 이슈로 일반화해서 접근하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도 “시장경제에서는 결국 시장가격이 적정한 가격과 수익률”이라며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수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사안이 정치 논리에 의해 왜곡된 셈인데, 과도한 이익 환수로 대응한다면 민간 공급이 막히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국가가 모든 주택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측면에서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 전문인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민간 개발 사업은 공익이 중요한 공공사업과는 달리 민간의 자율과 효율도 필요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허락한 이유가 있다”면서 “이같은 성격의 차이를 무시하고 사업의 이익을 무리하게 환수하려 한다면 과도한 규제가 됨은 물론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개발이익의 환수율은 사안에 따라, 지분율·위험부담률·출자율 등 사업구조에 따라 적정 수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개념”이라며 “일괄된 수치로 명문화해 규제한다면 추후에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에 떠밀려 규제를 해야 한다면 ▲민간 개발업자에게 ‘적정한’ 수익률은 얼마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루고 ▲가능한 사업구조에 따라 세부화해 규정하되 ▲법률보다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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