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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만 나오는 물가..삶이 팍팍해졌다

이윤주·박상영 기자 입력 2021. 11. 02. 15:22 수정 2021. 11. 0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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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달 소비자물가 3.2% 상승
9년9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
저소득층 체감물가는 더 높아

“남편 월급만 빼고 다 올랐어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집밥 식재료 사는 게 큰 부담이었는데 이제 백신 맞고 밖에 좀 나가려니까 기름값, 외식비 어느 하나 안 오른게 없더라고요.”

경기 평촌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38)는 최근 폭등한 장바구니 물가에 소비를 줄이는 중이다. 자녀 식단용 쇠고기는 한우 대신 저렴한 호주산이나 미국산으로 바꿨고, 체중조절을 위해 사먹던 양상추는 구입한 지 오래다. 김씨는 “예년에는 오를 때가 있으면 곧 내려가고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도대체 한 번 오른 물가가 내려오질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란 지나니 우유·기름 “안 오르는 게 없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9년 8개월 만에 ‘3%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상승폭으로는 9년 9개월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고 통계청이 2일 발표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로 전년동월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2012년 1월(3.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나타내기는 2012년 2월(3.0%) 이후 처음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이 27.3% 크게 오른 데다 달걀·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 상승세도 이어진 여파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일시적으로 집행된 통신비 지원 정책의 기저효과도 지난달 물가를 끌어올렸다.

2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내 수산물 시장에서 한 시민이 현금을 꺼내 장을 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3%’를 뛰어넘는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식료품, 에너지를 비롯한 필수 소비재 가격이 워낙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대출 금리, 전·월셋값 역시 그늘을 깊게 만들고 있다.

일단 연초부터 시작된 밥상물가 고공행진은 아직도 지속중이다. 이상기후, 코로나 등의 영향에다 공급망 병목으로 수입도 원활치 못하면서 신선식품, 가공식품할 것없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최대한 가격인상을 자제하던 기업들도 올 하반기 들어서는 제품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농심과 오뚜기 등이 라면값을 7~11% 인상했고, 10월에는 우윳값이 5% 안팎으로 올랐다. 최근에는 양상추값이 폭등하면서 프랜차이즈 업체들조차 ‘양상추 없는 햄버거’를 판매하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워킹맘 정모씨(39)는 “아이 있는 집에선 우유와 고기는 필수인데,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은 매끼 같은 반찬을 줄 수도 없고 장바구니에 조금만 담아도 십 만원을 넘기 일쑤”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체감물가 더 높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은 감소하는 효과가 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항목별 평균소비성향을 반영해 계산한 체감물가 상승률은 0.7%로,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 0.54%를 웃돈다. 특히 체감물가상승률을 소득 분위별로 보면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의 체감물가는 1.2%로 전체 평균보다 0.5%포인트나 높다. 금융연구원은 “저소득층의 실질적인 생활여건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욱 악화되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초저금리 기조가 막을 내리고, 금리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가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지난 1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31~4.814% 수준이다. 8월 말(2.62~4.19%)과 비교하면 두 달 새 하단과 상단이 각 0.69%포인트, 0.624%포인트 올랐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본격화하면서 서비스 수요 등이 살아나는 점도 물가를 더 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단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는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가 오는 12일부터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를 판매 가격에 즉시 반영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유류세 인하의 영향으로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0.3%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행 시기 등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물가하락 효과는 12월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상승, 공급망 병목 현상 등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올해 초까지만해도 물가 상승압력이 그렇게 세지는 않았는데, 최근에는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면서 “더구나 정부가 전국민의 80%에 해당하는 인구에게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것은 사실상 유동성을 푸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물가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계층을 선별해서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박상영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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