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발치는 검증 칼날..공세 집중에 홍준표 "尹 딱하다, 元 야비해"
리더십 때린 尹 "가까이 있던 사람 왜 많이 떠나나" 洪 "계파 없어서..인신공격"
元 '수소' 이어 탄소, 고교학점제 입장 묻자..洪 "본선 가서 한다" "답변 의미 없어"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이 종반전에 가까워진 가운데 27일 8번째 후보자 간 TV토론회에선 최근 여론조사 강세를 보이는 홍준표 의원을 향한 경쟁자들의 검증 공세가 격해졌다. 대여(對與) 또는 야권 내 정치공방 소재는 물론 정책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란 요구가 잇따랐다. 홍 의원은 일부 질문에 즉답하지 않고 질문으로 되치거나, 상대를 "야비하다"고 몰아세우는 등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강원도 춘천 G1 강원민방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강원지역 합동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홍 의원을 향해 "대통령 역량으로 제일 중요한 게 (토론보다도) 리더십"이라며 " 홍 의원은 두 번의 당대표, 두 번의 지사, 5선 의원 등 눈부신 경력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근무했던 사람 중 떠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의원은) 저희 캠프에 들어오는 분들께 '줄 세우기, 공천 장사'라고 하는데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저는 정치 초심자인데 많은 분들이 온다. 그런데 왜 홍 의원엔 그게(동료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적냐"며 세력 규모 차이를 부각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지도자가 돼 많은 갈등을 풀고 나가기엔 가까이 있는 사람도 홍 의원을 등 지는 일이 많다"며 "홍 의원은 이를 '배신자'라고 표현한다. 주변에 배신자가 왜 많은가"라고 저격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저는 정치를 하면서 한 가지 분명한 게 계파를 만들지 않고 속하지도 않았다"며 "20여년 간 계파의 졸개가 된 적 없다"고 공세를 비껴갔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배신자' 언급에 대해선 "내가 키운 사람에겐 배신을 1~2차례 당해봤다. 제가 남을 배신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사실상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사례를 꺼내 들었다. 그는 "특히 윤 전 총장 진영에 있는 한 분은 제가 행정부지사로 3년간 함께 했고, 의원이 되는 데도 전적으로 밀어줬다"며 "그런 뒤 낮에는 윤 전 총장 진영, (밤에는)저에게 오기에 제가 지난 3월에 불러 '이중 생활을 하지 말고 그쪽으로 가라'(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3월에 (검찰총장 사퇴 직후 정치권으로) 나가지도 않았다"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본인이 동료, 후배들에게 말씀을 함부로 하신다거나 독선적이라는 지적도 많다"고 재차 지적했다. 이에 홍 의원이 "지금 윤 후보 진영에 가 계신 분들이 구태 기득권 정치인의 전형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쏘아붙이자, 윤 전 총장은 "홍 의원 쪽 선대위원장 중 한 분도 참 대단한 분이 갔다. 인신공격 같으니 더 이상 하지 말고"라고 했다. 홍 의원은 "답답한 모양이다. 이제 인신공격까지 한다"고 대꾸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자신을 겨냥한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정당성에 의문을 드러내며 경쟁 후보들에게 동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도 홍 의원과 입씨름을 벌였다. 그는 전날(26일) 법원에서 공수처가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게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한 것과 관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개회의 발언 등으로 야당 경선일정을 겨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공수처가 따르면서 무리한 구속 수사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전 총장은 손준성 검사 "체포영장 기각된 사람에게 구속영장 청구하는 것은 27년 법조 생활 중에 처음 본다"며 경쟁 후보들의 입장을 물었다. 같은 검사 출신의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왜 저한테 물어보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부당한 압박에 대해 당당히 맞서 잘 이겨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거듭된 맞장구 유도엔 "윤 전 총장께서도 경제적 공동체니, 직권남용의 확장 적용이니 죄형 법정주의에서 매우 근본적인 논쟁이 되는 중심이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역시 검사 출신의 홍 의원에게도 같은 의혹 제기와 함께 공수처의 결정에 대해 "선거 개입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즉답 대신 "참 딱하다"면서 "윤 후보가 정책 토론을 하잘 때는 언제였냐. 묻지도 않은 걸 쟁점화하냐"고 했다. '검사를 해보셨지 않냐'며 답변을 거듭 요구한 윤 전 총장에게 홍 의원은 "본인이 수사할 때는 정당한 수사고 수사를 당할 때는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건 좀…"이라며 말을 줄였다.
정책 측면에선 윤 전 총장이 "강원 '경제특별자치도'를 설치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광역교통망 완성, 동북아 관광거점지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한 데 대해 홍 의원이 '5년 전 문재인 대선 후보가 했고, 지금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하고 있는 내용'이란 취지로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두 분의 공약은 접경지역인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전제로 하는 '평화특별자치도'"라고 반박하자 홍 의원은 "꼭 제가 말씀할 때 그런 식으로 끼어드니까 토론이 안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원 전 지사와 홍 의원 간 토론은 언쟁에 가깝게 전개됐다. 지난 토론회에서 '수소경제 공방'을 벌였던 두 사람 중 원 전 지사가 이날 주도권 토론에서 "오늘은 수소에 대해 묻지는 않겠다. 공부를 하셨을 테니까"라고 운을 떼자 홍 의원은 "물어보시라"고 대꾸하면서도 "아니 고등학교 과학 토론도 아니고"라고 비꼬았다.
원 전 지사가 "제 주도권 질문이다. 왜 제 시간을 뺏느냐"고 항의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질문 자체가 좀 야비하게 느껴지니까 그렇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가 '탄소중립'으로 화두를 돌리며 "이재명 후보의 탄소세 정책에 대해 어떻게 대응 논리를 펼치시겠느냐"고 묻자, 홍 의원은 "이재명 정책에 대한 토론은 이재명과 붙을 때 얘기하겠다"며 "원 전 지사의 정책을 설명을 하라"고 했다.
'이재명이 아니라 제가 묻는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세자로서 묻는다' 등 전제를 깔며 원 전 지사는 탄소세 정책에 대한 입장을 10차례 가까이 요구했다. 이에 홍 의원은 "탄소세가 원희룡 정책이냐"며 총 5차례 정도 "질문 자체가 야비하게 느껴지니까 답하기가 싫다"고 했다. "본선에 가서 토론 그렇게 하실 거냐"는 원 전 지사에게 홍 의원은 "본선에 가서는 제가 훨씬 잘하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내 토론이기 때문에 제가 제대로 안 하고 있는 거다. 묻는 것도 참, 머리 그렇게 좋으신 분이 어떻게 토론을 그렇게 하느냐"고 비꼰 홍 의원에게 원 전 지사는 "답은 안하고 인신공격 내지는 비아냥을 한다"고 했다. 양측은 원 전 지사의 주도권 토론 시간이 종료돼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고성으로 공방을 주고 받았다.
두 사람은 앞서의 주도권 토론 순서에서도 원 전 지사가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 예정에 대한 입장을 묻자 홍 의원이 "이 정권의 교육 정책은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전부 바꿔야 한다. 의미가 없다"고 비껴가면서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원 전 지사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의미가 없다고 하시느냐"고 캐묻자 홍 의원은 "장학퀴즈식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문제로 화두를 돌린 홍 의원이 "전교조가 내신 제도를 학생 장악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내신제 폐지를 주장하자, 유승민 전 의원이 "교육 문제는 모든 게 전교조, 노조 문제는 모든 게 민노총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 토론회는 오는 29일 3차 맞수토론, 31일 서울·경기 종합토론 두차례를 더 치르면 마무리된다. 다음달 첫날부터 나흘간 당원선거인단 투표(1~4일, 모바일·ARS 투표)와 국민여론조사(3~4일)가 실시 되며 각각 결과를 50%씩 합산해 5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대선후보가 선출된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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