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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못탄다 했더니 투명인간 취급.." 26세 공무원의 죽음

김가연 기자 입력 2021. 10. 27. 07:14 수정 2021. 10. 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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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시 9급 공무원이 친구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YTN

“직원 취급 안 해줌.” “왕따 시켜서 말 한마디 못해.”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시청 신입 공무원 A씨가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일부다. A씨는 올해 1월 9급 공채 공무원으로 임용돼 대전시 한 부서로 발령받았다. 그는 지난달 26일, 휴직 신청을 하루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의 유족들은 A씨에 대한 무시, 과중한 업무 부담, 부당한 지시·대우, 집단 따돌림(왕따) 등이 원인이라며 진상 규명 및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A씨의 어머니는 26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사람이 억울함을 겪고, 그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시기가 있었겠나. 대전시청을 다닌다고 좋아하던 제 아이가 대전시청을 다녀서 죽게 됐다”며 “제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에 대한 징계 처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7월 신규 부서로 발령 받은지 3개월 만에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직속 상사는 물론, 부서원들의 무시, 집단 따돌림, 과중한 업무 부담, 부당한 지시와 대우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어 “아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왕따 발언을 하는 동료들과 12시간을 같이 있어야 했다.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동료들에게 자존감을 많이 짓밟혔다”며 “그들은 제 아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대화에 끼워 주지 않았고, 팀 내에서 점점 고립시키고 괴롭혔다”고 했다.

유족은 A씨가 규정시간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상사가 마실 물과 차, 커피 등을 준비하는 지시를 받았으며, A씨가 이를 거절하자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 A씨가 신규부서 발령 1개월 만에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여 우울증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에 대한 감사·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과 직장 내 갑질 등 괴롭힘으로 인한 순직 처리, 시청사 내 추모비 건립 등을 요구했다.

유족은 이날 허태정 대전시장과 감사위원장에게 진정서를 전달했다. 대전시 감사위원회 측은 “다른 사안보다 우선해 A씨에게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11월까지 완료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감사위원회 조사는 중립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만큼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 매진한 뒤 조사 후 관련 대책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A씨의 지인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가 평소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글쓴이는 “A씨가 9월쯤 ‘7월에 부서 이동을 했고, 그 이후로 많이 힘들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글쓴이에 따르면 A씨는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한다 ▲혼자만 행정직 공무원이라 나머지 사람들이 협조를 안 해준다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직원 취급도 안 해 준다 ▲따돌림을 당해 밥 먹으러 가자는 말도 못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 피해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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