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박원순 지우기' 공방 대비했나
[경향신문]
미니태양광·노들섬 사업 지난달 고발해놓고…
시의회 행감·예산심의 맞춰 뒤늦게 공개
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중 주요 사업들을 감사한 데 이어 최근엔 수사기관에 고발한 사실을 잇따라 공개했다. 이달부터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를 위한 서울시의회 정례회가 열리면서 오세훈 시장(사진)의 ‘전임 시장 지우기’ 행보가 논란이 될 것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 공표를 통해 피고발 사실을 알게 된 당사자들 중엔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았다”며 반발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시는 3일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 사업(미니태양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법하도급, 무자격시공, 보조금 부정 수령 등이 드러난 협동조합·기업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감사 중 적발한 사건들로 고발은 모두 18건에 달한다. 이번 감사는 오 시장이 지난 8월 보조금 수령 직후 고의로 폐업한 정황이 있는 업체를 적발했다며 법적 조치와 미니태양광 폐지 검토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지난 2일엔 사업비 56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운영자를 경찰에 고발·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18년 6월부터 노들섬을 민간업체에 위탁해 운영 중인데, 이 업체가 다른 업체와 용역대금을 주고받으면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부터 노들섬 조성 과정에 대해서도 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 고발 대상이 된 미니태양광·노들섬은 모두 박 전 시장의 중점 사업들이다. 2014년부터 실시한 미니태양광은 박 전 시장 시절 에너지 정책인 ‘원전하나줄이기’의 대표 사업이다. 노들섬은 오 시장이 이전 재임 시기(2006~2011)에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한 곳인데, 박 전 시장은 이 계획을 취소하고 대중·인디음악 중심 소규모 시설을 조성했다.
서울시는 현재 마을공동체, 사회주택, 사회적경제 등 박 전 시장이 시작한 사업 수십여 건을 감사·조사 중이어서, 당분간 추가 고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서울시가 고발 건을 뒤늦게 밝힌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미니태양광·노들섬 사건 고발일은 각각 지난달 15일과 13일로, 2주 이상 지나서야 공개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시작된 시의회 행정감사·예산심의 정국에서 오 시장이 박 전 시장 중점 사업들을 줄줄이 파헤치는 것과 관련해 공방이 거세질 것을 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발당한 측에서는 공개 절차를 문제 삼기도 했다. 노들섬 운영사는 이날 기자에게 “사전 통보나 감사 중 소명의 기회 없이 보도자료를 일방적으로 배포해 사건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 억울하고 황당하다”며 “심지어 횡령 건은 감사 중에 언급된 적도 없다. 보도를 통해 처음 접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당사자에게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거나 부정하면 수사권이 없는 감사 단계에서는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며 “경찰이 밝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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