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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정규직 800만명에 더 벌어진 임금 격차, 정부는 뭐했나

입력 2021. 10. 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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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나 80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온 가운데 2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아시아나KO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복직과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준헌 기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명을 돌파했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806만6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64만명 증가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도 38.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정규직 노동자는 지난해보다 9만4000명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느는 노동시장의 악화가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전체 임금노동자는 지난해 2044만명에서 올해 2099만명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첫해인 지난해에 전체 임금노동자가 이전 해(2019년)보다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나아진 것이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증가하는 일자리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비정규직의 자발적 선택 비중, 임금 수준, 고용보험 가입률 등 주요 노동여건 지표는 상당폭 개선됐다”며 여러 측면을 두루 살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이 무색하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다. 정규직 노동자는 최근 3개월 월평균 임금이 지난해 323만4000원에서 올해 333만6000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난해 171만1000원에서 올해 176만9000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자리 증가를 주도하는 것이 정부 공공 일자리 사업인 데다 그것도 60세 이상의 고용 증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점도 긍정적 해석을 어렵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은 자리에서 “임기 내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선언적인 의미가 큰 발언이었지만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문재인 정권 후반기 들어 비정규직들의 형편은 더욱 열악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 비중은 회원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정부가 한 약속은 무엇이며, 그 많은 정책은 어떻게 된 것인지 당혹스럽다. 코로나19도 다른 나라보다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정부가 지금 할 일은 낙관적인 해석을 내놓는 게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10명 중 4명에 육박하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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