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강박증' 가구서 나온 7.2톤 쓰레기.."과태료 부과 해법 아냐"

윤현서 2021. 10. 2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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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 안에 산더미처럼 쓰레기를 쌓아놓는 사람 때문에 이웃이 신고까지 하는 일이 간혹 일어나는데요.

관할 구청에서 치워보기도 하고 과태료를 물리기도 하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저장강박증이라는 정신질환일 수 있습니다.

윤현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8일 불이 났던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입니다.

80대 주민 박 모 씨가 매일 같이 동네에서 가져온 재활용 쓰레기를 집 안에 쌓아뒀는데 누전으로 불이 붙었습니다.

불이 났던 현장입니다.

아직도 마당과 집안 곳곳에는 타다 남은 재활용품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박 모 씨/83살/서울 강북구 : "돈 될만한 거는 모았다가 한꺼번에 팔려고 모은 거고, 또 쓸만한 거는 내가 쓰겠다고 놔둔 거고..."]

지난해 10월, 관할 구청은 이웃 주민 민원을 접수해 이 집을 청소했는데 쓰레기 7.2톤, 트럭 12대 분량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1년 만에 이 집에는 다시 쓰레기가 잔뜩 쌓였습니다.

구청은 관련 법령대로 청소를 명령했지만, 박 씨가 따르지 않자 올 7월부터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7월 24만 원을 시작으로, 8월 30만 원, 9월 56만 원, 10월엔 8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박 씨 딸은 과태료를 무느라 어머니가 재활용 쓰레기를 이전보다 더 많이 모으고 있다고 말합니다.

[박 씨 딸 :"엄마가 엄청 심리적으로 부담됐다고 얘기하시거든요. 진짜 잠도 못 주무셨다고. 저희한테도 10~20만 원이 큰돈인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저장 강박증으로 보인다며 과태료가 아니라 치료로 풀 문제라고 말합니다.

[권준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당연히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병에 의한 거니까 치료를 받아야 되는 거죠. 과태료를 매기더라도 그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없으면 결국은 같은 행동이 계속 나타나는 거죠."]

서울의 경우 저장 강박증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확인된 것만 강북구와 강남구 각각 22가구 등입니다.

벌레와 악취, 화재 위험 때문에 이런 집에 쌓인 쓰레기는 치우도록 하는 조례를 만든 구청도 있습니다.

당사자가 거부하면 강제로 치울 수는 없습니다.

[강북구청 청소행정과 과장 : "저희들도 참 난감해요. 이런 부분들이 한두 건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민원이 계속 시달리고..."]

쓰레기를 쌓아놓아 저장 강박으로 의심되는 가구는 해마다 느는 추세입니다.

청소와 더불어 증상을 상담하고 치료하는 표준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KBS 뉴스 윤현서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영상편집:김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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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서 기자 (hye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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