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규제에 한국 스타트업 반사이익..글로벌 뭉칫돈 몰린다

전범주,이유진 2021. 11. 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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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야놀자·토스·티몬..
9월까지 작년 6배 투자유치
빅테크 규제 중국 12% 줄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외국 벤처캐피털(VC)은 국내 스타트업에 5조원 규모의 뭉칫돈을 투자했다. 글로벌 유동성이 넘치는 데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급증하면서 외국에서 유입되는 VC 자금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제조 기반의 대기업을 넘어 모바일 정보기술(IT) 기반의 스타트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지도부가 거대 기술 기업을 포함한 민간 기업을 장악하기 위한 규제를 쏟아내면서 중국에 신규 투자하는 대신 한국과 인도 등 다른 아시아 스타트업으로 눈길을 돌리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 추가 투자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와 스타트업 데이터 전문회사인 더브이씨가 해외 VC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초부터 9월 말까지 외국계 VC들은 국내 144개 스타트업에 총 4조9567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1년간 128개 스타트업에 8718억원을 투자한 것에 비하면 총 투자 규모가 5.7배나 급증한 것이다. 올해 온라인 숙박 예약 업체 야놀자는 일본 소프트뱅크인베스트에서 1조9400억원의 초대형 투자를 받았다. 또한 토스, 마켓컬리, 당근마켓, 눔, 뤼이드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스타트업들이 올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까지 외국계 투자금을 끌어들였다.

변재극 더브이씨 대표는 "해외 VC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가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점점 고도화하고 있다"며 "풍부한 유동성이 전 세계 VC 시장을 밀어올리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벤처 투자 유치에 있어 절대강자 지위를 누렸던 중국은 올해 3분기 투자 유치액이 감소했다. 벤처캐피털 투자를 집계하는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120억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12% 줄었고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8.7% 감소했다.

각종 플랫폼 기업 규제로 흔들리는 중국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포스트 차이나' 시장을 찾아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범주 기자 / 이유진 기자]

야놀자 2조·토스 5천억…'규제 지뢰' 中에 막힌 돈 한국행 줄이어

'될성부른' 한국 스타트업에 뭉칫돈

시진핑 예측불허 기업규제에
고수익 대체투자처로 급부상

"韓 벤처생태계 성장성 밝아"
쿠팡 美상장 이후 관심 급증

중국계 자금은 인도·동남아로
국내 유치 위한 네트워크 필요
올해는 한국 스타트업의 춘추전국시대로 기록될 만하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외국 벤처캐피털(VC)로부터 5조원 가까운 투자금을 유치했을 뿐 아니라, 스타트업의 다양성과 생태계 깊이 면에서 질적인 진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올해 외국에서 대형 투자를 이끌어낸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단연 야놀자가 꼽힌다. 온라인 숙박예약 업체 야놀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금 1조9400억원을 유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인공지능(AI) 외국어 교육 플랫폼 뤼이드도 소프트뱅크로부터 1970억원 규모 투자금을 전부 조달했다.

미국 기반의 헬스·다이어트 플랫폼 눔은 올해 총 600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미국계 펀드 4곳에서 각각 857억원(총 3428억원)을 펀딩받았다. '토스' 결제서비스를 운영 중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총 4600억원 투자를 받았는데, 미국계 알키온캐피털매니지먼트(840억원)를 비롯해 영미권 펀드 총 3곳이 자금을 댔다. 온라인 쇼핑몰 티몬은 올해 투자금 3050억원 중 홍콩계 앵커에퀴티파트너스와 미국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로부터 440억원씩을 유치했다.

신선 식자재 배달서비스 마켓컬리도 투자금 총 2200억원 중 80%를 외국계 펀드에서 조달했는데, 중국·미국·러시아·홍콩 소재 VC들은 440억원씩을 넣었다.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는 미국·일본·홍콩·러시아 펀드 6곳이 각자 200억원씩 1200억원의 해외 자금을 대줬다. 올해 전체 투자금 1800억원 중 3분의 2에 달한다.

국내 VC 시장에서 인정받은 한국 스타트업은 그 시장이 국내든 해외든 가리지 않고 외국에서 초대형 투자를 성공시키고 있다.

이런 성공 스토리는 2018년 쿠팡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2019년 무신사 등의 해외 자금조달 도전기에서 비롯된다. 이때부터 한국 스타트업 대어들이 잇따라 해외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글로벌 VC '큰손'들도 한국 시장을 가벼이 여기지 않게 됐다. 과거 박찬호, 최근 류현진 등 한국 유명 야구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선전하면 뒤따라 한국 선수들이 무더기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과 비슷하다.

오문석 알토스벤처스 파트너는 "쿠팡이 미국 상장에 성공한 덕분에 외국에 한국 스타트업을 소개할 때 한국 시장에 대해 특별히 셀링(시장 매력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외국 투자자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홍콩, 싱가포르, 대만을 포함한 중국계 자금은 한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인도나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에 몰리는 분위기다. 중국계 자금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올해 1분기 958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2분기 1414억원, 3분기에는 429억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홍콩계 펀드들이 컬리, 당근마켓, 티몬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투자한 것이 전부다.

리스크가 높은 VC 투자에선 특히 투자 대상(스타트업)에 대한 촘촘한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아직 차이나 머니와는 이런 인프라스트럭처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게임·포털 텐센트는 수년간 국내 다수 게임 업체들에 뭉칫돈을 살포했는데, 이런 네트워크는 게임과 이커머스 영역에 한정돼 있다.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는 "중국계 자금이 최근 급성장 중인 동남아 스타트업에 몰리는 분위기인데, 그만큼 비슷한 성장 환경과 촘촘한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는 워낙 정부 자금과 모태펀드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웬만한 스타트업이 중국계 자금에 손을 벌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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