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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모든 가설이 깨졌다..4천년 전 타림미라의 정체는?

이근영 입력 2021. 10. 28. 00:06 수정 2021. 10. 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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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 같은 외모에 펠트로 짠 모직 의류와 치즈가 함께 발견되고 소와 양, 밀, 기장 등을 기른 것으로 조사돼 유럽 이주민으로 여겨져온 중국 신장 타림분지의 미라들이 유전적으로는 지역 토착민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충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27일 "중국 지린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신장 타림분지 일대에서 발굴된 미라들의 유전체(게놈)을 분석해 인근 미라 등과 비교한 결과 이들이 다른 지역 이주민들과 유전적으로 섞이지 않은 토착민이라는 사실을 처음 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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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문화 누린 '토착민'이었다\"
중국 신장 건조지대에서 4000년 전 거주
유입인구 아닌 토착 고대유라시안 밝혀져
기존 서양 이주설 등 모든 가설 기각돼
중국 신장 타림분지에서 발견된 기원전 2000년경의 여성 자연 미라. 외양 등으로 서양 이주민으로 여겨졌으나 유전체 분석 결과 토착민으로 밝혀졌다. 중국 신장문화유적·고고학연구소 제공

서양인 같은 외모에 펠트로 짠 모직 의류와 치즈가 함께 발견되고 소와 양, 밀, 기장 등을 기른 것으로 조사돼 유럽 이주민으로 여겨져온 중국 신장 타림분지의 미라들이 유전적으로는 지역 토착민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충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27일 “중국 지린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신장 타림분지 일대에서 발굴된 미라들의 유전체(게놈)을 분석해 인근 미라 등과 비교한 결과 이들이 다른 지역 이주민들과 유전적으로 섞이지 않은 토착민이라는 사실을 처음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27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DOI : 10.1038/s41586-021-04052-7)

중국 신장 타밀분지에서 발견된 기원전 2000년 고대인 무덤. 배 모양의 독특한 관 속에 미라와 함께 부장품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중국 신장문화유적·고고학연구소 제공

중국 북서쪽에 위치한 신장의 타밀분지에서는 건조한 기후로 인해 자연적으로 미라가 된 고대인들의 무덤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들은 금발과 파란 눈, 창백한 피부를 지닌 데다 씌워진 목재 가면의 코가 삐죽해 서양에서 이 지역으로 이주해온 사람들로 추정됐다. 더욱이 독특한 배 모양의 관에 함께 묻은 부장 음식들이 밀이나 보리로 만든 원시적 형태의 국수와 치즈 등이어서 중동에서 기원한 소·양·염소 등 서양 가축을 데리고 이주한 목축인들이라는 가설이 우세했다.

일부 학자들은 가축 중심 경제와 특이한 외형을 근거로 러시아 남부 흑해지역 대초원에서 이주해온 청동기시대 목축인인 얌나야인의 후예라고 추정했다. 또다른 이들은 이란고원의 초기 농부들과 유전적 유대가 강한 중앙아시아 사막 오아시스문화에서 기원을 찾았다. 하지만 정충원 교수 연구팀의 유전체 분석으로 이런 모든 가설들이 기각됐다.

중국 신장 타림분지의 기원전 2000년 고대인들의 무덤군. 배 모양의 독특한 관들이 소 가죽으로 덮여 있고 노 형태를 띤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중국 신장문화유적·고고학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인 기원전 2000년께 타림분지에 거주한 미라 13개 개체와 5000년 전에 인근 중가리아분지에 거주한 미라 5개 개체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타림분지 미라들이 타지에서 유입된 인구가 아니라 마지막 빙하기 말엽 널리 퍼졌던 플라이스토세 인구의 직계 후손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현재 북방 침엽수림 지역인 타이가 지대에서 살던 고대 유라시아인(ANE)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 지역은 건조하고 추운 지역이지만 현대의 세렝게티같은 초원지대로, 매머드, 코뿔소 등이 돌아다니던 곳이었다. 매머드 초원이라 불린 이곳에서 고대 유라시아인은 대형동물을 사냥했던 사람들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이들의 유전적 흔적은 현대 인구 게놈에 극히 일부만 남아 있으며, 시베리아와 아메리카대륙 토착 인구에는 좀더 높은 비율로 잔존한다. 하지만 타림분지 미라들은 다른 홀로세 그룹과 혼합됐다는 어떤 증거도 보이지 않았다.

논문 교신저자인 정충원 교수는 “빙하기가 끝난 다음에도 고대유라시아인 계통이 유전적 기여를 했을텐데 홍적세 말기 이후에는 고대유라시아인 개체군을 찾지 못해왔다. 이번에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하나를 발견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시아에 뿌리를 두고 유전적으로는 고립됐지만 문화적으로는 국제적이어서 광범위한 요리 취향을 지닌 청동기시대 토착민이었다.

타림분지와는 대조적으로 이웃한 중가리아분지 미라들은 초기 청동기시대 얌나야인과 유전적으로 밀접한 목축집단인 아파나시예보 후손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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