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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이견 해소 없이 종전선언 추진 가능하겠나

입력 2021. 10. 27.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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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6일(현지시간)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대해 "우리는 각 단계별로 정확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정부가 잇단 한·미 협의를 통해 종전선언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음에도 미국이 당장 이에 호응할 뜻이 없음을 사실상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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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 "시기·조건 韓과 다를 수도"
부정적 입장 시사.. 합의 어려울 듯
밀어붙이다간 양국 갈등 부를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6일(현지시간)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대해 “우리는 각 단계별로 정확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핵심적인 전략 구상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한국 측과) 뜻을 같이하고 있고, 외교를 통해서만 효과적인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대북 전략과 신념은 한국과 일치하지만 종전선언의 시기와 조건 등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잇단 한·미 협의를 통해 종전선언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음에도 미국이 당장 이에 호응할 뜻이 없음을 사실상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종전선언은 법률적으로 구속되지 않는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선언”이라고 강조하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생각이 다르다. 종전선언이 가져올 법적·정치적 구속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신중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이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요구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발언은 내놓지 않은 채 ‘논의를 지속할 뜻이 있다’는 원론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설리번 보좌관은 12일 방미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면담에서도 종전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딱한 건 우리 정부다. 정전협정 당사국인 미국이 종전선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한·미 간 종전선언 합의가 어려워졌는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긴밀한 공조 하에 종전선언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어제 러시아에서 한·러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종전선언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현실을 외면한 채 종전선언과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올인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임기 6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야 할 일은 종전선언 추진이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부른 종전선언과 남북 정상회담 추진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만 인정해주고 주한미군 철수론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실현 가능성 낮은 종전선언을 밀어붙이다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키지 말고 한반도 정세 관리에 신경 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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