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아소 반대 뚫은 하야시 日외상 "한일 갈등해법, 韓이 내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60) 신임 일본 외무상이 "악화한 한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외교 당국간 협의 등 의사소통을 계속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날 취임한 하야시 외무상은 이날 오전 일본 외무성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 개선방안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북한 대응을 포함해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는 일한(한일), 일미한(한미일)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면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이며 매우 심각한 상황에 있는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제에 의한 강제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일본 측이 수용할만한 해법을 한국이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국가 간 관계의 기본"이라면서 징용 문제에 관해 "일본 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 측이) 조기에 제시하도록 강하게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국가로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강하게 요구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관계 개선을 위해 강창일 주일본 한국대사와 만날 예정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제 막 취임해 아직은 예정이 없다"고 밝히면서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린 후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해 외교 당국 간의 협의나 의사소통을 가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지난 1월 일본에 부임한 후 현재까지 전임자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전 외무상과 면담하지 못했다.
'친중파'라며 아베·아소 모두 반대
하야시 외상은 이날 회견에서 미일 관계 강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주장해야 할 것은 확실히 주장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면서 공통 과제에는 제대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무 수행에 있어 오해를 피하기 위해" 현재 맡고 있는 '일중(중일)우호의원연맹' 회장 직에서는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외상 지명 후 쏟아진 '친중파'라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하야시가 외무상에 내정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그가 지나치게 중국과 가까워 "대중 관계에서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임명에 반대했다고 한다.
겉으로 내세운 이유는 외교 문제지만 사실상 '정치적 견제'라고 일본 언론들은 해석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지난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텃밭인 야마구치(山口)현 3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아베의 지역구는 야마구치 4구로, 인구 감소에 따른 선거구 재조정에 따라 두 지역은 다음 총선에서 하나의 지역구로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
또 하야시 외무상이 평소 '총리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 온 것에 대해 아소 부총리 등의 견제를 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하야시 임명을 관철한 것은 자신의 파벌인 '고치카이(宏池會·기시다파)'의 넘버 2인 그를 '포스트 기시다'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한일 관계 당분간 변화 기대 어려워"
하야시 외무상은 주변국 관계를 중시하는 고치카이의 외교철학을 이어받은 인물로 꼽힌다. 2006년 설립된 조선통신사교류의원 모임의 간사를 맡는 등 '지한파'로 분류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소속돼 있고, 2018년 문부과학상 재직 당시엔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가르치라는 내용이 담긴 고교학습 지도요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 하야시 외무상은 한일 관계 현안에 대해 아베 정권 이후로 이어진 일본 정부의 대응을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의 외교소식통은 "하야시는 한일 관계에 이해가 깊은 편이고 문제를 풀고 싶은 의지도 갖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한일 관계는 한 사람의 의지나 노력으로 풀 수 없는 구조적 갈등인만큼, 외무상 교체로 뚜렷한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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