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농장주가 묻어둔 금괴 2t이 진짜 익산에?..광복회 "파헤친 흔적"

이가영 기자 2021. 11. 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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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 농장주가 금괴를 매장해 은닉했다고 광복회가 추정하는 농장 건물 계단 지하(위)와 바닥면. /광복회 제공

전북 익산시에 있는 옛 일본인 농장주 건물에 다량의 금괴가 매장되어 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광복회는 해당 건물 바닥이 파헤쳐졌다며 문화재청 등에 조사와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광복회는 지난 2일 ‘일본인 은닉재산 익산 금괴 2t 사라졌나! 묻힌 자리 파헤쳐져’라는 제목의 공지를 올리고 “일본인 농장주가 은닉 매장했다고 매우 의심되는 구석진 계단 밑 콘크리트 바닥이 최근 파헤쳐지고 지하를 뚫은 흔적과 마감처리조차 없이 허술하게 나무판자로 급히 덮어놓은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금괴 매장설은 지난 3월 퍼지기 시작했다. 1914년 건립된 주현동 일본인 농장 사무실 지하에 1400억원 상당의 금괴가 묻혀 있고 일본인 농장주 손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발굴을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광복회는 8월 익산시에 매장물 발굴과 사전탐사를 신청했다. 국민 재산을 약탈해 마련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본인이 매장한 금괴를 발굴해 국가에 귀속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익산시는 “해당 건물을 항일독립기념관으로 복원하는 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광복회는 9월 전북 행정심판위원회에 익산시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청구를 했다. 이에 10월 전북 행정심판위원회가 현장 검증을 나섰고, 이때 계단 밑 부분의 콘크리트 바닥이 최근 파헤쳐진 것을 발견했다는 게 광복회의 설명이다. 광복회는 “멀쩡한 문화재 건물 콘크리트 바닥을 파헤쳐 도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더욱 사전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전북 행정심판위원회는 결국 청구를 기각했다.

광복회는 “익산시는 왜 건물 바닥 훼손 없이 단시간에 할 수 있는 사전탐사 신청조차 불허가했는지, 1년 동안 방치하던 일본인 농장 복원사업을 부랴부랴 긴급 예산으로 진행한 것인지, 누가 왜 멀쩡한 바닥을 훼손했으며 이를 방치하고 있는지 분명한 검증과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인 농장사무실 지하에 매장된 문화재와 국가 재산인 금괴 등이 도굴됐는지를 문화재청 등에 조사와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산시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3·1 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인 항일독립운동 기념관 건립사업 대상지다. 매장물 탐사 발굴보다 기념관 조성 사업이 시민의 이익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해 허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항일독립기념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낡은 2층 계단과 기둥, 보 등에 대한 복원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파헤쳐진 흔적이 남았다”며 “얕게 파헤쳤기 때문에 도굴 흔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옛 일본인 농장 건물은 사무실을 포함한 창고 3개 동으로 지어졌다. 일제강점기에 쌀 공출을 위해 세운 창고 건물로, 독립 이후 한동안 화교협회가 학교로 활용해왔다. 이웃한 천주교 성당에서 주차장으로 쓰기 위해 소유한 것을 익산시가 항일독립기념관으로 활용하려고 지난해 말 사들여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전북 지역 농업 수탈 역사를 전하는 건물로 평가받아 2005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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