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기자들도 2030이다" 백블 없는 이재명에 불만 폭발

조현호 기자 2021. 11. 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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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들어올 땐 "내가 많이 괴롭히죠" 나갈 땐 "대변인이 할겁니다"
지난 5일 이후 엿새째 기자 질문 안받아 '디시글 왜 공유? 5년전 82년 김지영 공유해놓고…'
'왜 백브리핑 안하느냐'에도 침묵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5일 이후 엿새째 현장의 기자들 질문을 외면하는 불통행보를 보여 일부 기자들이 현장에서 강하게 항의하는 등 불만이 폭발했다.

한 기자는 “여기 기자들 모두 2030인데 얘기 않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고, 다른 기자는 2030 남자들의 반페미니즘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 “5년 전엔 82년생 김지영 글을 올리지 않았느냐”며 질문했지만 이 후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후보는 행사장에 들어오면서는 자신이 여러분을 많이 괴롭히지 않냐며 위로성 발언을 했으나 1시간30분 넘게 행사를 마친 뒤 나가는 길엔 대변인이 할 거라고 하고 자리를 떠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재명 후보는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303호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10시30분경 행사장에 도착해 문앞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멈춰서더니 “요즘 제가 많이 괴롭히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기자들이 일제히 “백브리핑(백그라운드 브리핑)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함께 수행한 한준호 이재명 후보 수행실장은 “이럴 땐 팬클럽 같다”고 말한 뒤 들어갔다.

그러나 이날 행사가 12시쯤 끝난 뒤 나온 이재명 후보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이 후보가 문 밖으로 나오자 기자들이 전날 디시인사이드 페미니즘 비난 글을 본인 페이스북에 공유한 것을 두고 “후보님 어제 올리신 글에 대해서”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하자 이 후보는 “대변인이 할께요”라고만 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303호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를 마치고 문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303호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를 마치고 문밖으로 나오면서 기자들이 질문을 했으나 답변없이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어 다른 기자가 “디시인사이드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신 배경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했지만, 이 후보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엘리베이터로 들어간 뒤 참모들이 기자들을 제지해 더 이상 질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런데도 A 기자가 엘리베이터 통로앞에서 큰소리로 “여기 있는 기자들이 2030인데 그렇게 얘기안하고 가시면 어떻게 해요” “여기 있는 기자들이 다 2030이라니까요”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 기자가 엘리베이터에 탄 이 후보에게 “백브리핑하지 않는게 후보님 의지냐” “백브리핑 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말씀해달라”고 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다른 B 기자는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과정에서 이 후보에게 “후보님이 5년 전에는 82년생 김지영 공유하셨잖아요”고 질의했다.

이 후보가 퇴장하자 주변에서 “안다쳤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2030 기자들인데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던 기자는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후보가 2030에 대해 경청하겠다고 글을 공유해놓고, 2030 기자들과 소통하지 않는 게 황당했다”며 “기자는 질문하는 사람인데, (기자와는) 소통하지 않으면서 페이스북에서 '경청하겠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번 함께 읽어 보시지요'라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이재명이 공유한 홍카단 중 한 명의 글, 전문복구-이재명 갤러리'라는 글을 올렸다. 작성자인 홍카단은 홍준표 전 국민의힘 경선후보 지지자를 말한다. 이 작성자는 “페미니즘을 멈춰달라는 상식적인 목소리가 극단적인 목소리로 치부되어선 안 된다”며 “이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주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포스팅에는 “여기서 말하는 청년에 20, 30대 여성은 어디있느냐”, “페미니즘은 결코 여성우위라거나 여성 우월주의가 아니다”, “우리 세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이 페미니즘입니까, 신자유주의 체제 그 자체입니까” 등 이 후보를 비판하는 댓글도 적잖이 달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이재명 후보는 다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 글을 읽어보길 권유한 이유는 '2030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다'는 청년들의 절규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303호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를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빠져나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날 행사를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이소영 이후보 선대위 대변인이 중간에 나와 '이재명 후보가 백브리핑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앞으로 백브리핑을 계속 안하는 것이냐'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질의에 이 대변인은 “계속 안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이 후보가 백브리핑을 안하는 이유를 묻자 “모든 일정에서 백브리핑 하는 건 아니다”라며 “적정한 상황에서 현안이 있을 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변인은 “어제 관훈토론에서 2시간 이상 하면서 언론인들과 질의응답을 심도깊게 한 것도 있고, 조만간 또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백브리핑이란 예를 들어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정치인이 발표를 한 뒤 나와서 옆에 있는 프레스라운지(간이 블리핑룸)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할 때만 멈춰서 한 마디하고 행사 끝날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질문을 시작하자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평소와 달리 일방적인 소통 행태이자 불통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자들은 이 후보가 백브리핑을 안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일로 전날 정진상 이재명 선대위 부실장이 구속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통화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이를 보고 받았는지 여부를 두고 기자들이 물어보려 하자 이후부터 백브리핑 자체를 중단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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