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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고작 183만원' 인국공 근황.. 비정규직 제로의 역설

신준섭,심희정 입력 2021. 10. 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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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못채운 인국공 3개 자회사
업무량 늘었는데 임금은 제자리
정부 적극 개입, 민간은 뒷걸음질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노동조합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정부가 최우선순위로 추진해 온 국정과제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도그마(현실과의 괴리현상)의 함정’에 빠졌다. 공공부문만 보면 4년여간 20만명에 육박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수치적으로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늬만’ 정규직일 뿐 처우 면에서는 예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 근로자가 속한 민간부문은 성과 자체를 논하기 힘들다. 800만명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의 비정규직 통계는 정부와 반대로 움직인 시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틀에 집착하지 말고 보다 유연한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임기 첫해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마중물’ 삼아 민간부문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공부문은 정부의 관리하에 있는 만큼 순조롭게 전환 작업이 진행됐다. 지난 6월 기준 중앙부처와 공기업을 포함해 853개 기관 소속 19만6000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통틀어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 수치(14만명)를 웃도는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취임 후 첫 행보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를 찾아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게 영향을 미쳤다.

겉으로만 보면 정규직화를 통해 고용 안정성을 달성했다고 자평할 수 있다. 그런데 수혜자인 공공기관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규직 전환 작업이 처음 시작된 인국공이다. 인국공 소속 비정규직 9000여명은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순차적으로 정규직 전환 작업을 마쳤다. 노사 간 협상을 통해 인국공이 설립한 인천공항시설관리 등 3개의 자회사로 소속을 바꿨다.

계약서상 비정규직 신분에서 정규직 신분이 됐지만 처우 면에서 그다지 바뀐 점은 없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3개 자회사의 신입 직원 임금은 월급 기준 183만~186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3개 자회사가 정원 대비 136~411명씩 인력을 못 채우고 있다. 인력이 줄어드니 업무량이 늘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으면서 주6일 근무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신진희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27일 “인국공 소속 정규직은 4조 2교대로 돌아가지만 자회사는 3조 2교대로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인국공 관계자는 “자회사 근로자 평균 임금은 4000만원 수준으로 정규직 전환 전 대비 6~10% 인상됐다. 근무는 코로나19 회복 상황 등을 고려해 단계적 개선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인국공 사례처럼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민간에 질 좋은 정규직을 확산시키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어그러졌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문재인정부가 내세웠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정책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정부 메시지가 민간에는 신규 고용을 중단하도록 만드는 잘못된 신호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정규직 제로라는 표현을 민간은 차라리 고용을 자제하는 게 낫다는 메시지로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속화하는 고령화를 고려할 때 비정규직 확대는 돌이키기 어려운 시대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는 은퇴한 이후 기간제 근로자로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한 환경이라 앞으로 비정규직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고집하는 것은 인구구조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등 근로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향후 정부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조건 정규직화를 부르짖기보다 시장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정부가 거시적 안목에서 시장이 스스로 비정규직 총량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자극하는 방법론을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세종=신준섭 심희정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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