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요소수 품귀 물류혼란, 농촌·소방구급 영역까지 '불똥'

정찬욱 2021. 11. 4. 16: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게 웬 난리" 화물차 업계 구매난 지속..가격도 천정부지
농민, 비룟값까지 덩달아 오르지 않을까 전전긍긍
지자체들 '자체적으론 대응에 한계' 난감

(전국종합=연합뉴스) "아직은 어렵게나마 구해 썼지만, 운행에 필수적인 요소수가 없으면 차를 멈출 수밖에 없는데 결국 죽으라는 거 아니에요?"

4일 충남 서산 대산항에서 만난 화물차 기사 김모 씨는 요소수 품귀 혼란에 울분을 토했다.

요소수 품귀로 멈춰 선 화물차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요소수 품귀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4일 광주 광산구 하남동의 화물공영차고지에 화물차들이 세워져 있다. 2021.11.4 iso64@yna.co.kr

최근 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물류대란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농촌과 소방 등 공공영역으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화물차 기사들은 요소수를 판매하는 주유소 6∼7곳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판매처를 찾아도 기름값보다 비싸진 가격에 지갑을 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차량 운행을 위해서는 결국 '울며 겨자먹기식'으로라도 살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농민들 걱정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요소수는 화물차뿐 아니라 콤바인이나 트랙터 등 농기계에도 이용돼 농촌에서도 활용도가 크다.

농민들은 수확이 거의 마무리돼 당장 요소수 품귀로 인한 불편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곧 트랙터를 이용한 논갈이 철이 다가와 걱정이고 비룟값도 덩달아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방 당국은 당장은 소방차와 구급차 운영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파악하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서둘러 재고 관리에 들어갔다.

"1만원짜리 요소수가 인터넷서 20만원"…품귀에 '발동동'

이날 오전 전북 익산시 팔봉동 제2산업단지에 있는 (유)아톤산업 정문 앞에는 긴 줄이 생겼다.

"요소수 사러 왔어요"…품귀에 구매 행렬 (익산=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화물차와 농기계 등에 필수인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4일 전북 익산 시민들이 구매를 위해 요소수 제조 공장 앞에 줄지어 있다. 이들은 4시간가량 대기한 뒤 한정판매로 10ℓ들이 2통씩을 샀다. 2021.11.4 ichong@yna.co.kr

전남·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요소수를 생산하는 자그마한 중소기업인 이 회사의 직원들은 평소에는 없던 광경에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화물차 운전사와 농기계 작업을 하는 농민들이 오전 6시께부터 하나둘씩 몰려들더니 10시쯤에는 30여 명으로 늘어났다.

모두 다 급한 마음에 요소수를 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회사까지 직접 찾아오자 회사측은 한 사람당 2통씩 판매하기로 했다. 줄지어 있던 시민들이 일제히 손뼉을 치며 기뻐하는 모습도 보였다.

화물차를 모는 이은희(65)씨는 "익산에서 울산까지 왕복하려면 요소수 10ℓ들이 한 통이 필요하다"면서 "오늘 겨우 2통(통당 1만2천원)을 샀는데, 이틀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상록(42)씨도 "익산에서 인천으로 물건을 나르고 있는데, 요소수가 없으면 일을 하지 못해 당장 생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걱정했다.

아톤산업 관계자는 "통상 중간 도매상에게 10ℓ들이 한 통에 1만원가량에 유통하는데, 인터넷에서 10만원은 예사이고 20만원까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면서 "이런 품귀 현상을 악용해 '요소수를 싸게 판다'며 돈을 먼저 받은 뒤 판매 사이트를 없애고 잠적하는 사기행각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유소 사정은 더하다.

요소수 공급 중단된 주유소 [연합뉴스 자료 사진]

대형 화물차 통행량이 많은 인천항 일대에 밀집한 주유소마다 요소수 구매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인천항 인근 한 주유소 직원 양모(38)씨는 "하루 30∼40건씩 요소수를 구할 수 있냐며 문의 전화가 걸려 온다"며 "어제 2천ℓ 분량의 요소수를 들여와 차량 1대당 10ℓ씩 제한을 두고 판매를 했지만, 5∼6시간 만에 바닥이 났다"고 말했다.

구자두 한국주유소협회 인천시지회 사무국장은 "일부 화물차 기사들은 답답한 심정에 주유소가 요소수를 풀지 않으면 주유 거래를 끊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며 "주유소들도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 현장에서 불만이 쏟아져도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품귀 현상이 계속되자 디젤 승용차 운전자들 중심으로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심한 상황이라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는 요소수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비룟값도 오르지 않을까…농민들도 '전전긍긍'

요소수 품귀 현상은 농민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수확이 끝나 당장 요소 비료나 농기계를 쓸 일은 없지만, 요소수가 귀해지면서 내년에 쓸 비룟값이 오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엇보다 밭갈이, 농자재 운반 등에 사용하는 경운기나 1t 화물트럭, 트랙터가 모두 디젤 기관을 쓰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내년 봄부터 농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배추나 고추 등 밭작물에 뿌리는 요소 비료는 연말에 농협 입찰을 통해 가격대가 결정되는데, 원재료인 요소값이 오르면서 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 요소비료 생산업체인 남해화학은 연간 26∼27만t의 요소를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올해는 2만t가량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고정 단가로 거래되기 때문에 올해 생산된 물량은 가격 상승이 없지만, 당장 내년 봄부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해화학은 요소를 중국에서 30%가량 수입하는데, 중동이나 동남아 지역으로 수입국 다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남해화학 관계자는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수입 상황이 여러 가지로 변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추가 수입국을 결정해 비료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선호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은 "올해 수확은 끝났지만, 요소수 품귀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된다면 당장 봄 농사부터 대란이 올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이 5%에 불과한 국가로 식량과 원료 등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소방·구급차에도 불똥…소방청, 재고관리 지시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일선 소방서에 평균 5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요소수가 확보된 것으로 파악하고 소방서 사정에 따라 적절하게 배분하기로 했다.

소방-구급 출동 문제 없도록 [연합뉴스 자료 사진]

하지만 추가 물량 확보에는 애를 먹고 있다.

소방 당국은 당장은 소방차와 구급차 운영에 지장은 없을 것으로 파악하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재고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소방청은 지난 1일 전국 소방본부에 공문을 보내 요소수 수급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고 요소수 비축량이 얼마나 되고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는지 현황을 1주일 단위로 공유할 것을 지시했다고 이날 밝혔다.

소방당국이 전국에서 운영하는 6천748대 소방차 중 80.5%가, 1천675대 구급차량 중 90.0%가 요소수를 사용하고 있는 차량이다. 소방청은 전국적으로 소방 관련 차량에 사용할 요소수를 3.7개월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자체 뾰족한 대책 없어 난감

정부가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자체들은 관련 동향을 면밀히 살피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자체적으로는 한계가 있어 난감해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환경부에서는 최악의 경우 디젤 차량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조정, 요소수 없이 운행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걱정은 많은데 자치단체 차원에서 해법을 찾기가 어려워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차량용 요소수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긴급 차단 조치에 나서기로 하고 합동단속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또 중국과 협의를 통한 수출 재개, 산업용 요소의 차량용 전환, 수입 대체와 통관 지원 등 요소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기로 하는 등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요소수의 해외 의존도가 큰 현실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혼란과 불편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찬욱 홍인철 형민우 민영규 나보배 김상연 기자)

jchu2000@yna.co.kr

☞ 윌 스미스의 깜짝 고백 "어릴 때 아버지 폭력에 시달렸다"
☞ 캠핑서 실종된 4살 여아…47㎞ 떨어진 집 수색했더니
☞ 버스서 잠든 여성 성추행 60대…승객들이 잡았다
☞ 모텔·항아리 속 수상한 물건…알고보니 보이스피싱 번호 변조기
☞ 옛 일본인 농장 금괴 2t 매장설 실체는…광복회, 수사의뢰
☞ 500g으로 태어나 젖병 빨기까지…쌍둥이 100일의 기적
☞ 치킨에 딸려오던 '미니 콜라' 어디갔나…소형캔 수급차질
☞ 콘돔착용 약속 어기면 성폭행? 캐나다 대법원판결 주목
☞ '이지훈 때문에 작가 해고' 주장…제작진 "사실무근"
☞ "전직 부총리가 성폭행" 中 지도부에 '미투' 터졌다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