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尹캠프는 왜 싸울까..진영대결론 vs 세대포위론

허진 2021. 11. 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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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오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선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컨벤션 효과’에 올라탄 잔칫집 국민의힘에서 오히려 갈등이 더 조명받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윤 후보가 선출된 뒤 탈당한 2030세대 당원 숫자를 놓고 윤 후보 측과 이준석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이 뒤엉켜 벌이는 전쟁 같은 논쟁이다. 당내 일각에선 “뭐 이런 콩가루가 다 있냐”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윤 후보측과 이 대표 간 갈등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했던 지난 7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준석 대표가 호남 방문을 하는 사이 윤 후보는 당사에 전격 방문해 그 자리에서 입당 절차까지 마쳤다. 이른바 ‘이준석 패싱’ 논란이 일었다. 이후 경선 방식을 둘러싼 이견, 신지호 캠프 정무실장의 ‘이준석 탄핵 발언’, 이 대표가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했던 “금방 정리된다”는 발언을 둘러싼 해석 공방 등을 거치며 갈등은 증폭됐다. 이후 당 안팎에서 ‘이준석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 대표가 공개 발언을 줄였고, 논란은 수면 아래로 잠겼다.


‘이준석 패싱’ 이후 탄핵·녹취록 논란으로 감정 골 깊어져

그러다 경선 막판 2030세대의 지지를 발판으로 홍준표 의원이 상승세를 보이자 양측의 긴장 수위는 다시 높아졌다.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 이후 20~40대 신규 당원이 늘었다는 보도자료가 공개되고, 윤 후보 측에선 “이 대표가 공공연하게 홍 의원을 밀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그리고 경선 결과 여론조사에선 홍준표 의원이, 당원 투표는 윤 후보가 크게 이기는 ‘민심과 당심의 괴리’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윤석열(오른쪽) 후보가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과 악수하는 모습. 뉴스1


경선 직후 윤 후보 캠프 인사들이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이라고 주장한 건 또 다른 화근이었다. 홍 의원을 지지하던 2030 당원들이 국민의힘을 “노인의힘”라고 깎아내리며 탈당하기 시작했고 홍 의원 지지지가 밀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탈당 인증샷’ 행렬이 이어졌다.


‘洪 지지’ 2030 탈당 행렬에 김재원 ‘40명’ 발언으로 기름

이 과정에서 윤 후보와 가깝다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지난 8일 “중앙당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전당대회 종료부터 8일 오전까지 확인된 탈당자 수는 40명이 전부”라고 말한 게 알려지면서 2030세대 당원의 불만은 더욱 증폭됐다. 이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40명 남짓 탈당했다는 식으로 조롱조로 계속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지도부 내분으로 번졌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당내에선 기본적으론 양비론이 우세하다. ‘경선 패자의 지지층을 보듬어 원팀을 만드는 게 당연한 상식인데 계속해 유리한 당원 통계를 제시하며 자극하는 윤 후보 측이나, 관련 보도나 발언이 나올 때마다 페이스북을 통해 매번 반박하는 글을 올리는 이 대표나 모두 잘못하고 있다’는 시선이다. 윤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경선 때 이 대표가 사실상 홍준표 의원을 밀어서 미운 게 사실이지만 이런 모습이 계속되는 건 결코 좋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적 자산 다른 尹과 李…2030에 대한 입장도 미묘한 차이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정치적 자산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2030세대는 당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라고 밝히는 등 2030세대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전체 국민을 상대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윤 후보 캠프 입장에선 “2030세대 목소리에 지나치게 휘둘려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여럿이다.

윤 후보 측 인사는 “2030세대가 중요하다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그렇다고 이준석 대표가 2030세대를 지렛대로 활용해 지나치게 목소리를 내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 측 인사는 “(지난 6월 11일) 전당대회 때부터 자발적으로 당비를 내고 활동한 청년 당원이 많은데 이들을 ‘원래 민주당원’이라거나 ‘역선택을 위해 입당한 위장 당원’이라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애초에 윤 후보 측과 이 대표가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법치 유린이 계속되고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 민주당의 일탈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야권 통합론에 무게를 실었다. 기본적으로 이번 대선을 ‘진영 대결’로 보고 있는 것이다.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도 지난 8일 “경선 후유증은 사전에 다 예상했던 일이다. 본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지난 6월 22일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특별시청에서 열린 현안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반면 이 대표는 전통적인 국민의힘 지지층인 60대 이상과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에 모여들고 있는 신(新) 지지층인 2030세대를 결합해 대선에서 승리하는 ‘세대 포위론’을 강조하고 있다. 40대와 50대에서 지더라도 청년 세대와 장년 세대로 이들을 포위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세대 포위론 전략을 완성시키기 위해선 단순히 2030 지지율이 높은 것이 아니라 꼭 투표장에 갈 만한 동인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등을 조정할 원로가 국민의힘 내부에 없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에는 이해찬 전 대표나 유인태 전 의원 같은 원로가 있어 당이 어수선할 때 목소리를 내줄 사람이 있지만 탄핵 사태 등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에는 그런 어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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