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균열 시작된 이재명 '거짓말 댐'

기자 2021. 10. 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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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민심 외면한 궤변이 한계 맞자

‘초과 이익’ 삭제 무관 주장 등

배임 혐의 벗기 거짓말 본격화

계속되는 李 연루 증언과 제보

검찰 짜맞추기 수사로 못 막아

지도자 거짓말 무능보다 위험

대장동 진실을 가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댐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열성 지지자와 화려한 언변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착각이었다.

처음엔 궤변과 왜곡 수준이었다. 5503억 원의 공익 환수를 부각하는 대신 극소수 민간기업에 넘어간 8500억 원은 외면했다. 공공개발을 끝까지 반대한 국민의힘 책임이라고 역공도 폈다. 그러나 민심을 과소평가했다. 집값 폭등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에 분노한 국민에게 1000배의 수익은 견디기 힘든 박탈감을 안겨줬다. 결국 현 정부 실세인 참여연대와 민변까지 ‘공공의 탈을 쓰고 민간 이익을 극대화한 개발 사업’이라며 등을 돌렸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이 후보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문제를 인정하면 두 가지 길만 남는다. 예상하지 못했다면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 씨 등 핵심 4인방의 호구로 농락당한 것이 된다. 알고도 추진했다면 배임교사나 공범이 된다. 둘 다 치명적이다. 결국 스모킹건인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는 핵심 4인방이 추진해서 몰랐고, 유 씨가 배신한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때부터 거짓말이 본격화됐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국감을 통해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7시간 만에 사라진 이유에 대해 “삭제한 것이 아니라 추가하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야당이 곧바로 배임 혐의 자인이라고 지적하자 ‘주체가 자신이 아니라 성남도공’이란 궁색한 변명을 했다. 20일 국감에선 공모지침서에 해당 조항이 누락된 것과 관련,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 들어본 적도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에서 유 씨 등 실무자들이 당시 시장인 이 후보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전직 공무원들의 증언이 나왔다. 이 후보가 ‘민간 수익이 지나치지 않도록 하라’는 기존의 입장을 바꿔 “민간에 수익을 더 줘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전언도 있다.

유 씨에 대해서는 ‘측근 축에도 못 낀다’고 선을 그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유 씨는 이 후보가 지방의 무명 정치인이던 2009년 인연을 맺어 2차례 성남시장 선거와 경기지사 선거 당시 캠프에서 활동했고 성남시 요직을 거쳐 차관급의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10여 년에 불과한 이 후보 정치 인생을 줄곧 함께한 몇 안 되는 동반자다. ‘(유 씨가 압수수색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 후보 발언은 실언이다. 자살 시도는 보도된 바 없다. 압수수색 전 유 씨가 2시간 통화했다는 이 후보의 복심에게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유 씨가 통화에서 자살 시도로 충성심을 보이면서 구명을 요청했거나 압박했을 수 있다. 유 씨가 창밖으로 던진 전화기는 경찰이 포렌식 중이다. 이 후보는 누구에게 들었냐는 질문에 불과 20여 일 전 일인데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한번 터진 균열은 멈추기 어렵다. 황무성 전 성남도공 사장에 대한 사퇴압력이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것’이라는 녹취록은 타격이 컸다. 이 후보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애매한 반응을 내놨다. ‘전혀’와 ‘것 같다’는 어울리지 않는다. ‘제2의 대장동’으로 불리는 백현동 개발사업이 국토교통부 압력 때문이라는 이 후보 주장은 국토부와 성남시 서류로 사실과 다름이 드러났다. 오히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이 후보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모 씨가 개발업체에 합류한 이후 성남시가 4단계 상향 용도 변경을 해준 것이 새로운 의혹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는 “저를 아무리 뒤져도 100% 나올 게 없을 것”이라며 “다만 걱정이 되는 건 주변 사람”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방어선 구축 선언일 수도 있고, 이 후보 연루 사실을 증언할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구멍을 틀어막고 검찰이 터무니없는 수사로 짜 맞추기를 해도 진실의 물길을 막을 수는 없다.

4개월여 뒤면 대선이다. 거짓말하는 지도자는 무능한 지도자보다 위험하다. 거짓말로 신뢰를 잃은 지도자는 국민을 미래로 이끌 수도, 위기 극복을 위해 국력을 모을 수도 없다.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법과 인권을 유린할 수도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야당 사무실 도청장치 설치가 아니라 거짓말 때문에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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