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장슬기 기자 2021. 11. 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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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검찰총장 사퇴 전부터 명분 만들기 나선 조선일보, 4·7재보선과 잠행 기간에도 집중 조명
정치선언 이후 실망과 비판 쏟아질 때도 기대감 드러내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대선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국민의힘은 5일 제2차 전당대회를 열고 당원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해 최종 합산한 결과, 윤석열 후보가 47.85%를 얻어 41.5%의 지지를 받은 홍준표 후보를 꺾고 후보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가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 전당대회를 끝으로 국민의힘은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본선 경쟁에 나선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정치인 윤석열'로 변신하는데 큰 역할을 한 건 단연 언론, 그 중에서도 조선일보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대선 후보 윤석열로 변화하는 과정에는 여러 단계들이 있다. 임기를 마치지 않은 채 총장직을 던져야 할 명분이 필요했고, 정치 참여를 선언하기 전까지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투사로서 역할이 유지됐어야 했다. 정치 선언 역시 명분이 필요했고, 이에 대선 후보로서 자질과 캠프 구성 등의 과정에서 쏟아질 비판에도 방어해야 했다.

▲지난 3일 경의선숲길을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윤석열 캠프

이 중에서도 총장직을 던지고 대선 후보에 나서겠다고 하는 과정에서 여론이 특히 중요하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경우와 비교해도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에 사표를 던지고 야당의 정치인으로 나서는 과정에서 명분과 여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검찰총장의 정치참여에 대해 야권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기 때문에 언론보도가 비판적으로만 흐를 경우 낙마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사에선 정부와 각을 세우는 윤석열 당시 총장의 관점에서 현 정부의 문제를 비판해왔고,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총장이 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자 그를 검찰총장 이상의 정치적 역할을 부여했다.

▲ 지난 3월1일 조선일보 칼럼

윤석열의 결단과 관련해 조선일보의 결정적인 역할 중 하나는 지난 3월1일자 “586 강경파 쿠데타…윤석열이 선택할 때가 다가온다”는 류근일 칼럼이다. 총장직을 걸고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인데 “대한민국 검찰 해산 날 윤 총장은 자결 대신 칼을 뽑을 만하다. 모든 걸 던지면 뭔가를 얻는다. 시대는 반(反)전체주의 '자유 레지스탕스'를 요구한다.”고 꽤 강한 메시지를 내놨다. 직후 윤 총장이 국민일보에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인터뷰를 했고, 3월4일 사의를 표했다.

사퇴 기자회견을 전하는 조선일보의 이날 기사 제목도 “윤석열, 정권 비판하며 정치참여 첫발”로 정치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다음날인 5일자 조선일보는 “윤석열, 재보선때 장외서 역할…선거후 제3지대서 야권재편 모색”이란 기사 등을 통해 야권 대선주자로서 윤석열의 역할을 조언했다.

자연인 윤석열로서 첫 메시지는 같은달 6일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에 대한 논평이었다.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으로 비판을 받는 가운데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입장을 내며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 시작한 시기다. 그는 조선일보에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총장직을 내려놓기 직전 명분을 만들어주고, 사의 표명을 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그의 스피커 역할을 해준 것이다.

물론 여타 언론사들도 전직 총장 윤석열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조선일보는 이후 정치인 윤석열의 행보에도 돋보였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조선일보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번 선거는 성범죄 때문”이라며 야권에 투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3월11일 김창균 논설주간의 칼럼 “'보수와 악연' 윤석열·안철수·오세훈이 野 희망 되다”, 12일 윤평중 한신대 교수 칼럼 “윤석열이 마주한 '별의 순간'”, 지난 17일 이한우의 간실열전 “임금을 섬기는 도리”, 19일 박정훈 칼럼 “문 정권이 불러낸 '지연된' 시대정신” 등에서 윤 전 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규정했다.

3월9일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반기문과 다른 윤석열, 몸 사릴 필요없다”라는 글에서 “윤석열 총장은 4월 보선에 개입할까요? 아니, 개입해야 한다고 보십니까”라고 자문한 뒤 “결론은 뻔하지 않습니까. 몸 사릴 필요 없습니다”라며 선거 개입을 주문했다. 이후 이동훈 논설위원은 윤석열 캠프의 대변인이자 첫 인선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 3월29일 조선일보의 윤석열 인터뷰 기사

조선일보 등은 4·7 재보선 사전투표에 윤 전 총장이 참여한 소식을 전하며 주목도를 이어가는 등 지난 6월29일 대선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약 4개월의 공백을 채웠다.

지난 8월초에는 윤석열 예비후보가 당 지도부가 없는 상황에서 전격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이후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이어가던 국면이었다. 당시 한겨레·경향신문 등의 신문이 갈등 국면을 상사헤가 전달하거나 동아일보(사설 “한심한 이준석-윤석열 싸움, 말로만 '정권교체'인가”)가 이 대표와 윤 후보에 대해 양비론을 보였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중진을 하이에나에 비유, 이준석 '당 체질개선론' 논란”(8월12일), “결전 앞두고 '콩가루 집안' 만든 이준석 대표”(8월16일 류근일 칼럼) 등 철저하게 윤 후보의 손을 들어주며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참여 이후 윤 후보는 신선한 공약이나 미래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각종 막말 논란과 처가의 각종 비위 등으로 연일 화제의 중심이었다. 지난 7월16일 동아일보는 “윤 전 총장 발언에서 '어떤 정치를 어떻게?'에 대한 생각이 명료하지 않으니 허전함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고 같은달 20일 중앙일보는 “비전은 없고 정치공학만 남았다”는 칼럼에서 “'좋은 대통령이 되겠다' 수준의 선문답”이라고 박하게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같은달 19일 “위기의 윤석열”이란 칼럼도 실렸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윤 후보에 대한 비판적 칼럼이 없었고, 오히려 같은달 19일 “제3기 국수주의·민중주의 정권 막으려면”에서 “윤석열·최재형 두 사람은 야권의 올바른 정체성 확립에도 영향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여전히 기대감을 드러내는 내용만 지면에 담았다. 자사출신 논설위원이 윤석열 캠프 대변인에 직행한 것에 대한 반성이나 입장은 물론 없었고, 이후 이동훈 전 대변인이 김영란법 위반 등으로 경찰에 입건됐을 때도 소극적으로 보도하며 '위기의 윤석열'의 최후의 방어선 기능을 함께 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윤석열 캠프

그 외에도 '고발 사주' 의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현 정부가 만든 공수처에 대해 꾸준히 비판하면서 결과적으로 윤 후보를 두둔하는 내용의 보도나 칼럼도 여럿 있었다.

검찰총장이 현직에 있을 때부터 정치참여여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회피하며 중립성 논란이 벌어졌음에도 오히려 조선일보는 이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야권의 대권주자로 규정하고 정치적 발언을 이끌어내거나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최근 윤 후보와 홍 후보가 양강구도를 만들면서 조선일보는 특정 후보에 대한 평가를 아꼈다. 이미 윤 후보가 안정적으로 지지율을 유지해왔고, 다양한 인사들로 거대한 캠프를 꾸린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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