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지율 고전에 내홍 생긴 민주당

김윤나영 기자 2021. 11. 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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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잇따른 설화에 휩싸이면서 당원들 사이에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표면적인 갈등 계기는 이 후보의 각종 논란성 발언이지만 근저에는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이 후보의 발언에 뿔난 일부 친문재인 지지층들은 후보 교체까지 거론한다.

11일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 후보 비판 글이 하루 사이에 수백개 올라왔다. 이 후보가 전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자신과 윤 후보를 각각 음주운전자와 초보운전자로 빗댄 발언에 대한 질의에 “음주운전자보다 초보운전자가 더 위험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후보 측은 이날 “발언의 취지는 ‘음주운전 경력자와 초보운전 경력자 중 실수할 위험(가능성)이 더 많은 사람은 초보운전’이라는 뜻”이라며 “음주운전보다 초보운전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후보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야 한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공유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한 당원은 “광기의 페미니즘이 대선 후보가 할 말인가”라고 적었다. 이 후보의 대장동 특혜 연루 의혹을 비판하거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에 대한 여론 지지도가 낮다고 지적하는 글도 올라왔다.

당내 잠잠하던 여론이 갑자기 들끓는 이유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윤 후보에게 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는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한 당원은 “이 후보의 확장성이 너무 작다”고 적었다. 특히 민주당의 핵심 지지 지역인 호남 지지율에 비상이 걸린 점도 당원들의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8~9일 103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64.1%였다. 이는 역대 김대중(94.7%), 노무현(93.4%), 문재인(89.2%), 정동영(79.5%) 후보의 대선 호남 득표율보다 낮다.

당내에서는 “이러다 제2의 정동영 사태”가 터진다는 우려도 나왔다. 2007년 대선은 역대 대선 최저 투표율(63.0%)를 기록한 가운데 48.7%를 얻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26.1%)를 제치고 무난히 당선됐다. 한 권리당원은 당 게시판에 “(2007년 대선 때도) 정동영이 싫다고 이명박을 찍을 수 없지 않냐고들 했는데, 민주당 후보라고 해서 그냥 표 주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 후보 지지자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권리당원 게시판에서 충돌하는 일도 생겼다. 이 후보가 전날 관훈토론에서 “3기 민주당(문재인) 정부가 100%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부 당원들은 대선 후보를 이낙연 전 대표로 교체하자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이낙연 경선 캠프 출신 인사를 전진 배치하는 이른바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했지만 실제로 화학적 결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당내 갈등이 커지면 본선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 후보와 당 지도부가 당원들의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답답하다. 이 후보가 (위기감이 없는) 민주당 의원들에 둘러싸여 가며 민심과 동떨어져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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