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선택은] ① 대선 운명 이들 손에 달렸다..갈 곳 잃은 'MZ 세대'
부동산·취업난 등 실망감 반영, '보수화' 해석 무리.."이익 중심 판단 경향"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류미나 정수연 기자 = '이들의 마음을 잡지 않고서는 대권 고지에 오를 수 없다.'
2030세대가 내년 3월9일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로 부상했다.
전체 유권자 대비 약 3분의1을 차지하는 이들은 이념 및 지역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선거 당시의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스윙보터'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등 여야간 대진표가 확정됐지만 2030 유권자들은 아직 어느 쪽에도 마음을 주지 않고 있다. 이에 정치권은 대선 승리가 걸린 이들의 표심을 확보하는 데 레이스 초반부터 올인하고 있다.
19대 대선에선 진보 성향 투표…4년 만에 보수 정당 지지로 선회
문재인 정권 들어 2030의 표심은 크게 요동쳤다. 4년 전 19대 대선 당시만 해도 진보적 성향이 뚜렷했던 2030은 올해 4월 치러진 재보선에서 보수 정당 쪽으로 돌아선 양상을 나타냈다.
지상파 3사 출구 조사 결과로 세대별 득표율을 복기해보면, 2017년 대선 당시 20대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47.6%)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12.7%)에게 도합 60.3%의 지지를 보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의 20대 득표율은 8.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30대 역시 문 후보(56.9%)와 심 후보(7.4%)에 총 64.3%를 몰아줬고 홍 후보에게 간 표는 8.6%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20대에서 55.3%, 30대에서 56.5%를 각각 득표했다. 반면,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각각 34.1%, 38.7%를 얻는 데 그쳤다.
현 정권의 최대 지지 연령층인 40대의 박 후보 투표율은 49.3%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52.4%)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더 젊은 세대의 표심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보수 정당 입장에서는 4년 만에 2030의 표심을 다시 끌어오는 데 성공한 셈이다.
뒤이어 6월 열린 국민의힘 전당 대회에서는 36세의 '0선' 이준석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의 열광적 지지 등에 힘입어 헌정사 첫 30대 당수로 선출되며 다시 한번 '2030의 반란'을 연출했다.
내년 대선 표심은 미지수…이재명·윤석열 모두 마뜩잖은 2030
그러나 이런 지지세가 내년 3월 대선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최근 국민의힘 경선에서 특유의 '사이다 화법'을 무기로 젊은 세대로부터 인기를 끈 홍준표 의원이 탈락하자 2030의 민심은 다시 싸늘하게 돌아섰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이후인 지난 5~7일 전국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20대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16.7%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16.2%)와 별 차이가 없다.
30대에서도 이 후보(24.5%)와 윤 후보(24.1%)의 지지율은 공히 저조한 수준이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18~29세 29.8%, 30대 23.1%였고, '현재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응답은 18~29세 64%, 30대는 56.9%를 각각 기록했다. 모두 다른 세대보다 유독 높은 비율이다.
결국, 2030은 현재 상황에선 여야 어느 쪽에도 표를 몰아줄 생각이 없는 부동층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부동산·취업난·젠더 갈등 등 실망감 반영…'보수화' 해석은 무리
이에 2030은 현 정부와 여당에 실망한 것일 뿐, 이념적으로 보수화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권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 낮은 취업률, 여권 인사의 '내로남불' 논란 등으로 2030의 상대적 박탈감이 어느 때보다 극심한 상황에서 집권 세력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정권 말기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2030은 자기 이익 중심으로 정치 현안을 판단하기 때문에 정권에 의한 피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 2030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 주제는 남녀 갈등, 젠더 문제로 꼽힌다.
현 정권 들어 '미투 운동'과 거기에 맞선 '백래시' 등 광범위한 남녀 갈등이 촉발된 와중에 여성 징병제, 혐오 논란 등 인화성 높은 이슈가 불거져도 여권은 해결의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군 복무 문제 등으로 박탈감에 시달리는 젊은 남성들의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을 대변해 '이영자'(20대 남성·영남지역·자영업자층), '이대남' 등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의 집단적 정체성을 분류하긴 어렵고 정치학에서는 이슈나 가치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뭉치는 '네트워크화된 개인'이란 얘기를 많이 한다"며 "산업화나 민주화 담론으로부터 자유롭고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 정치적 올바름, 공정과 정의 등에 예민하다"고 분석했다.
ge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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