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남자인데요.." 2007년 지식인에 올라온 이 글, 14년 만에 화제된 까닭

김은빈 2021. 11. 1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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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남자인데요. 삶이 참 재미없고 지루해서요…재밌게 사는 법 없나요?"

2007년 7월 4일 네이버 지식인에 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이 남학생은 "친구들은 잘 놀고 하는 거 같은데 전 잘 안되네요. 한 가지에 집중할 만한 것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까. 왜 살까. 뭐가 하고 싶은지조차 알 수 없는 게 한심하네요"라며 "인생을 재밌게 바꾸고 싶어요. 재밌게 사는 법 없나요"라고 물었다.

사진 네이버 지식인 캡처.


이틀 뒤 이 글에는 "전 고3 누나예요"라며 한 네티즌의 답변이 달렸다. 이 네티즌은 "뭐 나도 인생 재밌게 살려고 별 쇼 다 해봤으나 진짜 재밌는 건 없더라고요. 재미 느껴보려고 공부에 매진해서 100등 올려봤는데 이것도 잠깐만 재밌고, 남자친구가 생겨도 잠깐만 재밌고. 고2 때는 너무 재미없어서 친구들도 안 사귀어보고 혼자 무념에 빠져서 학교를 어슬렁어슬렁 다녀봤는데 사실 재미보단 심심함이 더 컸고 그냥 인생이 뭐 이렇죠"라며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또 "그냥 인생이 뭐 그렇죠. 재미를 느끼려면 밤 8~10시 사이 근처 공원에 츄리닝 같이 편하고 좀 나가 보이는 식의 옷을 입고 MP3 끼고 산책하면 기분 좋던데요"라며 조언도 했다. 네티즌은 "재미있으라고 공부는 절대 하지 마세요. 비추. 공부는 그냥 일의 업종이지 이걸로 절대 휴식을 취해서도 안 되고요. TV로도 시간 보내지 말고요"라며 "삶이 지겹고 외로우면 그냥 그 자체로 즐기세요. 진짜 필요한 친구 1명만 사귀고 다 버리세요. 그리고 고독을 즐기세요. 고독 즐기는 것만큼 재미있는 건 없다고 봐요. 여행도 혼자 다니는 게 더 재미있고. 쓸쓸하면 쪽지 하세요. 즐겁게는 못 해 드리지만 한풀이는 해드리죠. 뭐"라고 했다.

어린 학생들이 주고받은 일상에 대한 고민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다시금 주목된 것은 질문자가 14년 만에 재차 글을 남기면서다.

지난 7일, 어느덧 30대가 된 질문자는 "죄송하네요. 질문을 남기고 지금 처음 봤어요. 하하. 답변 감사합니다. 지금 봐도 좋은 답변이네요"라고 뒤늦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감사 선물로 네이버 포인트 1만점도 보냈다.

사진 네이버 지식인 캡처.

다음날인 8일 답변자도 응답했다. 이 네티즌은 "질문자님 14년 만에 뵙네요"라고 인사하며 "10대 때 이후로 지식인을 내려놓고 살았는데 오늘 10000포인트 들어와서 깜짝 놀랐어요"라고 했다.

이어 "커피 한잔하라며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10000포인트를 쏠 수 있다는 것은 질문자님에게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겠죠?"라며 "30대가 된 지금은 인생이 조금 더 재밌어졌을까요? 아니면 10대 때와는 또 다른 요소들로 고단함을 느끼고 계실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인생을 살고 계시든 그 인생 속 주인공인 질문자님의 선택은 항상 바른 곳을 향해 있을 거예요. 질문자님도 저도 앞으로도 노잼 시기가 한가득이겠지만 이날을 추억하며 즐겁게 웃어 넘겨봐요! 당신의 30대를,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14년 만에 연출된 훈훈한 광경에 해당 게시물에는 "이 글을 읽는 지금 참 낭만적인 새벽이네요. 다들 멋진 어른으로 살아가고 계시길", "13년 전 이런 답변을 쓰신 답변자분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강하게 멋진 인생을 살아가시는 분이겠죠? 이제 고3인 저도 답을 얻고 갑니다" 등 네티즌의 응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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