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리스크] 서초동 '비선 캠프'가 위기 키운다

이원석·구민주 기자 2021. 10. 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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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가까운 사람들만 신뢰하는 기질에 우려 목소리 
'개 사과' 논란으로 드러난 캠프 혼선과 사적 조력에 대한 구설 잇따라

(시사저널=이원석·구민주 기자)

"캠프가 강 건너 서초동에도 있다는 건, 말은 안 해도 내부에선 공공연한 얘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캠프의 한 내부 관계자가 최근 '개 사과' 논란 등에 대해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토로한 말이다. 윤 후보의 선거 캠프는 '공식적으로는' 광화문 이마빌딩에 차려져 있다. 그러나 이 관계자에 따르면 서초동에도 또 하나의 캠프가 있다는 것이다. 대체 무슨 얘기일까.

ⓒ시사저널 박은숙

이 캠프 관계자의 토로는 11월5일 최종 경선을 향해 막바지로 치닫는 지금 시점에서 사뭇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이미 윤 후보의 '대세론'은 흔들리고 있다. 윤 후보는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날카롭게 각을 세우며 검찰총장직에 있을 때부터 이미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른 대세 중 대세였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직 사퇴와 6월 정치 선언을 거치며 여야 정치권을 바짝 긴장시켰다. 그러나 그는 정치 행보 이후 '1일 1실언' 등으로 약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물론 정치권에 첫발을 들인 시점에서 이해될 수도 있는 실수라는 평가도 있었다. 실제 대선 행보 초반, '주 120시간 노동'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없었다'는 등의 잇단 실언에도 야권 지지율 1위는 공고했다.

하지만 최근의 몇몇 논란은 치명적이었다.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전두환 대통령이 정치를 잘했다고 하는 분들도 많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졌음에도 바로 사과하지 않아 문제를 더 키우기도 했다. 연이어 직접 키우는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이른바 '개 사과' 논란을 일으켰다. 이 사진은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이 지난 후에야 윤 후보가 "송구하다"며 뒤늦은 사과를 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월 21일 '전두환 옹호 논란' 발언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 하기 전 소셜미디어(SNS)에 사과 사진을 올려 논란 을 빚고 있다.ⓒ연합뉴스

'사과는 개나 주라'는 의미로 올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윤석열 캠프는 곧바로 사과하고 SNS를 폐쇄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후였다. 이후 윤 후보는 본선 경쟁력 조사에서 4명의 본경선 후보 중 꼴찌를 하는 등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윤 후보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던 인사들조차 "정치를 잘못 배웠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등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개 사과' 논란에서 누가 해당 사진을 올렸는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윤 후보의 반려견이 등장한 점, 새벽 시간에 게시글이 올라온 점을 두고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올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윤 후보는 10월22일 유승민 후보와의 맞수토론에서 "제 처가 집 근처 사무실에 반려견을 데려간 것은 맞지만, 캠프 실무자가 찍어 올렸다고 들었다"고 해명했다. 여기서 윤 후보가 말한 '집 근처 사무실'이란 윤 후보 자택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상가에 위치한 윤 후보 부인의 회사인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서 이른바 '서초동 캠프'가 확인된다. 윤 후보 해명에 따르면 광화문 캠프가 아닌 부인 사무실에 캠프 실무자가 있었다는 뜻이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상가에 위치한 윤석열 후보 부인 김 건희씨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시사저널 박창민

'개 사과' 사진, 서초동 부인 사무실에서 찍은 것으로 전해져

취재에 따르면, 공식적인 캠프 인사가 부인의 사무실에 파견돼 있거나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캠프 관계자는 "서초동에 공식적인 캠프가 있는 건 아니고, 사모님(김씨)과 함께 비공식적인 분들이 (윤 후보에 대한) SNS 등의 홍보나 수행 등을 일부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사실 정치권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부인 김씨가 자신의 사무실에 비선 캠프를 꾸리고 윤 후보를 적극 돕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정치인의 아내가 남편을 돕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지나친 적극성과 폐쇄성에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어난 여러 일과 함께 항간에서 지속적으로 '부인 김씨와 그 측근들이 캠프 안에서 영향력을 상당히 발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다.

시사저널은 10월5일 윤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한 인사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33세 황아무개씨로 그는 윤 후보와 사적 인연이 매우 깊은 강원도 소재 한 전기업체 대표의 아들이다. 윤 후보는 황씨를 조카처럼 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의 부친이 윤 후보에게 골프 접대·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모 기업과도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어 황씨의 캠프 내 존재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논란에도 윤 후보는 황씨를 계속 곁에 두는 모습이었다. 캠프 내부에서조차 그에 대해 '문고리'로 비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개 사과' 사진 논란에 황씨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기도 한다. 황씨는 윤 후보의 집에 기거하다시피 하며 윤 후보의 일정을 수행하거나 부인 김씨의 사무실에서 김씨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캠프의 몇몇 관계자도 광화문 캠프가 아닌 곳에서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윤 후보가 TV토론에서 왕(王)자를 손바닥에 그리고 나온 것이나 '개 사과' 논란 역시 한 맥락이다. 한 관계자는 "사모님인지, 누구인지 캠프 사람들도 SNS에 그런 사진들을 누가 올리는지 잘 모른다"며 "왕자 논란도 그랬고, 후보의 몇몇 결정, 실행들이 (광화문) 캠프의 영향 밖에 있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련의 논란들이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윤 후보의 기질적 성향과 직결돼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윤 후보는 스스로 감독과 배우 역할을 다 하려는 기질이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공식 캠프 라인보다는 배우자 등 비공식 측근들의 영향이 커지는 쪽으로 자꾸만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폐쇄성은 더 커진다. 캠프 사정을 잘 아는 야권의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을 직접 하려는 윤 후보의 성향은 캠프 규모가 작았던 초기부터 쭉 이어져 온 문제점"이라며 "더군다나 윤 후보는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중요한 일에 대해선 캠프보다는 비공식적인 측근들에게 더 의지하는 성향도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윤 후보에겐 또 다른 의미의 '서초동 캠프'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사 출신 인사들이다. 캠프에 검사 출신 인사를 최대한 배제하겠다던 출마 선언 초기의 윤 후보 방침과 달리, 윤 후보 주변은 '검찰 일색'이 돼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과 부인 김씨 등 처가 가족을 향한 각종 '네거티브'에 대응하다 보니 검찰 출신 비중이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윤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 7월엔 이들을 중심으로 한 네거티브 대응 법률팀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징계를 받았을 당시 변호를 맡았던 손경식·이완규·주진우 등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핵심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손 변호사는 윤 후보의 장모 최은순씨의 변호인이기도 하다. 특히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을 지낸 주진우 변호사는 그중에서도 실무자로 꼽힌다. 윤 후보와 대검 중수부에서 인연을 맺은 그는 취재원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변호를 맡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들 역시 캠프 내에 특정한 직함을 갖고 있진 않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열린 윤 후보의 징계취소 소송 재판에서 주 변호사의 캠프 소속 여부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사유 중 하나가 '채널A 사건 수사 방해'인데, 이동재 전 기자 측 주 변호사가 윤 후보 캠프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재판장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윤 후보 측 법률대리인은 "캠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며 주 변호사를 비롯한 여러 변호인의 공식적인 캠프 활동을 부인하기도 했다.

중립성을 지켜야 할 전·현직 언론인들이 서초동에 사무실을 두고 윤 후보를 비공식적으로 돕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근 퇴사한 C 언론사의 법조기자 출신 A씨의 경우, 퇴사 전부터 윤 후보를 위해 측면에서 조력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주변 취재 결과, 윤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 관련 자료들을 제공해 우호적인 기사화를 요구하는가 하면, 캠프 인사 면접에도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퇴사 후엔 직함 없이 윤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D 언론사의 데스크 출신 B씨 역시 부인 김씨와 가깝게 지내며 김씨의 일을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B씨는 현재 한 인터넷 매체에 윤 후보를 옹호하고 같은 당 홍준표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기사를 꾸준히 연재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10월23일 울산시 남구 신정시장을 방문해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주변 정리 안 하면 본선 가도 필패" 충고도

이처럼 폐쇄적이고도 사적인 윤 후보 주변의 조력에 대해 차후 치명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공적인 자리인 대통령 후보가 사적인 일들과 계속 뒤엉키며 합리적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아울러 꾸려진 지 4개월가량 지난 광화문 캠프의 체계와 절차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늘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내부의 드러나지 않은 갈등과 불만들도 심각하다는 전언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여러 구성원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논란과 구성원 간 불신이 분위기를 망치는 면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캠프엔 성골·진골·육두품을 나누는 신분제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윤 후보의 리더십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반복되는 실수와 실점도 이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개 사과' 논란 이후 윤 후보는 '킹메이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접촉을 비롯해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캠프 영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인 권성동 의원이 캠프 중심을 잡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윤 후보와 캠프가 '캠프 리스크'에 상당히 신경 쓰고 있는 모습으로 읽힌다. 

윤 후보를 지지하며 자문해 왔던 한 야권 인사는 시사저널에 "윤 후보가 지금처럼 가선 안 된다. 사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더 대승적으로 가야 한다. 주변 정리와 리더십 재정비를 하지 못하면 본선에 가서도 필패한다"며 "귀를 열어야 한다. 윤 후보 주변엔 윤 후보에게 조언하고 충고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 듣고 고쳐야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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