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비판 담긴 '2030 남성의 홍준표 지지 이유' 글 추천한 이재명

박홍두 기자 2021. 11. 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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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 선거위원 대책 회의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2030 남자들이 펨코에 모여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한 이유’라는 글을 공유하고 읽어볼 것을 권했다. 해당 글에는 20~30대 남성들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홍 의원을 지지한 이유를 분석하면서 이 후보가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해야 하고 민주당의 ‘친 페미니스트’ 정책과도 거리를 둬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후보는 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2030 청년들의 좌절을 면밀히 살피고 이들과 자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제가 최근에 청년과 관련한 글을 읽었는데, 다들 읽어보시라”고 일독을 권했다.

이 글은 최근 친여 성향 게시판인 ‘딴지일보’ 게시판에 올라왔다. ‘펨코’란 온라인 커뮤니티는 ‘에펨코리아’의 줄임말로 최근 홍 의원의 지지세가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로 꼽힌다.

해당 글에는 “(2030 남자들은) 당장의 사는 것에 급급한 세대다. 어떤 세대보다 공정에 민감하고, 차별당하는 걸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며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이들의 사정에 귀 기울이는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글쓴이는 민주당의 페미니즘 정책을 겨냥해 “민주당은 각종 페미(페미니즘) 정책으로 남자들을 역차별했다”고 비판했다. 2030 남성들이 홍 의원을 지지한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각종 페미 정책이 시작이었고 다음으로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민주당은) 이재명의 이름으로 젊은 남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쓴이는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들은 애초에 이재명은 고려조차 안 하고 있었다. 이제야 막 이재명이 누구인가에 관심이 생겼다”며 “이재명이 문재인 정부의 페미 우선적인 정책과 차별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면 이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 측이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 등에 대한 비판을 담긴 글을 공유해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동안 2030 남성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 측면이 있으니 돌아보자는 취지”라며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말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해당 글 전문.

<2030남자들이 펨코에 모여서 홍을 지지한 이유(긴글)>

설명을 안 해주고 답답해 한다는 비판을 수용해서 설명드립니다.

2030남자들은 세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학생시절, 취업 후 미혼시절, 신혼시절입니다.

이 사람들은 취업과 결혼, 집 장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먼저 이들의 어려움을 100번 이상 이해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이 글을 읽으셔야 합니다.

명문대를 다니거나 대기업에 다니거나, 건물주 아버지를 둔 극소수를 제외하고 이들은 수많은 아르바이트 등에 시달리면서 각종 갑질을 당하고 있는 집단입니다.

우리는 기득권 집단으로 국민의 힘과 언론, 재벌, 부동산 업자, 법조인, 투기꾼, 의사 등의 전문직종 등을 떠올립니다. 이유는 그들이 지금껏 해왔던 악행을 잘 알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나이 먹은 모든 사람들을 직역과 관계없이 다 기득권이라 생각하고 배척합니다.

이들은 누가 민주화 운동을 했는지 누가 친일을 했는지에 대해 잘 모릅니다.

이들은 대한민국 유사이래 처음으로 선진국에서 태어나 가장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어른이 된 세대로 딴지인들에 비해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입니다.

이들은 당장의 사는 것에 급급한 세대로 어떤 세대보다 공정에 민감하고, 차별당하는 걸 참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문재인과 민주당을 등지고 홍을 지지하게 되었을까요.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대변해줄 정치인에 목이 말라 있는 사람들입니다.

일단 그동안 이들의 사정에 귀귀울이는 국회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나라에는 40대 국회의원도 몇명 안되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낮은 투표율과 극심한 노령화에 따라 이들의 표는 정치인들에게 등한시 된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리 자식이 있고 깨여 있어도 40,50대가 20대의 생각을 알 수는 없습니다.

노력해도 불가능에 가까운데 민주당 내에는 아예 노력하는 사람조차 한명도 없었습니다.

이때 50대 이상이 주류인 우리 정치권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유일하게 들어준 사람이 하태경과 이준석이었습니다.

민주진영에선 김남국 의원이 잠깐 노력하다가 말았죠.

김남국의원이 끈질기게 펨코에서 버텼다면 그들은 김남국의원을 좋아했을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양당의 수많은 정치인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정치인이 하태경과 이준석 뿐인데 이들이 이준석을 지지하는 게 이상한가요.

반면 각종 폐미 정책으로 남자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역차별한 사람들은 민주당의 진선미, 남윤인순 등의 폐미의원들이었습니다.

민주당의 의원들은 각종 폐미 관련하여 젊은 남자들을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하는 법안을 내는 등 자신들을 배척하는데 이들이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는 이준석이 누군지, 하태경이 누구인지, 그들이 속한 국민의 힘이 어떤 사람들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물론 국민의 힘을 지지하지 않지만, 이들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똑같은 꼰대일 뿐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이 국민의 힘을 지지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이들은 모바일로만 정치를 소비하는 집단인데 이유는 학업과 생업에 치여 오프라인에서는 도저히 정치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이들은 네이버나 나무위키, 위키트리 등 모바일을 통한 정보획득을 통해 정치를 접하게 되는데, 아시다시피 포탈은 이미 우편향 되어 있습니다.

매일매일 정치에 관심을 갖고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사람이 아닌 한, 포탈의 논조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들은 이준석과 하태경에 대한 팬덤을 형성해 나감과 동시에 국민의 힘을 지지하게 된겁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힘 만큼은 아니지만 심심치 않게 나오는 민주당 의원들의 부패, 성스캔들은 이들에게 하여금 국민의 힘이나 민주당이나 모두 다 같은 기득권이자, 꼰대라는 생각에 정당성을 줬습니다.

조국과 관련된 사건에서도 법적으로는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 청렴하고 깨끗한 사람인 줄 알았던 조국의 딸이 특혜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논문의 저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게 됩니다.

여기서 고약한 점은 조국이 내로남불의 프레임에 빠졌다는 점이지요.

그렇다면 왜 이들은 나경원에게는 분노하지 않고 조국에게만 분노했던 걸까요.

왜 선택적 분노에 빠진 걸까요.

이들에게 물어보면 나경원의 딸도 특혜고 문제가 있다고 답합니다.

다만 조국은 깨끗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해 버린 겁니다.

저는 당연히 이사람들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왜 홍준표를 지지한 걸까요.

이유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각종 폐미정책이 시작이었구요,

다음으로는 부동산 폭등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조국, 박원순, 윤석열 등 정치적 사건에 대한 언론의 우편향 된 프레임 전쟁에서 패배한 게 컸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민주당이 정면돌파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조국사건에서도 민주당은 둘로 갈라져 사과를 했다가 아니라고 했다가 갈팡질팡 했습니다.

차라리 일사분란하게 조국은 전혀 잘못이 없다고 모든 의원들이 매일매일 인터뷰를 했다면 양상은 전혀 달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즉 민주당이 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동안 이들은 그나마 자신들의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해주는 국민의 힘을 지지하게 된 겁니다.

그렇다면 왜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은 걸까요.

이들은 윤석열에 대해선 학습을 한 겁니다.

아무리 국민의 힘이라 해도 미신에 의존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사람을 지지할 수는 없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지지하는 이준석을 무시하는 윤석열의 행동은 이들이 절대로 윤석열을 지지하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죠.

결국 이들은 일치감치 민주당은 제외한 후 국민의 힘에서 남은 선택지인 홍준표를 지지할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 때부터 이들은 홍준표를 지지하기 위해 각종 밈도 만들고 이런 과정이 상승작용이 되어 이들의 홍준표의 지지세가 높아진 겁니다.

즉 홍준표는 그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이들이 지지하면 안되는 결격사유가 없었다는 이유로 지지받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뭘까요.

이재명의 이름으로 젊은 남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젊은 남자들에게 수많은 의원들이 끊임없이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이들이 이재명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이들이 이재명을 비토할 결정적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애초에 이재명은 고려조차 안하고 있었고, 이제야 막 이재명이 누구인가에 관심이 생긴 상황입니다.

이때 이재명이 문재인 정부의 다소 폐미 우선적인 정책과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다면 이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간곡히 부탁드리는 말씀은 나의 20대는 얼마나 논리적이었는가. 나의 20대는 얼마나 합리적이었는가를 한번 생각해주세요.

나의 20대 자식들은 얼마나 합리적인가요.

그러니까 옳고 그름을 떠나서 우리가 일단 이들의 말에 먼저 귀를 귀울여 줘야 합니다.

이들이 이러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습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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