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치 남았다"..해외직구도 막힌 요소수에 포크레인 노동자도 울상

문광호·민서영 기자 2021. 11. 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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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 터미널에 5일 화물차들이 서있다. 최근 중국이 경유차량에 필수로 들어가는 ‘요소수’의 원자재인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수빈 기자


“남은 요소수는 일주일 분량뿐이다. 일주일 뒤면 집으로 가야 할 판이다”

박종문 굴착기협회장은 8일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회장은 “요소수 품귀 현상 때문에 공사 자체가 멈추는 곳이 많다”며 “전 현장이 그렇다고 봐야 한다. 요소수가 없으면 건설기계도 운행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일했던 공사장도 요소수가 부족해 인부들을 돌려보냈다. 박 회장은 지금 다른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비축해둔 요소수가 떨어지면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요소수 품귀 사태에 화물차 운전자들뿐 아니라 건설기계 노동자들도 기계를 멈춰야 할 상황에 처했다. 화물차뿐 아니라 레미콘, 크레인, 굴착기, 롤러 등 중장비에도 요소수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배출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바꾸는 요소수는 선택적 환원 촉매장치(SCR)가 장착된 디젤 중장비 운행에 반드시 필요하다. 대한건설기계협회 한 관계자는 “2015년 이후 건설기계도 디젤을 사용하는 경우 해외에서 수입하는 친환경 유로6 엔진으로 바뀌었다”며 “이 엔진에는 요소수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바퀴가 4개인 일명 ‘앞사발이’ 25톤급 덤프트럭의 경우 하루에 필요한 요소수가 평균 10리터(ℓ) 정도이다. 중소형 포크레인(굴착기) 기준으로는 일주일에 15ℓ 정도의 요소수가 필요하다.

건설기계 노동자은 현재 남은 요소수 분량은 평균 일주일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전재희 민주노총 건설노조 교선실장은 “지금 관련 설문 통계를 받고 있는 중인데 대략 일주일 정도 분량만 남았다고 한다”며 “거래처나 알고 있는 주유소를 통해 최대한 끌어모으고 있고 인터넷 해외직구도 시도하는데 아예 출고 자체가 안 된다고 한다”고 했다.

공급 부족에 요소수 가격도 치솟고 있다. 김포에서 굴착기 대여업체를 운영하는 A씨(42)는 “원래 1만원 이하였던 요소수 가격이 지금은 10만5000원까지 올라갔다”며 “웃돈을 줘서라도 무조건 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비용 부담에 요소수가 필요하지 않게 차량을 불법으로 개조하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다만 A씨는 “개조해서 고장나면 워낙 고액이 들어가니까 아직까지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특수고용직이 많은 업계 특성상 요소수 가격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전 실장은 “가격이 급등해 요소수가 없으면 일을 못하는 분들은 억지춘향격으로 오른 가격에 사고 있다”며 “5만원으로만 올라도 하루에 4만원씩은 더 나가야 하니 생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지원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오는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요소수 품귀로 인한 운행중단 피해보상과 노동자 구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정부는 요소수 수급 안정을 위해 이날부터 매점매석을 금지하기로 했다. 매점매석을 하다 적발되면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정부는 이번 주 군수송기를 동원해 호주에서 요소수 2만ℓ를 수입한다. 또 수만톤 수준의 계약분을 중심으로 신속한 수출통관을 위해 중국 정부와의 외교적 협의를 추진 중이다. 국내 요소생산설비 확보 방안과 조달청 전략비축 등 장기 수급안정화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문광호·민서영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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