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나랏빚 증가 1위? IMF의 진짜 경고는..

박예원 2021. 11.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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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 IMF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를 냅니다. 각국의 재정 현황을 조사·분석·전망하고 재정 건전성 방안을 제시하는 자료입니다.

올들어 지난 달(10월)에도 어김없이 나온 이 자료를 여러 언론에서 "한국, 국가채무 증가속도 선진국 중 1위"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안 그래도 우리 재정에 대해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당장 재정 여력이 없다"(김부겸 국무총리 라디오 방송 출연)는 서로 다른 얘기들이 나오는 시기라 화제가 됐습니다. 제3 자의 눈으로 본 우리 재정은 어떤 상태일까, IMF 보고서를 더 읽어봤습니다.

.. the ratio of gross government debt to GDP for advanced economies is expected to decline marginally to about 120 percent in 2026. However, in some countries the debt ratio is expected to remain broadly stable (United Kingdom) or continue rising (Republic of Korea).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총부채 비율은 2026년에 약 120%까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부채 비율이 머물러 있고(영국) 또는 계속 상승한다 (한국).

■ 일반정부 국가채무 비율 증가 폭, 한국이 35개국 중 1위

맞습니다. IMF 재정점검보고서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 국가 가운데 일반정부 국가채무 비율이 2021년부터 2026년 사이 가장 많이 증가하는 나라는 한국입니다. 2021년 51.3%가 2026년 66.7%가 됩니다.

이 기간에 35개 선진국 가운데 우리를 포함해 14곳이 채무 비율이 늘어납니다. 체코가 8.7%p 늘고 벨기에가 6.3%p, 싱가포르가 6%p 증가해서 2, 3, 4위인데, 그래도 우리만큼 빠르게 늘지는 않습니다.

20곳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줄고 1곳(룩셈부르크)은 똑같은 수치를 유지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때문에 IMF는 위에서 보듯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계속 상승하는 국가로 '한국'을 언급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늘어나니 뭔가 엄중한 경고가 나올까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보고서 전체에 더 이상의 한국 언급은 없습니다. 사실,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폭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크다는 내용이 10월 보고서에 처음 나온 것도 아닙니다.

4월에 나온 같은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1년 53.2%에서 2026년 69.7%로 16.5%p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돼 전 세계 1위였습니다. 이 때에 비하면 오히려 수치가 조금씩 내려갔죠? 우리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국채를 일부 상환해서 그렇습니다.

증가 폭이 크긴 해도, 2026년 기준 우리 국가채무비율 66.7%는 전체 평균인 118.6%, G20 평균인 130.5%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기도 합니다.

IMF가 10월 들어 한국의 재정 건전성에 경고를 보냈다거나, 우리나라가 국가채무 비율 상승을 방치했다는 식의 시각으로 접근할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 한국의 국가채무, 다른 선진국과 뭐가 다를까?

다만 우리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움직임은 눈여겨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국가 채무 증가 폭으로 우리 뒤를 잇는 체코의 경우 2021년->2026년 증가 폭이 4월 15.7%p에서 10월 8.7%p로 급감했습니다. 4월 보고서에선 이 기간 5%p 이상 늘어나는 국가가 5곳(한국 제외)이었는데, 10월 기준으로는 3곳뿐입니다.

다들 빚을 줄이고 있는 겁니다.

당장 내년을 봐도 그렇습니다. 35개 국가 중에 우리를 포함한 12 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이 증가합니다. 나머지는 당장 내년 예산부터 코로나19로 비대해진 재정을 축소합니다. 우리가 선진국의 일반적인 경향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 IMF의 진짜 경고는….

Global interest rates may rise sooner or more sharply than expected, increasing financing costs in most countries and increasing vulnerabilities in emerging and frontier markets (October 2021 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 In many countries, fiscal buffers were not rebuilt after the global financial crisis and have now dwindled.

세계 금리는 곧,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를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대부분 국가에서 돈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이 오르고 신흥 시장에서는 취약성도 커지게 된다. 많은 나라에서 재정 완충지대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복구되지 않았고 지금은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바야흐로 '인플레이션의 시대'라는 경고가 나오는 요즘입니다. IMF 역시 이 경고를 잊지 않았습니다. 저금리인 지금까지는 돈을 빌리는 것이 쉬웠겠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비용도 많이 들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개인뿐 아니라 국가도요.

왜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하느냐?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도 있었습니다.

..a credible commitment to fiscal sustainability can buy flexibility and time. When lenders trust that governments are fiscally responsible, financing deficits is easier and cheaper.

재정이 지속 가능할 거라는 신뢰를 쌓는 것은 여유와 시간을 벌어준다. 돈을 빌려준 쪽에서 해당 정부가 재정적으로 책임감 있다고 믿을 때, 빚내는 게 다 쉽고 저렴해진다.

■ 재정 운용은 선택의 문제, 그 전에 반드시…

재정 운용을 어떻게 할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줄지도, 세금이 더 걷히면 돈을 갚아야 하는지(국채 상환) 아니면 필요한 곳에 써야 하는지도 정부와 국민이 함께 논의해서 정하면 될 일입니다. IMF는 각국 정부에 주로 "아껴 쓰라"는 권고를 많이 하는 국제기구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남들보다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지, 갈림길을 택하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인지 정도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IMF 재정점검보고서의 의의도 그런 데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인포그래픽 : 김현수)

박예원 기자 (ai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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