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놀이터서 놀면 도둑" 아이들 경찰에 신고한 아파트 주민회장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 11. 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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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다른 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을 경찰에 신고해 논란이 됐다.

이어 "입주민 회장은 타 지역 어린이들만 골라 아이들을 관리실에 잡아두고 경찰에 놀이터 기물 파손으로 신고 한 것이다. CCTV를 봐도 아이들이 기물파손한 정황은 없었으며, 입주민 회장 개인의 의견으로 타 지역 어린이는 우리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 게 그 분의 논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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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관련 없는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다른 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을 경찰에 신고해 논란이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4일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파트 회장에게 잡혀갔어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너무 황당해서 청원을 올린다. 얼마 전 아이들이 인천 영종도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 입주민 회장한테 붙잡혀 가는 일이 있었다. 평소 18시 30분에 귀가해야 하는 아이가 두 차례 전화에도 연락 두절 상태여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19시 09분에 경찰한테 연락이 왔다. 우리 아이가 기물파손 죄로 신고가 들어와 와보셔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히 달려가 보니 우리 아이 포함해 총 5명의 초등학생들을 관리실에 잡아 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 왔다. 5명의 아이들은 연락 받고 도착한 부모를 볼 때마다 닭똥 같은 굵은 눈물을 흘렸다. 처음 본 아이들이지만 저는 우리 아이 포함 5명의 아이들을 진정 시켜주고 경찰에게 출동 사유를 듣고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입주민 회장은 타 지역 어린이들만 골라 아이들을 관리실에 잡아두고 경찰에 놀이터 기물 파손으로 신고 한 것이다. CCTV를 봐도 아이들이 기물파손한 정황은 없었으며, 입주민 회장 개인의 의견으로 타 지역 어린이는 우리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 게 그 분의 논리”라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아이들을 놀이터에서 잡아가는 과정에서 욕을 하고 심지어 핸드폰, 가방, 자전거 등을 전부 놀이터에 두고 따라 오라고 해서 아이와 연락이 안 된 것이다. 담당 형사도 아동 학대, 감금, 언어폭력 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지만 힘들 것 같다고 본인도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한다. 법적으로 처벌 할 수 없다는 게 맞는 것인지 제발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타 단지 아파트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논 아이들이 뭔 죄가 있는지 아직까지 우리 아이에게 설명을 못 해주고 있다. 과연 놀이터 주인은 누구일까? 아이들일까 입주민 회장일까”라고 반문했다.

인터넷 카페 등에 공개된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직접 적은 글을 보면 “쥐탈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냐며 물어보고 나는 ‘XX 산다’고 했더니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우리에게 핸드폰, 가방을 놓고 따라오라며 화를 냈다. 형은 말도 못하고 무서워서 따라갔다. 가기 싫다고 모두 외쳤는데 할아버지가 (욕설을 하면서) 커서 아주 큰 도둑이 될 거라고 했다. 어머님이랑 형이 오자 자식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 아이는 “핸드폰을 두고 따라오라고 해서 엄마한테 전화도 못했다. 할아버지가 너희는 아주 큰 도둑이 될 거라며 경찰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너무 무섭고 큰일 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열린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의 임시회의에서는 단지 내 놀이터를 외부 어린이가 이용할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용의 ‘어린이 놀이시설 외부인 통제’ 건이 의결됐다가 입주민들의 반대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은 지난달 12일 오후 “아이들이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며, 이 아이들의 부모는 협박 및 감금 혐의로 이 입주자대표 회장을 고소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부모들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돼 고소인 조사를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기물을 파손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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