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대통령이었어?" 학교 가서야 알게 된 美 후손
“엄마, 할아버지가 대통령이었대요. 알고 있었어요?” 해리 트루먼(미국 33대 대통령)의 손자 클리프턴 트루먼 다니엘(64)은 57년 전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가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 건 초등학교 1학년 첫 수업에서였다. 모든 학생이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었다. 다니엘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자리에 앉자 선생님이 “네 할아버지가 대통령 아니었니?”라고 물었다. 아들의 질문을 들은 엄마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그런데 이건 기억하렴. 어떤 아이든 할아버지가 대통령일 수 있거든. (대통령의 손자라고 해서) 자만하지 마.”
“학교서 배운 공부 집에서 사실 확인”
다니엘은 학교에서 할아버지에 대해 배웠다. 그는 “트루먼 행정부를 공부하는 다른 아이들과 나의 유일한 차이점은 내가 집에서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트루먼 대통령의 외동딸이었던 어머니는 대중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했다고 한다. 다니엘이 부모님과 함께 어느 날 뉴욕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마거릿 트루먼 아닌가요?”라고 묻는 시민에게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아니오’하고 유유히 걸어나갔는데, 아빠가 짓궂게 “마거릿 맞아요”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그는 웃으며 전했다.
“이제 네 차례야.” 어머니의 이 한마디에 다니엘은 트루먼 도서관 연구소 이사회에 입성했다. 다니엘은 트루먼 칼리지에서 근무하면서 자신의 혈통을 받아들였다. 할아버지가 일본 원자폭탄 투하를 승인한 일에 대해선 어떻게 말할까. 그는 할아버지와 개인적으로 이야기해볼 순 없었지만, 할아버지가 공언했던 대로 “일본에서 지상전쟁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는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열린 피해자 추도식에 참석하는 등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15년간 정체 숨기기도…“책임감 뒤따라”
대통령의 후손으로 산다는 것은 어떨까.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비슷하면서도 저마다 다른 경험을 공유했다. 윌리엄 태프트(27대)의 증손녀인 패트리샤 태프트(36)는 자신의 혈통을 사랑한다. 태프트가는 많은 오하이오 정치인들을 배출했다. 최근 출산으로 이날 모임에 나오지 못한 패트리샤는 “나는 항상 대통령이나 미국 대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의 이름도 태프트 대통령의 아내이자 그의 증조할머니 헬렌 헤론 태프트를 따라 헤론이라고 지었다.
반면 율리시스 그랜트 디에츠(66)는 15년간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 그의 증조할아버지 율리시스 그랜트(18대)는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에서 대통령까지 됐지만, 훗날 남북전쟁을 미화하려는 ‘잃어버린 대의명분’(Lost Cause)이 부상하면서 조롱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디에츠는 성인이 된 후 그랜트의 묘지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내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18대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위한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섰다. 디에츠는 “지난 5년간 남북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협회 회장을 맡은 루스벨트는 “내가 루스벨트로서 누릴 수 있는 것은 책임감과 함께 온다”며 “많은 책임 중 하나는 내가 대중 앞에 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80살을 앞둔 그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듣기’라고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연설이나 일화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는 “부담스러운 건 정중하게 들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는 척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린든 존슨(36대) 전 대통령의 장녀인 린다 존슨 롭(77)은 “대통령의 자녀는 대중의 관심을 피할 수 없지만, 우린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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