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아버지 '간병살인' 20대 청년..아버지 마지막 말에 8일간 울었다

박효주 기자 2021. 11. 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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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선처 탄원했지만 2심도 판결유지
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중병을 앓던 50대 아버지를 8개월 가까이 돌보다 경제적 어려움 끝에 방치, 숨지게 한 아들은 어떤 처벌이 합당할까.

이 같은 존속살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 선고를 받은 20대 아들이 그 사정을 알게 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선처 호소에도 2심에서 같은 징역형에 처해졌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이 정당하다고 봤다. 왜일까.
50대 아버지 쓰러지며…경제적 어려움
20대 아들 A씨는 지난 5월 1일부터 8일까지 여드레 동안 아버지 B(56)씨를 방에 내버려둬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으로 끝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극은 아버지 B씨가 지난해 9월 심부뇌출혈과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며 시작됐다. 입원 후 7개월 간은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이후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 4월 23일 퇴원했다.

퇴원한 B씨는 왼쪽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혼자서 거동할 수 없었던 데다가 정상적인 음식 섭취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A씨는 퇴원 후 B씨에게 처방약을 일절 제공하지 않았고 영양공급을 위해 하루 3개 섭취가 필요한 치료식은 일주일간 10개만 제공했다.

지난 5월 1일부터 여드레 동안에는 치료식과 물 등 제공도 중단하고 피해자의 방에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 결과 B씨는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이 발병해 숨졌다. 사망 당시 피해자의 체중은 약 39㎏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13일 재판부는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당시 이 사건을 두고 여론은 A씨를 '아버지를 굶어 죽게한 패륜아'로 묘사했었다.
'간병 살인' 비극의 이면
이 사건은 탐사매체 셜록이 심층 보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A씨가 아버지를 방치해 죽게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 전해진 것이다.

A씨는 모친이 10여년전 집을 나가 B씨와 단둘이 살아왔고 고된 간병 노동은 A씨가 홀로 감당해야했다. 또 2000만원의 수술·병원비를 감당하려다 돈이 떨어져 월세·가스비·전기료·통신비 등 모든 것이 연체됐다. 쌀을 살 돈이 없어 주변에 2만원을 빌려달라는 메시지까지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 보는 편의점 사장을 찾아가 "아버지가 쓰러져 무조건 일을 해야한다"며 구직을 사정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져다. 돈을 아끼기 위해 편의점 내 유통기한이 임박한 '폐기'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활고는 계속됐고, 결국 B씨는 A씨를 불러 "미안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라", "그 전까지는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울며 시간을 보냈고 B씨는 결국 숨을 거뒀다.
복지 사각지대…대선후보도 "대책마련"
비극이 일어난 배경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A씨 사건의 원인이 복지 사각지대라는 사회적 병폐에서 비롯됐다"며 A씨 선처를 요구하는 한편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국민에게 의무를 요구할 때는 신속한 국가가, 의무를 다해야 할 땐 답답할 정도로 느려선 안된다. 국가 입장에서는 작은 사각지대이지만 누군가에겐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라며 "묵묵히 현실을 열심히 살았을 청년에게 주어지지 않은 자립의 기회, 자기든 아버지든 둘 중 한명은 죽어야만 끝나는 간병 문제의 실질적 대책을 대련하겠다"고 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사회의 외면 속에 아버지와 단둘이 남겨졌던 A씨가 또다시 홀로 남겨지지 않도록 함께 탄원에 동참해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도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이른바 '간병 지옥', '간병 살인'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 "고의 있었다"…1심 판결 타당
정치권과 시민단체 호소에도 법원은 A씨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에게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10일 대구고법 제2형사부는 "경찰에서 했던 진술이 거짓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우며 수사기관의 압박 등으로 인해 자백진술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퇴원할 때 병원에서 받아 온 처방 약을 단 한 차례도 투여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퇴원시킨 다음 날부터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의도적으로 내버려뒀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했다.

피고인의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서는 "존속살해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7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서 법률적 감경 사유가 없는 한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가장 낮은 형이 징역 3년 6개월이고 3년을 초과하는 형에 대해는 집행유예가 허용되지 않는 점까지 더해 보면 원심이 선고한 징역 4년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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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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