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탄소중립' 시간표 불발..COP26도 먹구름

박병희 2021. 11. 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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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 개막..의장국 英 존슨 총리 "12개國만 2050년 달성 약속"
최종 성명서엔 '이번 세기 중반' 막연한 표현..기대에 크게 못 미쳐
석탄 발전 종료 합의 못해..바이든 대통령 "러·中에 실망스럽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G20 정상회의의 성과가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사진 제공= 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주요 20개국(G20)이 기후변화 대책으로 합의한 내용이 ‘새발의 피(a drop in the ocean)’ 수준이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COP26 직전 열린 G20 정상회의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G20 정상들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면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약 200개국이 참여하는 COP26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그렇지 못 했다는 것이다.

석탄 발전 종료·메탄 서약 합의도 불발

G20 정상회의는 지난달 30~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다. COP26은 G20 정상회의 폐막일인 지난달 31일 개막했으며 오는 12일까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릴 예정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G20 정상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G20 국가 중 12개 나라만이 2050년 또는 그 이전에 탄소중립 달성을 약속했다"며 "시급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COP26도 실패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애초 G20 정상회의 성명서 초안에는 탄소중립 달성 시기와 관련, 2050년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됐다. 하지만 최종 성명서에는 이번 ‘세기 중반’이라는 막연한 표현으로 대체됐다. 이번 세기 후반으로 제시했던 2015년 파리기후협약 당시 내용과 비교하면 일보 전진한 내용이지만 애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G20 중 중국과 러시아는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10년 늦은 2060년으로 잡았다. 인도는 아예 구체적인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제시하지 않았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4개국 중 미국만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19개국과 EU로 이뤄진 G20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한다. 존슨 총리는 "예나 지금이나 G20이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가들이지만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정당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며 "COP26의 실패를 막으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실망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AP연합뉴스]

블룸버그는 G20이 까다로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면서 COP26이 먹구름 속에 개막했다고 진단했다. BBC도 G20 정상회의의 합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G20 정상들은 석탄발전에 대한 금융지원 중단을 약속했지만 석탄발전을 아예 언제 끝낼지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 했다.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배출량보다 30% 줄인다는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G20 정상회의 뒤 자신의 트위터에 "희망이 채워지지 않은 채 로마를 떠난다"며 "다만 그 희망이 아예 파묻히지는 않았다"고 썼다.

바이든, 러·중 꼭집어 "실망"

2050년 탄소중립 달성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 목표 달성도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내로 제한키로 하고 나아가 1.5도 이하로 억제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수몰 위험이 제기되는 몰디브의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합의 내용을 환영한다면서도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COP26 불참 의사를 밝혔으며 G20 정상회의에도 화상으로만 참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회의에 나타나지 않아 실망스러웠다"며 정면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로마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G7이 다른 모든 국가들에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잡으라고 강요했다"며 "국제 합의 과정에서 G7의 방식을 강요하는 행위는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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